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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을 행복하게 만드는 3가지 재무적 선택

중년에 해서는 안 되는 재무 선택을 정리했다.
행복한 노년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 입력 2023.05.24 08:38
  • 수정 2023.05.25 17:23
  • 2023년 5월호
  • 글 이천(은퇴재무설계전문가)

 

평소 기업이나 지자체에서 은퇴 재무설계 강의를 할 때면 수강생들에게 “50대에 들어서면 재무적 선택을 할 때 신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요즘 '칠순 거지', '무전 장수' 같은 말로 노후의 불안을 자극해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공포 마케팅이 기승을 부린다.

은퇴를 목전에 둔 시기에 불안을 느껴 그릇된 판단을 하거나, 잘못된 결정을 유도하는 사람에게 이끌려 자칫 실수라도 하면 평생 모아둔 자산에 큰 흠집이 날 수 있다. 노년의 자산을 노리는 유혹은 다양한데, 특히 강의나 상담을 하면서 많이 접하는 50대가 절대 해서는 안 될 세 가지 재무 선택에 관해 살펴본다.

 

첫째, 보장성보험 리모델링에 신중해야 한다

오래전 상담한 50대 중반 부부는 기존에 가입한 보장성보험을 해지하고 더 오래, 더 많이 보장된다는 새로운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 했다. 부부가 가입한 보험은 80세 만기지만 이미 15년을 납입해 5년만 더 내면 계속 갱신해야 하는 실손의료비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이를 해지하고 앞으로 20년 동안 매월 40만원을 내야 하는 100세 만기 보험에 새로 가입하겠다는 것이다. 다행히 오랜 설득 끝에 부부는 기존 보험을 유지하고 새로운 보험에 가입하지 않기로 했다.

이 부부의 잘못된 선택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현재 부부는 대기업 직장인으로 연봉이 높아 퇴직 전까지 매월 40만원의 보험료를 내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5년 뒤 퇴직을 하면 지금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생활해야 하는데, 그때도 매월 40만원씩 계속해서 보험료를 내는 것이 쉬울까? 분명 가정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

보통 퇴직하면 수입이 크게 줄어 매달 내는 보험료가 부담되는 만큼 보험 범위를 축소하거나 아예 전체를 해지하는 경우가 흔하다. 보험료를 줄이는 리모델링은 중요하지만, 보장 내용이 조금 부족하거나 성에 차지 않더라도 오랫동안 유지해 온 보험을 해지하고 다른 보험에 새로 가입하는 것은 위험이 크다. 보험은 보통 20년 동안 보험료를 내는 조건으로 가입한다.(납기 선택을 꼭 20년으로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이 부부처럼 퇴직이 5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20년을 내야 하는 보험에 새로 가입한다면 스스로 무전 노인으로 가는 지름길을 선택하는 것과 다름없다. 게다가 퇴직 이후에는 회사에서 반만 부담하던 건강보험료가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대부분 직장 생활을 할 때보다 건강보험료를 더 많이 내게 된다. 수입은 줄고 지출은 늘어나는 상황이 뻔히 예상되는데, 높은 비용의 새로운 개인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다.

노후를 앞두고 새로운 보험으로 갈아타지 말아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보험 가입 시기에 따른 보험료 차이 때문이다. 15년 전, 기존 보험에 가입했을 때는 30대 후반~40대 초반으로 보장 항목 중 하나인 암 진단비 2000만원을 보장받기 위해 내야 할 보험료가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50대 중반에 암 진단비 2000만원을 보장받으려면 예전보다 두 배 이상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즉 기존에 가입한 보험은 적은 보험료로 앞으로 5년만 더 내면 8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지만 새로운 보험은 두 배 이상의 보험료를 앞으로 20년간 내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한 푼이 아쉬운 노후에 말이다.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따져보면 현재 가입한 보험이 만기는 조금 짧을지 몰라도 그냥 유지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결정임을 알 수 있다. 매월 40만원씩 20년 동안 보험료를 내면 원금만 9600만원이라는 큰 금액이다. 이 돈을 노후 생활비에 보태면 좀 더 안정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다. 아니면 퇴직 후에 모아놓은 자산에서 현재 가치로 3000만원 정도를 의료비 통장으로 따로 떼어놓았다가 몸이 아플 때 그 돈으로 부족분을 해결하면 된다. 보험료로 낸 돈은 보험사가 보관해 놓았다가 보험금 지급 사유가 생겼을 때만 내게 지급하는 돈이지만 직접 따로 모아놓은 돈은 오롯이 자신이 보관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마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내 돈이다. 내 의지에 따라 그 돈을 잘 운용해 더 크게 키우면 다른 중요한 용처로도 사용할 수 있다.

 

둘째, 보험사 연금보험에 새로 가입하지 마라

보험사의 연금보험은 매월 내는 보험료에서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꽤 크다. 사업비는 보통 월 보험료의 12% 내외로 매월 100만원을 보험료로 낸다면 그중 12만원이 사업비다. 사업비를 먼저 떼고 남은 88만원이 적립되는데, 현재 공시이율(은행 정기예금 이율과 비슷함)로는 가입 후 8~9년이 되어야 비로소 원금이 된다. 예를 들어 55세에 연금에 가입하면 63세에나 원금에 도달하는데, 언제 이 돈이 불어나 실질적 연금 역할을 할까? 아마 80세쯤 연금으로 받아야 보험회사 직원의 설명처럼 비과세와 복리 효과를 누리면서 납입 원금 대비 효과적인 연금액이 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50대에는 미래에 받을 연금이 부족하더라도 보험회사의 연금보험에 가입하지 말아야 한다.

개인연금이 부족한 50대라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세액공제를 받으며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연금저축펀드와 IRP에 가입하는 것이 먼저다. 연금저축펀드와 IRP 같은 연금 계좌는 퇴직 전에는 낸 금액에 대해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 신고를 할 때 세액공제를 받는데, 연봉에 따라 13.2~16.5%의 확정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연금 계좌 안에서 펀드나 ETF 등의 투자상품을 잘 운용하면 추가 이익까지 얻을 수 있다. 퇴직 후에는 납입을 중단해도 되고 능력이 된다면 계속 내면서 노후 생활 후반부를 대비할 수 있다. 과세 이연 효과에 더해 금융소득종합과세나 건강보험료 산정에서 제외되는 것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이다.

단, 모든 상품에는 장단점이 있으므로 앞서 언급한 것은 일반적인 내용이고, 특별한 경우에는 보험상품이 유용할 때도 있다. 먼저 상속세 재원으로 보험을 활용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의 2019년 주요국 가계 금융자산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 자산 구성 비율은 실물자산이 64.4%이고 금융자산이 35.6%다. 미국의 실물자산 28.1%, 금융자산 71.9%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실물자산 비율이 금융자산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이런 가구 자산 구성 비율 때문에 부모가 사망해 실제 상속이 발생할 때 상속받는 자녀들이 상속세를 낼 현금이 없어 낭패를 보는 경우가 흔하다. 이럴 때 실물자산을 매각하지 않더라도 부모의 사망보험금이나 연금보험의 해지 환급금을 상속세 납부용으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 금융자산이 많은 경우 이자나 배당소득이 1인당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돼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등 다른 소득에 더해 고율로 세금을 내야 한다. 다른 소득이 높다면 2023년 기준 최고 소득세율인 49.5%(지방소득세 10% 포함)까지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이럴 때는 금융자산의 이자율이나 배당률보다는 절세가 더 우선순위가 된다. 보험은 일시납 1억원, 매월 내는 보험료 150만원까지는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므로 절세를 고민하는 자산가에게는 보험상품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연금받을 때 종신연금형을 선택하면 더 많은 금액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절세 효과에 더해 건강보험료에도 합산되지 않는 장점도 있다.

 

 

셋째, ‘몰빵투자’ 실패는 노후를 가난하게 만든다

요즘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서 수강생에게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지 물어보면 대략 반 정도가 대답 대신 웃음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고 답한다. 현재 수익률을 물어보면 대부분 –30~-40% 수준이다. 수익이 많이 나 기뻐서가 아니라 이도 저도 하지 못하는 상태로 자신의 욕심과 현실의 차이 때문에 허탈해 웃는 것이다. 이 연령대는 본인이 직접 가계 자산을 관리하기보다는 배우자가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배우자가 주식투자를 반대하기 때문에 주식투자에 몰빵할 여건이 안 돼 자산 일부만 투자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간혹 주식투자에 몰빵했다가 큰 손실을 본 수강생도 없지 않다.

27년 동안 재무설계 일을 하면서 자산시장 유행의 반복으로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것을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어느 한 상품이 유행하면 그 상품에 투자가가 밀물처럼 밀려들었다가 유행이 지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몇 해 전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주식투자 광풍이 불었다. 그 당시에는 주식투자를 하지 않으면 바보 취급까지 하는 분위기였다. 언론이나 유튜브에서는 연일 주식투자와 관련한 정보를 쏟아냈고, 주식투자를 다룬 책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누구나 주식투자만 하면 큰돈을 벌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이 유행도 오래가지 못했다. 미국 연준이 인플레이션 문제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하면서 주가는 가파르게 하락했으며, 그 여파로 주식시장은 싸늘하게 식었다. 하락장이 시작되기 전 수익을 내고 주식시장에서 탈출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듣고 망설이다가 뒤늦게 주식시장에 뛰어든 투자자 대부분은 큰 손실을 본 후 본전 생각에 애초에 단기투자로 수익을 내겠다는 생각과 달리 비자발적 장기투자자로 시장에 남아 있다. 원금으로 회복되기만 하면 주식을 팔고 시장에서 탈출하려는 것이 이들의 현재 목표지만 그날이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20대나 30대에는 수익을 많이 낼 기대로 몰빵투자를 했다가 큰 손해를 입어도 만회할 시간이 충분히 있다. 하지만 50대는 한번 투자를 잘못해 큰 손실을 보면 만회할 시간이 없다. 애써 모은 자산이 잘못된 투자로 연기처럼 사라지면 정신적 충격부터 받는 것은 물론 그 후로는 곤궁한 삶이 이어지면서 일상이 고통스럽고, 특별히 좋은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아주 오랫동안 괴로움이 계속된다. 따라서 50대는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비율을 6:4 내지는 7:3 정도로 50대 이전보다는 보수적으로 잡고 자산을 분산해 운용해야 한다. 수익률이 높다고 해도 한 상품에 몰빵투자를 하는 것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원금 손실 없이 수익률만 높은 상품은 없다. 산이 깊으면 골도 깊은 법. 기대수익률이 높다면 그 이상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50대에는 이런 극단적인 위험을 선택하면 안 된다. 무조건 피해야 한다. 공격보다는 수비가 먼저다. 그래야 노후에 돈 걱정 없이 여유롭게 살 수 있다.

 

퇴직 후 보험료를 줄이는 리모델링은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유지해 온 보험을 해지하고
다른 보험에 새로 가입하는 것은 위험이 크다.

 

 

 

Profile  이천
•은퇴 재무설계 전문가
•(주)희망재무설계 대표
•기업, 지방자체단체 은퇴 재무설계 강의 300회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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