‘진짜 여행’의 길잡이가 되어줄 인문학 여행 서적

‘어디가 좋더라’라는 말처럼 애매모호한 표현이 또 있을까? 

정말 좋은 여행은 나만의 테마를 정해 내 의지대로 떠나는 여행이다. 

이를 위해 <Den>이 선정한 보석 같은 인문학 여행서를 소개한다. 

TV에서 보던 해외 건축, 예술 작품 등을 실제로 찾아가는 리얼 인문학 여행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여행에 의미를 부여할 단 한 권의 책

<언젠가 유럽>

조성관, 덴스토리


완독 포인트_ 파리, 빈, 런던, 프라하, 베를린, 라이프치히 등 유럽 6개 도시만 집중적으로 다룬 여행기다. 15년 동안 유럽의 대표 도시를 여행해 온 저자는 이들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이야기로 운을 뗀 뒤 영화 속 장소를 직접 여행하며 현지 분위기를 전한다. 이후 해당 장소에 얽힌 사연, 인물, 역사 등을 소개하며 여행을 인문학적 경험으로 확장한다. 각 도시를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과 교감하는 여행 콘셉트는 누구나 쉽게 따라할 만하다.

이런 사람에게_ 진지하면서도 역사책처럼 무겁지 않은 ‘경쾌한’ 인문학 여행을 꿈꾸는 사람. 역사 속 유명 인물의 발자취를 따라 탐험하고 싶은 사람.


“(파리) 테르트르 광장에 왔다면 한 곳을 꼭 보고 가야한다. 비스트로(bistro)가 탄생한 ‘카트린 아줌마 식당(La Mere Catherine)’이다. (중략) 코사크 기병들은 음식을 시켜놓고 금방 나오지 않으면 식탁을 주먹으로 내리치곤 했다. “비스트로, 비스트로.” 비스트로는 러시아어로 ‘빨리’라는 뜻이다. 여기서 단품 음식이 빨리 나오는 작은 식당을 지칭하는 ‘비스트로’가 유래됐다.”


간단히 요약한 여행지의 역사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

윤혜준, 아날로그

완독 포인트_ 기원전 5세기 아테네부터 2020년 밀라노 두오모 성당까지 유럽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한다. 방대한 정보를 돌, 물, 피, 돈, 불, 발, 꿈 7개 코드로 분류해 이해를 돕는다. ‘돌’은 역사가 깃든 석조건물을, ‘물’은 바 다·운하·강·수로·술 등을, ‘피’는 전쟁·혁명 등을 의미한다. ‘돈’은 경제· 생계·거래와 음모를, ‘불’은 화형과 광장을, ‘발’은 길·다리·골목 등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꿈’은 종교와 관련한 유무형 콘텐츠다. 이들 코드는 여행을 한결 독특하게 풀어줄 ‘재미 코드’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에게_ 한곳에 오래 머물며 천천히 여행지를 경험하고픈 사람. 유럽 도시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


“분수를 재건하거나 새로 만드는 것은 교황들이 로마 서민들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아주 확실한 방법이었다. (중략) 베르니니(건축가)의 ‘네 강의 분수’까지 무려 분수가 세 개나 들어선 (로마) 나보나 광장. 풍성한 물과 살아 있는 대리석의 향연으로, 예술을 사랑한 교황과 천재 조각가는 돌에서 솟는 아름다운 생명수의 잔치로, 모든 이를 초대한다.”


명화 감상을 위한 가이드북

<90일 밤의 미술관>

이용규 외, 동양북스

완독 포인트_ 영국 내셔널 갤러리의 얀 반 에이크·카라바조, 프랑스 루브르의 다빈치·들라크루아, 오르세의 마네·모네·드가·고흐, 네덜란드 레이크스 박물관의 렘브란트 등 유럽 각지의 유서 깊은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 102점의 감상 팁을 정리했다. 현지의 현업 도슨트들이 전하는 만큼 해설의 신뢰도가 높고, 작품마다 얽힌 장황한 스토리를 2~3페이지로 요약해 읽기 편하다. 현지에서 원작을 마주하기 전, 작품을 익히기에 좋은 책이다.

이런 사람에게_ 유럽 미술관 투어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 명화에 담긴 역사 적 배경과 미술사의 흐름, 화가 스토리 등을 빨리 이해하고 싶은 사람.


“‘까마귀가 있는 밀밭’은 고흐가 밀밭을 주제로 그린 여러 그림 중 가장 유명합니다. (중략) 그림은 가로로 긴 형태로 그려져 마치 파노라마 사진처럼 보는 사람을 압도합니다. 어둡게 내려앉은 하늘과 낮게 날고 있는 까마귀 떼, 갈림길과 끊어진 길이 암울하고 고립된 느낌이 들게 하면서도 굵고 거침없는 붓 터치와 밀밭의 황금빛에서는 역동적인 힘이 느껴집니다.”


건축가가 바라본 도시 이야기

<도시 인문학>

노은주·임형남, 인물과사상사

완독 포인트_ 현직 건축가가 리뷰한 일종의 ‘세계 건축, 도시 기행문’이다. 로마의 마지막 영광인 터키 하기아 소피아 성당, 홀로코스트의 아픔을 간직한 독일 유대인박물관, 예술의 향연이 펼쳐지는 이탈리아 산마르코 성당, 자연 형상을 닮은 스페인 성가족성당, 유연한 사고가 만든 하이테크 건축 프랑스 퐁피두센터 등 13개 국가 21개 도시를 순회하며 대표 건축물을 돌아 본다. 역사, 예술 등과 엮어 건물과 도시를 바라보는 법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런 사람에게_ 건축물을 감상하는 방법을 알고 싶은 사람. 여행지의 풍경을 단순히 ‘예쁘다’, ‘좋다’가 아닌 인문학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은 사람.


“사람의 눈높이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건물도 긴 막대기를 마구 늘어놓은 듯 어지럽게 펼쳐져 있다. 철갑을 두른 듯한 외관에는 표정도 없고 몸짓도 없다. 다만 뚜렷한 의도가 읽히지 않고 특별한 패턴도 읽히지 않는 사선으로 그어진 상처만이 있을 뿐이다. 유대인박물관은 추상회화처럼 구체적인 설명은 없으나 어떤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영국 문학의 배경을 따라가는 여행

<문학을 따라, 영국의 길을 걷다>

김병두, 이담북스

완독 포인트_ 영국을 도보로 횡단하는 코스 ‘코스트 투 코스트(CTC)’를 여행한 저자의 여행 에세이다. 소설 <폭풍의 언덕>, <제인 에어> 등의 배경지를 지나는 만큼 길 곳곳에서 마주하는 영문학의 자취는 여행에 문학적 사유를 더한다. 영국 3대 국립공원을 관통하며 마주한 대자연의 경이로운 풍광은 트레킹의 묘미를 보여준다.

이런 사람에게_ 도보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테마를 정하지 못한 사람. 셰익 스피어, 조너선 스위프트, <로빈 후드>, <폭풍의 언덕>, <제인 에어>, <드라 큘라> 등 영문학에 관심 있는 여행가.


“윗비(Whiby)는 브람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의 탄생지다. (중략) 1897년에 출간한 드라큘라 소설 중에서 드라큘라의 영국 상륙 후의 배경이 윗비인데 그중에서도 이스트 클리프 절벽 위의 윗비 대수도원 유적, 성모마리아 성공회성당의 수많은 묘지가 이 소설적 배경이 되고 있다.”


와인, 미술 동시 입문서

<그림을 닮은 와인 이야기>

정희태, 동양북스

완독 포인트_ 와인과 미술 작품에 얽힌 사연 중 공통된 부분을 끄집어내 하나의 키워드로 묶었다. 일례로 라벨에 하트가 그려진 와인 ‘칼롱 세귀르’와 사 랑을 색으로 표현한 화가 샤갈의 공통분모를 ‘사랑’이라고 보고 둘을 닮은꼴로 엮었다. 이 같은 방식으로 36개 키워드 안에 닮은꼴 와인과 미술 작품을 1 대 1로 매치했다. 프랑스 국가 공인 가이드 자격을 갖춘 베테랑 문화예술 해설사가 전하는 만큼 유럽의 낯선 와인 문화를 간접 체험해 볼 수도 있다.

이런 사람에게_ 와인과 미술에 관한 지적 허영이 있는 사람. 평소 와인과 그림에 대해 따로따로 잘 아는 사람. 현지에서 와인을 폼 나게 먹고자 하는 사람.


"(내추럴 와인은) 발효 시 인공 효모는 사용하지 않고 포도 껍질에 뭍은 자연 야생 효모만 사용해야 하며, 정제 및 여과 작업을 거치지 않죠. (중략) 자연을 온전히 담아내며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내추럴 와인처럼 자연을 자신의 작품에 고스란히 녹여낸 건축가가 있습니다. 바로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입니다.”


거장의 소울 플레이스를 찾아서

<랜선 인문학 여행>

박소영, 한겨레출판

완독 포인트_ 네이버 오디오클립 여행 부문 1위의 스타 인문학 강사인 저자는 고흐, 헤밍웨이, 괴테, 디킨스 등 거장 4인의 삶을 저마다의 소울 플레이스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각각의 소울 플레이스에 얽힌 사연, 작품 탄생 비화, 인간관계 등을 다뤄 그들이 활동한 지역을 여행하려는 이들에게 많은 영감을 줄 수 있다. 작품의 고향을 단순히 접하는 것과 그 예술가의 인생을 알고 접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크다. 사전 답사 개념으로 읽기에 좋은 책이다.

이런 사람에게_ 고흐, 헤밍웨이, 괴테, 디킨스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 대작가들이 치열하게 사랑하고 혼을 다해 집필한 장소에 가보고 싶은 사람.


“헤밍웨이가 매일 반복하는 산책 코스가 있었습니다. 그곳이 바로 뤽상부르 공원이지요. (중략) 헤밍웨이는 당시 뤽상부르 궁전에 걸려 있는 폴 세잔의 작품을 아주 인상 깊게 봤습니다. 그는 자신의 문체를 만드는 데 혁혁한 영향을 미친 것이 바로 세잔이라고 밝혔습니다.”


Den 166호 <‘진짜 여행’의 길잡이가 되어줄 인문학 여행 서적 >

에디터 이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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