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Den’
책 한 권, 술 한 잔 앞에 두고 사색하고 싶은 덴맨을 위한 서울의 아지트 네 곳.
음주가의 책방
방송작가로 바쁘게 일하던 과거의 신유미 대표는 ‘혼술’을 할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음을 깨닫는다. 흥겨움에 취한 다른 테이블 눈치 볼 것 없이 정말로 ‘혼술족을 우대하는 공간’을 만든 이유다. 이름 그대로 음주하면서 독서하기 좋은 이곳은 조도를 낮추고 여러 대의 스탠드 조명을 활용해 테이블마다 독립적인 느낌을 더했다. 또 어디에 앉든 다른 손님과 눈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테이블 배치에도 신경 썼다. 취향을 고려해 와인, 위스키, 맥주, 무알코올 와인 등 주류 선택의 폭을 넓혔고 치즈, 카나페 등 간단한 안주류도 준비했다. 서재에는 인문, 경영, 소설, 만화 등 다양한 장르의 비치용 도서와 ‘무엇이든 물어보는 Q&A’ 책자가 꽂혀 있다. 누군가 질문을 남기면 다른 손님이 답변을 써주는 노트다. 철학적 인생 고민으로 가득한 책자를 읽다 보면 술이 술술 넘어간다.
책익다
홍대거리 중심 상권에 자리한 독립 서점. 시끌벅적한 바깥세상엔 관심 없다는 듯, 서정적인 클래식 음악이 서점 내부를 가득 메운다. 포근한 조명 빛이 내려앉은 서점 한가운데에는 책 판매대가 아닌 널따란 테이블이 놓여 있다. 책과 술을 좋아하는 직장인이자 이곳 주인장인 전유겸 대표가 퇴근 후 음주하며 독서하는 공간을 꾸린 것. 와인, 맥주, 위스키 등 취향에 맞는 술 한잔에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기 좋은 곳이다. 혼자가 낯선 손님에겐 이곳의 마스코트 곰 인형 ‘이꼼’이 친구가 되어준다. 예약 없이 언제든 들르는, 시간 제한 없이 원하는 만큼 머무르는 ‘마음 편한 공간’이다. 테이블에는 펜과 메모지를 비치해 빈손으로 방문해도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먼저 다녀간 손님들이 창가에 붙여 둔 메모지 속 수많은 고민과 다짐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이시크릿덴
서울 덕수궁 돌담길 앞에 위치한 건물 4층에 올라가면 15평 규모의 아담한 아지트가 나온다. 예약제로 운영하는 이곳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조용한 공유 서재, 오후 6시 이후에는 아늑한 와인 바가 된다. 또 점심시간에는 근처 직장인을 위해 ‘돈 텔 보스(Don’t tell boss)’라는 재치 있는 이름의 카페로 변하기도 한다. 어떤 형식이든 이따금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현대인의 마음을 알아주니 참으로 고맙다. 이곳의 별미는 단연 길고 널따란 차창 너머 펼쳐지는 덕수궁의 고즈넉한 풍경. 사계절 달라지는 궁의 경관은 자꾸만 이곳을 찾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소파, 쿠션 등 공간 곳곳에 단청에 주로 쓰이는 자주색과 초록색을 배치한 세심함도 돋보인다. 올봄, 이곳 창가 자리에 앉아 푸른 나뭇잎에 둘러싸인 덕수궁을 바라보며 깊은 사색에 잠겨보자.
몽크투바흐
2008년 오픈해 15년간 한자리를 지켜온 신사동 터줏대감. 재즈 아티스트 텔로니어스 몽크와 클래식의 거장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이름을 조합한 이곳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벽면을 두른 서재에는 클래식, 재즈, 가요 등 2만 장의 음반이 빼곡히 꽂혀 있다. 음악 애호가인 주인장이 수십 년간 수집해 온 것으로, 최근 리마스터링된 고음질 명반까지 차곡차곡 모았다. 하이엔드 스피커 ATC SCM150PSL Magnolia에 주인장의 섬세한 튜닝 기술이 더해져 어디서도 들은 적 없는 맑고 선명한 음악이 울려 퍼진다. 귀를 편안하게 하는 고음질 음악에 커피, 위스키, 와인 등을 음미하니 온몸이 나른해진다. 메모지에 써서 제출한 신청곡은 알맞은 타이밍에 틀어준다. 명반의 여운을 깊이 느끼고 싶다면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감상회에 참여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