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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덕분에 경험한 동화 같았던 2022년

성우 정주원은 "야구는 나에게 일상이다"라고 말한다.

  • 입력 2023.05.24 08:51
  • 수정 2023.06.23 10:22
  • 2023년 5월호
  • 정지환 에디터
•1986년생 •프리랜스 성우
•1986년생 •프리랜스 성우

최근 유튜브에서 ‘수상할 정도로 목소리와 딕션이 좋은 야구 팬 인터뷰’라는 영상이 화제였다. 2022년 11월 1일 ‘JTBC 뉴스룸’이 야구장 관객 인터뷰를 시도했는데, 인터뷰이의 목소리가 너무 좋은 나머지 해당 인터뷰 영상 클립이 인기를 얻은 것. 조회수 120만을 훌쩍 넘긴 영상 속 주인공은 10년 차 현역 성우였다.

 

SSG 랜더스의 열렬한 팬이다. 언제부터 좋아했나?

고향이 인천인 만큼 아버지가 태평양 돌핀스의 열렬한 팬이셨다. 어릴 때 아버지 손잡고 야구장에 자주 놀러 가면서 야구에 빠졌다. 어렸을 때부터 응원하던 태평양 돌핀스가 현대 유니콘스로 이름을 바꿨을 때까지도 열심히 응원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인천 연고 팀은 역사가 다사다난하다. 특히 현대 유니콘스가 연고지를 옮긴 일은 큰 아픔으로 기억된다. 나 같은 인천 야구 팬은 하루아침에 응원하던 팀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 셈이다. 이 사건이 개인적으론 상처가 되어 꽤 오랫동안 야구를 편히 즐길 수 없었다.

시험 준비와 군 입대가 맞물려 야구를 조금 멀리 했는데, 시간이 지나 쌍방울 레이더스라는 팀이 해체 후 재창단되며 SK 와이번스라는 이름으로 인천에 왔다. 당시 SK 와이번스가 인천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홍보와 이벤트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2007년부터는 창단 첫 정규리그 1위와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뤄내기도 했다. 당시 언론에선 ‘SK 와이번스 왕조’라고 부르기도 했다. 팀 성적과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다시 야구에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시다시피 2021년에 신세계 그룹이 팀을 인수하면서 SSG 랜더스로 팀 이름이 한 번 더 바뀌었다. 그래도 팀의 역사가 계승된 것이기 때문에 인천 야구 팬으로서 팀을 응원하고 있다.

 

2022년 SSG 랜더스가 우승했다. 소감이 어땠나?

동화 같은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 SK 와이번스에서 SSG 랜더스로 팀이 재창단된 이후 정규 시즌 첫 우승이었다. 심지어 KBO 사상 최초로 시즌 내내 1등을 놓친 적이 없는 ‘와이어 투 와이어’도 이뤄냈다.

엔데믹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규제가 해제되면서 전 좌석 관중 입장이 가능했을 때여서 한국시리즈 경기는 현장에서 응원했다. 직업 특성상 목 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한국시리즈 당시에는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그 후유증으로 사흘 정도 목이 아팠을 정도다.(웃음)

 

야구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친근함’이 야구의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한다. 야구는 우리 일상과 동고동락한다는 느낌을 줄 때가 많다. 평일엔 퇴근 시간 이후에 경기를 시작해 퇴근길을 함께하는 친구 같고, 주말엔 점심시간 이후 낮에 경기를 시작해 야구장이 마치 가족과 함께 놀러가는 놀이공원 같다. 야구는 일상의 일부처럼 다같이 응원하고, 화도 내고, 기뻐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인 스포츠다.

야구는 인생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패배에 가까운 경기에도 9회 말 한순간에 모든 상황이 역전될 수도 있지 않나.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야구에 빠져드는 것 같다.

 

‘야구 덕후’로서 어떤 것까지 해봤나?

야구에 온몸을 바칠 것 같은 열성 팬이 주변에 널려 있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가벼운 취미생활로 보일 정도다. 나는 아직 선수에게 사인을 받아본 적도 없다. 선수 입장에선 일상적 팬 서비스라 생각하겠지만, 괜히 선수에게 방해될까 우려되는 마음 때문이다. 그래도 최근 2022년 한국시리즈 티켓을 구하기 위해 이른바 ‘피케팅’(피 튀는 전쟁터 같은 티케팅)을 경험했다. 거의 1초 만에 전석 매진이 될 만큼 경쟁이 치열했는데, 무려 8시간 내내 예매 사이트를 새로고침 해 간신히 한 자리를 예매했다.

 

본업을 살려 야구와 관련한 일을 꿈꿔 본 적이 있나?

성우라는 직업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다른 직업을 고민해 본적이 없다. 그럼에도 야구를 너무 좋아해 SSG 랜더스 선수 등장 소개 멘트를 하는 등의 상상을 해본 적은 있다. 혹시 이벤트로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꼭 해보고 싶다.

특히 SSG 랜더스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애청자로서 유튜브 콘텐츠를 위한 내레이션이 필요하다면 꼭 한번 참여하고 싶다. 관계자가 이 인터뷰를 보고 연락해 주면 좋겠다.(웃음)

 

야구 팬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팬들의 순수한 열정이 온전하게 보상받을 수 있길 바란다. 얼마 전 WBC에서도 아쉬운 성적을 거두지 않았나. 그걸 보면서 야구 팬 입장에서 마음이 아팠다. 이번 일을 계기로 조금 더 성장하는 한국 야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독자에게 성우라는 직업을 소개해 달라

성우라는 직업이 생소하다 못해 잘 모르는 분도 많다. 나조차 20대 중반이 지나서야 성우라는 직업을 처음 알았다. 일상생활에서 성우가 하는 일을 많이 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성우는 ‘목소리 연기자’이자 ‘정보 전달자’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좋은 소리만 내는 것이 아니라 원작의 메시지를 우리 문화에 맞게 전달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Den> 독자들에겐 생소할 수 있지만, 최근 400만 관객을 모은 <스즈메의 문단속>이라는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 속 남자 주인공 ‘소타’의 목소리를 더빙하게 됐다. 감사한 기회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녹음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성우가 열심히 활동하고 있으니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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