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방어 공간 벙커

핵무기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작된 벙커. 20세기 강력했던 벙커에는 뭐가 있을까?

2023-01-03     이영민 에디터

 

 

 

방만 30개인 거대한 지하 공간 

독일 베를린 히틀러 벙커

나치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최후를 마친 곳으로 유명한 베를린 지하 벙커.

 

1945년 7월파괴된 히틀러 벙커를 둘러보는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

 

규모와 형태는?

1936년 총통 관저 지하에 첫 번째 벙커(천장 두께 1.6m, 벽 두께 1.2m)를 건설했고, 1944년 관저 정원 아래 깊이 15m짜리 두 번째 벙커(천장 및 벽 두께 각각 4m)를 만들었다. 적의 포탄에 견딜 수 있도록 깊고 두껍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용도는?

원래는 공습을 피하기 위한 방공호였지만, 나중에는 사령실로 사용했다. 나치 총통은 물론 국방군 최고 사령부와 육군 총사령부, 공군 총사령부 등 독일군 내부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 인물들이 모두 이곳에서 근무했다. 히틀러와 그의 애인 에바 브라운은 가구까지 들여놓고 6개의 방을 사용하며 함께 살기까지 했다.

 

흥미로운 스토리는?

히틀러는 베를린 시가전 말기인 1945년 4월 30일에 이 벙커에서 자살한 것으로 추정한다. 5월 1일에는 후계자 괴벨스도 이곳에서 자결, 이튿날 소련군에게 점령당했다.

 

무엇이 있나?

히틀러 집무실, 괴벨스 집무실, 의사의 방, 회의실, 전화 교환실, 보루만 집무실, 경비병 방, 발전기 환기용 식물, 욕실, 화장실 등 무려 30개에 이르는 방이 있다.

 

 

 

지하 60m에 위치한 방사능 안전지대

러시아 모스크바 벙커-42

한때 암호명 ‘벙커-42(Bunker-42)’였던 냉전 시대의 비밀 요새. 초대 소련공산당 중앙위원회 서기장 스탈린이 직접 사용했다.

 

 

규모와 형태는?

1956년, 소련공산당은 모스크바의 특징 없는 건물 지하에 면적 7000㎡(약 2118평)의 거대한 벙커를 구축했다. 소련은 핵폭발 이후 방사능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지하 50m보다 깊은 곳에 은신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이에 ‘벙커-42’는 지하 60m에 만들었다.

 

용도는?

적의 핵 공격에 대비한 군사 통신 초소였다. 2000명에 가까운 인원이 골목의 허름한 건물 혹은 벙커 인근의 타간스카야(Taganskaya) 지하철역 내부에 위치한 비밀의 문을 통과해 입장할 수 있었다. 요원들이 수개월 동안 생존할 수 있도록 물 공급 및 공기 재생 시스템을 갖췄고, 라디오 스튜디오와 전신 및 측지 연구소, 지휘 시설이 들어서 있다.

 

흥미로운 스토리는?

2012년 12월 21일 지구 종말이 예고되자 벙커-42에 들어가는 티켓은 1인당 1000달러(약 110만원)까지 치솟았다. 러시아 사람들은 벙커-42를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벙커로 여긴 셈이다. 당시 벙커-42에 몸을 숨긴 사람은 총 300명이었지만, 그날 지구는 무사했다.

 

 

 

철문 무게만 34톤에 달하는 강력한 요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레이븐 록

적의 핵 공격 시 펜타곤과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벙커, 레이븐 록. 1953년 완공된 이래 지금까지도 군사 요새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규모와 형태는?

펜실베이니아주 블루리지 서밋 근처에 위치한 산 레이븐 록의 화강암을 파내 만든 요새로, 수많은 건물이 이 산 속에 지어졌다. 즉 레이븐 록은 거대하고 속이 빈 산인 셈이다. 그 안에는 30km의 터널을 포함해 소도시급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약 5000명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고, 34톤 방폭 문 두 세트와 305m 길이의 곡선형 터널은 폭탄이 폭발할 때의 충격을 줄여준다.

 

용도는?

핵 공격이 발생할 경우 미국의 우체국 또는 기타 정부 기관을 위한 공간이 된다. 특히 우체국은 사망자를 등록하고 생존자를 파악하는 일을 담당하는 곳으로, 국민의 주소 데이터도 우체국에 있는 만큼 비상 시국일수록 벙커에서 꼭 지켜야 할 중요한 기관이다.

 

 

흥미로운 스토리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등 냉전 시대가 서서히 끝나가자 1991년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레이븐 록을 사실상 대기모드로 전환했다. 하지만 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나자 미국 정부는 레이븐 록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6억5200만 달러(약 8500억원)를 투입했다. 이후 27개의 연료탱크(7만6000L 수준)를 추가하고, 사무 공간도 약 8만㎡(약 2만5300평)로 확대했다. 근무 요원도 기존 1400명대에서 5000명 수준으로 대폭 늘렸다.

 

무엇이 있나?

소방서, 경찰서, 병원, 식당 등이 있다. 식당은 1일 4식, 24시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