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을 위한 메타인지 능력을 사수하라

ChatGPT 등장으로 가장 많이 검색된 키워드 중 하나가 ‘뇌’다. 과연 AI는 인간의 뇌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우리 뇌는 AI가 주도하는 정보화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 나갈까?

2023-04-17     이영민 에디터

 

 

뇌교육자의 시선

 

“ChatGPT의 등장은 AI가 인간의 뇌 정보 처리 방식을 십분 구현해 낼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다. 그 기술이 일상 곳곳에 적용되면 과학의 발전은 더욱 앞당겨질 것이다.”

“기억을 데이터로 바꿔 저장하는 인간의 실험은 세계 곳곳에서 꽤 성공을 거두고 있다.”

“뇌의 의식 작용들은 기억을 기반으로 일어난다. 그래서 기억을 데이터화하는 실험들은 굉장히 의미가 있다.”

뇌교육자 장래혁은 속사포처럼 이야기를 쏟아냈다. 자신을 인간의 뇌를 계발하는 뇌교육자라고 소개한 그는 AI의 발전이 아무리 빨라도 인간 뇌를 구현하는 데는 아주 오래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래 복제품이 나오려면 그 모델이 되는 원조에 대한 완벽한 분석이 전제되어야 한다. AI도 원조인 인간 뇌에 관한 연구가 끝나야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의 통찰대로 기억을 데이터화하고, 해당 데이터를 AI가 학습하는 건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지만 인간의 자의식을 데이터화하는 건 아주 먼 미래의 얘기다. 현재 인간의 과학은 뇌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도 걸음마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럼 AI는 우리 뇌를 어디까지 구현할 수 있을까? 과연 인간의 뇌 기능은 AI에게 따라잡힐 것인가? 장 교수가 그 물음에 답했다.

 

지식 중심 시대는 저물고, 메타인지는 뜨고

답부터 말하자면, AI는 인간 뇌가 가진 한두 가지 극한의 영역을 제외하고 모두 구현할 수 있다. 아주 미세한 움직임, 매우 깊은 정신적 영역 등이 극한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이족 보행을 하면서도 유구하게 살아남은 고등 생명체라는 사실은 이 두 가지 능력 덕분이다. 장래혁 교수는 “이 양 극단은 AI가 구현하지 못하는 인간 능력의 최후의 보루가 될 것”이라며 “향후 뇌 계발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의 능력을 키우는 쪽으로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뇌교육계가 ChatGPT의 출현을 환영하면서도 의심을 거두지 않는 분위기와 일맥상통한다. 뇌교육계에는 ChatGPT를 두고 ‘AI가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수준까지 올라섰다’며 희색을 보이는 반면, ‘너무 과학기술만 좇다 보면 물질문명에 매몰될 수 있는 만큼 인간은 그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장 교수는 후자에 속한다. 그는 우리 뇌가 인간 고유의 능력인 성찰, 양심, 인성 등 보편적 가치들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AI가 바짝 뒤쫓고 있는 세상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건 똑똑한 뇌보다 ‘좋은 뇌’를 추구하는 최근 뇌교육계의 핵심 이슈이기도 하다. 여기서 좋은 뇌란 ‘자기 성찰 능력’을 말한다.

“뇌교육계는 뇌 기능을 높이는 ‘똑똑한 뇌’는 지양한다. 20세기, 결과만을 중시하던 때에는 아이큐(IQ) 높이는 걸 목표로 뇌를 계발했을 뿐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메커니즘, 이를테면 정서 등에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감정은 억누르는 것이라고 학습했다. 그런데 수많은 연구를 거듭하며 창의성 개발에 정서가 아주 밀접하다는 것이 밝혀졌고, 현재는 메타인지(자기 성찰 능력)가 뇌교육계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메타인지는 인간의 고유 기재다.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구현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지식 중심’ 시대가 소멸했다는 선언이다. 유발 하라리 등 세계적 석학들도 앞으로는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보탰다. ChatGPT처럼 똑똑한 AI가 점점 많이 나오면 지식은 검색만 하면 얻을 수 있다. 하지만 AI가 메타인지를 갖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정보에 종속될 것인가, 활용할 것인가

메타인지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한들 인간이라면 누구나 뇌를 계발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 같은 뇌를 갖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출시 2개월 만에 1억 명의 사용자가 ChatGPT로 몰려든 것은 그런 니즈의 반향이다. 이런 상황에서 메타인지를 위한 뇌 훈련이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이 같은 물음에 대한 장 교수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메타인지야말로 훗날 AI를 위시한 지식 범람 시대에 인간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주장이다.

“정보화사회가 가속화될수록 인간은 ‘정보에 종속된 그룹’과 ‘정보를 활용하는 그룹’으로 나뉠 것이다. 정보에 종속된다는 건 자기 의견이 없는 무조건적 수용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게임 중독자와 프로게이머 둘 다 게임을 하지만 자기 주도성이 있는 사람은 프로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중독에 빠진다. 게임 중독자처럼 무비판적으로 무언가에 ‘수용당하는’ 경우를 종속됐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향후 메타인지는 뇌의 중요한 능력이 될 것이다.”

장 교수는 또 우리 뇌가 수렵-농경-산업-정보화 사회를 거치면서 바뀐 환경에 잘 적응해 온 것처럼 정보를 빠르게 검색하는 세상에서도 시대 흐름에 편승해 빠르게 적응해 나갈 것으로 예측했다. 즉 뇌의 핵심 기능 가운데 신체를 움직이는 능력보다 사고, 판단, 의사 결정, 질문 등의 기능이 우위에 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호모사피엔스 출현 이후 뇌는 진화하지 않았다. 그저 환경에 따라 뇌를 쓰는 패턴이 달라지다 보니 그에 맞게 뇌 기능이 바뀐 것이다. 뇌는 지식, 신체, 감정을 총괄하는데 그중 지식, 판단, 질문 등의 기능만이 월등히 쓰인다면 밸런스가 깨질 것이다. 상대적으로 정서나 신체 능력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결국 빠르게 지식을 습득하는 AI 시대에는 오히려 천천히 시간을 두고 뇌를 훈련하는 인간의 자연 교육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인간의 전통 교육 방식을 저버리지 말아야 할 이유다.”

 

뇌는 지식, 신체, 감정을 총괄하는데

정보화시대를 맞아 판단, 질문 등의

기능만이 쓰인다면 밸런스가 깨진다.

그땐 천천히 뇌를 훈련하는

지금의 교육법이 대안이 될 것이다.

Profile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
한국뇌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