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운명을 바꾼 한 문장

때론 장문의 편지보다 엽서의 간결한 문구 한 줄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기업의 광고 카피, 브랜드 슬로건에 숨은 뜻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살펴봤다.


Just do it 일단 해봐!

나이키

도전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1988년 TV 광고에 등장한 나이키의 ‘Just do it’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80대 노인이 이른 아침 상의를 탈의하고 조깅을 한다. 노인은 이가 부딪칠 만큼 추운 날에는 틀니를 로커에 두고 온다며 농담을 한다. 고령임에도 러닝을 즐기는 건강함과 유머러스함이 ‘Just do it’의 의미를 잘 드러낸다.

이후 30년 동안 나이키는 ‘Just do it’의 의미를 확장해 왔다. 인종, 성별, 성소수자 등 사회 곳곳의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는 것. 이로써 나이키는 단순히 운동화를 판매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스포츠 정신을 발굴하고 조명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사형수의 말에서 착안

이 슬로건은 당시 나이키 광고를 진행한 대행사 위든 앤 케네디의 공동 설립자 댄 와이던이 어느 사형수의 마지막 말인 “Lets do it”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이런 이유로 마뜩잖게 생각하는 나이키 관계자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슬로건 중 하나가 됐다.


Be Stupid 엉뚱하라

디젤

엉뚱한 바보가 세상을 바꾼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디젤은 2010년 ‘Be Stupid’라는 슬로건을 선보였다. 똑똑함에 반기를 드는 바보가 되라는 뜻이다. 여기서 말하는 바보란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도전정신,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감함, 원초적이고 가식 없는 마인드 등을 지닌 사람이다. 디젤은 ‘stupid’에 대한 인식을 정 반대로 바꾸면서 자신의 브랜드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광고도 엉뚱해야 한다

이런 슬로건을 뒷받침하기 위한 디젤의 광고 이미지도 남달랐다. CCTV 앞에서 가슴을 드러내는 여자를 시작으로 코끼리 코에 올라탄 사람, 담벼락에 걸터앉아 바이크 타는 시늉을 하는 사람 등 기상천외한 행동을 하는 ‘바보’들을 시리즈로 소개했다. 이 광고는 2010년 칸 국제광고제 옥외광고 부문에서 최고 상인 그랑프리의 영예를 안았다.


Think Different 다르게 생각하라

애플

세상엔 남다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스티브 잡스는 경영난에 시달리던 애플 CEO로 복귀한 후, 애플이 건재하다는 걸 세상에 보여주기 위한 강렬한 슬로건을 고민했다. 이때 그가 선택한 슬로건이 바로 ‘Think Different’다. 슬로건에 걸맞게 애플은 남다른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꿔왔다. 1998년 곡선 형으로 마감한 일체형 데스크톱 ‘아이맥’, 2001년 뮤직 플레이어 ‘아이팟’, 2007년 스마트폰 ‘아이폰’ 등 혁신 제품을 연이어 선보였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애플의 슬로건은 잡스가 라이벌로 여긴 IT 기업 IBM의 슬로건 ‘Think’를 변형한 것이다. 잡스는 IBM과 다르게 생각해야 애플이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고, 이를 이뤄냈다.


“나이키가 위대한 운동선수와 스포츠 정신을 기린다면, 애플은 세상을 바꾼 사람들을 기린다.”

– 스티브 잡스


Think 생각하라

IBM

몸이 아닌 머리로 일해라

1911년 설립한 IBM은 컴퓨터 제조부터 인공지능(AI) 서비스까지 사업을 다각화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와중에도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IBM의 슬로건 ‘Think’다. 그 의미는 ‘우리는 발로 뛴 대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일한 대가를 받는다’는 뜻이다. 컴퓨터공학을 다루는 회사답게 잘 만든 제품이 곧 경쟁력임을 강조한 것이다.

IBM은 회의실, 공장, 건물 출입구, 식당은 물론 회사 문서에도 이 문구를 새겨 넣었다. 또 대공황의 충격에 휩싸여 있던 1932년 1월에는 연 매출 6%에 달하는 100만 달러를 들여 기업 연구소를 세웠다.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혁신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IBM이 지금까지 건재한 이유는 ‘Think’ 덕분이다.


Don’t be Evil 악해지지 말자

구글

기업과 소비자의 상생 철학

2000년대 초반, 구글이 내세운 사업 철학 중 하나다. 검색 엔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니 만큼 단기 이익만을 좇아 사용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겠다는 뜻이며, 그럼에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포부이기도 하다. 뚜렷한 수익 모델이 생기기 전, 배너 광고를 거부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로써 구글은 검색 결과를 인위적으로 조작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얻게 됐다. 하지만 중국 시장 진출을 시도하면서 중국 당국의 검열 기준에 맞춘 검색엔진을 개발하는 등 사업 철학과는 다른 행동을 하기도 했다. 회사 규모가 커진 탓일까? 2018년에는 구글 윤리 강령에서 ‘Don’t be Evil’을 삭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약 20년간 구글을 지탱해온 근간이 사라진 것이다. 대신 옳은 일을 하라는 뜻인 ‘Do the Right Thing’이라는 슬로건이 그 자리를 채웠다.


Because I’m Worth it 나는 소중하니까요

로레알파리

사회적 공감대가 성공 비결

한 여성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Because I’m Worth it”이라고 말한다. 1973년 로레알파리가 선보인 모발염색제 광고의 한 장면이다. 주변 시선은 신경쓰지 말고 염색 여부와 머리 색을 스스로 결정하자는 내용이었다. 1970년대 미국에선 여성해방운동이 한창이었다. 이 광고는‘주체적 여성이 되자’는 당시 사회 분위기를 제대로 표현해 큰 인기를 얻었다. 뉴욕광고대행사에 근무하던 23세 여성 카피라이터가 지은 이 슬로건 덕분에 로레알파리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여성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후 세월이 변하면서 “Because You’re Worth it”(당신은 소중하니까요), “Because Were Worth it”(우리는 소중하니까요) 등으로 조금씩 바뀌었다.


Impossible is Nothing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아디다스

듣기만 해도 피가 끓는 한마디

아디다스는 오랫동안 ‘Forever Sports’라는 슬로건을 사용했지만 나이키의 ‘Just do it’에 가려 크게 빛을 보진 못했다. 그러다 2004년‘Impossible is Nothing’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세우며 브랜드 인식 전환에 나섰다. 해당 광고에는 한때 하키와 스케이트 보드 선수였으나 두 다리가 마비된 스테이시 코헷이 등장한다. 스케이트 슬로프 위에서 휠체어를 탄 채 “Impossible is Nothing”이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묵직한 감동을 선사했다.


스타의 과거에 감정이입

2007년에는 리오넬 메시, 데이비드 베컴, 길버트 아레나스 등을 기용해 힘든 과거를 이겨낸 스포츠 스타의 모습을 보여줬다. 어려운 상황에 굴복하지 않고 한계를 넘어서 보자는 희망적 메시지에 많은 이가 감동했다. 이는 나이키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긴 아디다스에 꼭 필요한 말이었을 것이다. 이 슬로건을 통해 아디다스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로서 입지를 굳혔다.


“난 여전히 네 개의 바퀴를 쓴다. 잘 보라고. 난 지금도 할 수 있어.”

– 스테이시 코헷


Think Small 작게 생각하라

폭스바겐

고정관념에 정면 도전

1959년 미국 광고 회사 DDB는 작지만 실속 있는 차, 비틀을 광고하기 위해 ‘Think Small’이라는 카피를 생각해 냈다. 크고 출력이 강한 자동차를 선호하던 미국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작은 크기를 전면에 내세우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대신 연비가 높고, 성능이 뛰어나며,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자동차를 구매할 때 크기뿐 아니라 다른 요소도 중요함을 효과적으로 알려준 것이다. 그 결과, 폭스바겐은 1962년 미국 내 수입차 시장에서 50%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했다. ‘Think Small’ 캠페인은 광고 전문지 <애드에이지(Ad Age)>가 선정한 ‘20세기 100대 광고 캠페인’에 서 1위를 차지했다.


We Try Harder 우리는 더 노력합니다

에이비스

솔직함만큼 믿음직한 것은 없다

1960년대에 스스로 2인자임을 인정한 광고가 등장했다. 더 노력하겠다는 담담한 고백과 함께. 미국 렌터카업체 에이비스의 광고 카피 ‘We Try Harder’가 그것이다. 당시 미국 렌터카 시장은 헤르츠가 시장 점유율 35% 이상을 차지하는 1등이었고, 에이비스는 그 뒤를 이어 2등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시장 점유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폭스바겐의 슬로건 ‘Think Small’에 크게 감명한 에이비스는 DDB를 찾았다. DDB는 에이비스에 무조건 자신들이 만든 슬로건을 사용하라는 조건을 내걸었고, 에이비스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DDB의 기발함과 에이비스의 결단력 덕분에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솔한 슬로건이 탄생했다. 에이비스는 슬로건에 걸맞게 고객 서비스에도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단기간에 시장 점유율이 30%까지 치솟으며 선두 기업을 위협할 만큼 성장했다.


<Den> 168호 <기업의 운명을 바꾼 한 문장>
에디터 진주영 | 참고 자료 <마음을 흔드는 한 문장>(유아이북스) | 사진 알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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