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묘비명(墓碑銘)

한평생 예술을 위해 영혼을 바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삶을 한마디로 정리한 묘비명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예술로 다가온다.

2022-12-05     정지환 에디터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1564~1616, 영국, 작가 
 

벗들이여 부탁하네. 제발 참아주게.

여기 묻힌 것은 티끌도 파헤치지 말아주게.

무덤의 돌 하나 건드리지 않는 자에게 축복이,

내 뼈를 옮기려는 자에게 저주 있으리.

생전에도 ‘영국 최고의 극작가’ 지위에 올랐던 셰익스피어. 너무 유명한 나머지 사후에 자기 무덤이 도굴될 것을 걱정해 이런 비문을 남겼다. 

 

 

에드거 앨런 포 Edgar Allan Poe 
1809~1849, 미국, 작가 

 

까마귀의 비문… 더 이상은 없다.

Quoth the Raven… Nevermore.

1845년 그가 발표한 시 ‘까마귀’는 희망을 원하는 어떠한 질문에도 ‘더 이상은 없다’라고 답하는 까마귀의 모습을 담고 있다. ‘까마 귀’의 유명한 시구 ‘Nevermore’를 묘비명으로 썼다. 

 

 

에밀리 디킨슨 Emily Dickinson 
1830~1886, 미국, 시인 

돌아오라는 부름을 받았다.

Called Back.

‘은둔의 시인’으로 일컬어지는 그는 죽음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썼다. 그런 만큼 묘비명은 오히려 종결편처럼 간단명료하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Nikos Kazantzakis 
1883~1957, 그리스, 소설가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Δεν ελπίζω τίποτα. Δε φοβούμαι τίποτα. Είμαι λέφτερος.

 그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관통하는 주제인 ‘자유’는 작가가 품은 평생의 화두이기도 했다. 그가 남긴 묘비명은 짧고 간결하지만 그의 인생을 가장 정확하게 투영하고 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Ernest Hemingway 
1899~1961, 미국, 작가 

 

일어나지 못해 미안합니다.

Pardon me for not Getting Up.

 헤밍웨이는 유아기에 어머니가 자주 여장을 시킨 탓에 트라우마가 생겨 마초같이 강인하고 거친 성격으로 살았다. 묘비명에서도 그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스탕달 Stendhal 
1783~1842, 프랑스, 소설가 

 

밀라노 사람 앙리 베일: 살았노라, 썼노라, 사랑했노라. 

Errico Beyle, Milanese: Scrisse, Amo, Vise.

 로마 황제 카이사르의 명언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를 연상시키는 이 묘비명은 스탕달이 생전에 직접 썼다고 알려졌다. 그의 본명은 마리 앙리 벨(Marie-Henri Beyle)이다. 

 

 

조지 버나드 쇼 George Bernard Shaw 
1856~1950, 아일랜드, 극작가 

 

오래 살다 보면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버나드 쇼는 생전에 미리 자신의 묘비명을 써놓았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해석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지나친 의역이다. 

 

 

프랭크 시나트라 Frank Sinatra 
1915~1998, 미국, 가수 

최고는 아직 오지 않았다. 

The Best is Yet to Come.

20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엔터테이너로 삶을 마감한 그의 묘비명은 그의 인생관을 대변하는 듯하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영감을 주는 한 마디로 다가온다. 

 

 

멜 블랭크 Mel Blanc 
1908~1989, 미국, 성우 

 

이게 다야! 

That’s All Folks!

그가 연기한 포키 피그가 단편 애니메이션 <루니 툰>이 끝날 때 외치는 클로징 멘트를 묘비명으로 썼다. 

 

 

딘 마틴 Dean Martin 
1917~1995, 미국, 배우 

 

모두가 누군가를 언젠간 사랑한다.

Everybody Loves Somebody Sometime.

배우이자 가수인 그가 발매한 곡 ‘Everybody Loves Somebody’가 그의 묘비명으로 쓰였다. 유쾌한 성격으로 모두가 사랑한 그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투팍 샤커 Tupac Shakur 
1971~1996, 미국, 래퍼 

세상을 바꾸겠다는 말은 아니지만,

세상을 바꿀 두뇌에 영감을 줄 것이다.

I’m not Saying I’m Going to Change the World, but I will Spark the Brain that will Change the World. 

힙합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인 투팍 샤커는 그의 묘비명처럼 여전히 후대에 영감을 주는 인물로 남았다. 

 

 

디 디 라몬 Dee Dee Ramone 
1951~2002, 미국, 음악가 

 

좋아… 이제 가야겠어.

O.K… I Gotta Go Now.

짧지만 강렬한 그의 묘비명. 그가 속했던 밴드 라몬스의 곡 ‘Blitzkrieg Bop’에서 “Let’s Go!”를 반복하는데, 세간에선 이 가사와 연관된 묘비명이라고 추측한다. 

 

 

존 벨루시 John Belushi 
1949~1982, 미국, 코미디언·음악가 

내가 떠나도 로큰롤은 계속된다.

I may be Gone, but Rock and Roll Lives on.

1970년대 ‘토요일 밤 라이브(SNL)’의 전성기를 이끈 희극인 존 벨루시는 2인조 밴드 ‘블루스 브라더스’로 활동하기도 했다.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이 엿보이는 묘비명이다. 

 

 

짐 모리슨 Jim Morrison 
1943~1971, 미국, 가수 

 

당신의 영혼에 충실하라.

KATA TON DAIMONA EAYTOY.

록스타이자 시인이었던 그의 묘비명. 묘비에는 그리스어로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