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행복을 담은 나라별 새해 음식

음식에 담긴 자본주의, 미국-호핑 존

콩, 채소, 돼지고기를 넣은 미국식 볶음밥. 콩은 동전을, 채소는 지폐를, 돼지 고기는 부를 상징한다. 한마디로 경제적 풍요를 염원하는 음식. 원래 남부 흑인 노예가 먹던 음식으로, 남북전쟁을 계기로 미국 전역으로 퍼졌다.

걸리는 사람이 오늘의 왕, 프랑스-갈레트 데 루아

파이 안에 페브(feve)라 부르는 작은 인형을 숨겨 만든 뒤 다 함께 나눠 먹는 음식. 인형이 든 파이 조각을 먹은 사람이 하루 동안 왕 대접을 받는다. 1월 1일이 아닌, 동방박사 세 사람이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린 주현절(1월 6일)에 먹는다. 파이 안에 아몬드 크림을 듬뿍 넣어 고소하고 달달하다.

열두 달치 행운을 한 번에, 멕시코-포도

멕시코의 신년 종소리는 열두 번 울리는데, 멕시코인들은 이때 종소리에 맞춰 포도 열두 알을 먹는다. 포도알은 각각 매달을 상징하는데, 한 알씩 먹을 때 마다 각기 다른 소원을 빈다. 포도가 달면 운이 좋은 달, 달지 않고 시면 운이 좋지 않은 달이라 여긴다.

꾸준해야 행운이 찾아오는 법, 영국-민스 파이

말린 과일을 넣은 작은 파이. 크리스마스 때부터 매일 12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먹어야 새해에 행운이 들어온다고 믿는다. 13세기 십자군이 중동에서 돌아올 때 유입된 디저트로 처음엔 고기를 넣어 만들었다. 과일과 계피의 풍미가 진하고 페이스트리의 바삭함이 살아 있어 선물용으로 쓰기도 한다.

돼지는 복덩어리, 독일-마지팬 피그

아몬드, 설탕, 달걀을 섞어 돼지 모양으로 구운 과자로 고소함과 달콤함이 살아있다. 독일에서는 돼지가 땅을 단단하게 만들어 무너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이웃끼리 돼지 모양 과자를 주고받으며 안녕과 행운을 기원한다. 가끔 안에 겨자 소스를 넣어 불운을 점치기도 한다.

역시 만두의 본고장, 중국-자오쯔

만두의 고향답게 새해 첫날에도 만두를 먹는다. 밀가루 반죽에 채소와 고기를 넣은 일반 만두로 교차점을 의미하는 ‘자오쯔’와 발음이 유사해 이전 해와 새로운 해의 교차점인 1월 1일에 먹는다. 장수를 뜻하는 국수에 넣어 먹거나 만두 안에 대추를 넣어 운을 점치기도 한다.

다 준비했다! 일본-오세치

다양한 요리를 담은 고급 도시락. 장수를 의미하는 새우, 자손 번영을 기원하는 청어알, 행운을 상징하는 다시마, 지혜를 뜻하는 연근 등 각종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3일간 나눠 먹는다. 새해 첫날에는 불의 신 ‘코우진’이 쉴 수 있도록 연말에 미리 만들어둔다.

무병장수를 기원, 한국-떡국

떡국의 주재료인 가래떡은 무병장수를 의미한다. 떡국 떡은 엽전을 닮아 부귀영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원래 꿩고기를 넣어 먹었으나 요즘은 꿩을 구하기 어려워 쇠고기나 닭고기로 대신한다. 여기서 유래한 속담이 ‘꿩 대신 닭’.

 9월에 맞이하는 새해, 에티오피아-도로 왓

아프리카식 닭볶음탕으로 일종의 닭 스튜다. 에티오피아는 그레고리안 달력을 사용해 새해를 맞이하는 9월에 먹는다. 베르베르 향신료와 고추가 들어가 매운맛이 강하고 꽤 자극적이다. 새해는 물론 결혼식이나 잔칫날 손님 접대용으로 즐겨 먹는다.

신화 속 요리, 베트남-반뗏

찹쌀, 녹두, 돼지고기를 바나나잎에 싼 뒤 쪄 먹는 요리. 베트남 신화에서 한 사내가 이 음식을 왕에게 대접하고 왕위를 물려받았다는 전설이 있다. 남부는 동그랗게, 북부는 네모나게 만드는데, 모양이 예뻐야 자식도 예쁘다는 설이 있다. 찹쌀로 만들어 떡과 식감이 비슷하다.

음식으로 장난치면 복이 온다, 싱가포르-유생

중국 문화를 닮은 싱가포르는 새해에 광둥식 생선 샐러드를 먹는다. 주로 무, 오이, 당근과 훈제 연어를 비롯한 생선회를 함께 버무려 낸다. 재미있는 점은 먹기 전 음식을 하늘 높이 던진다는 것. 재료를 던지는 행위가 온갖 복을 불러 일으킨다고 믿어 하늘로 던진 재료를 접시에 받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