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story] 종이를 스치는 손맛, 우리는 이미 중독됐다. 파버카스텔
필기구의 효용이 사라져 가는 디지털 시대. 그럼에도 파버카스텔은 명품으로서의 가치를 꿋꿋이 지키고 있다.
수 세기 동안 계속되어 온 파버카스텔 성공의 바탕에는 ‘평범한 일을 비범하게 하자’라는 원칙이 있다.우리는 항상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수년간의 경험을 가치있게 사용했기 때문이다.
- 8대 회장 안톤 볼프강 파버카스텔
Part 1. 독일에서 시작된 연필의 혁신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문구
파버카스텔은 사람으로 치면 올해 262세다. 1761년 독일 캐비닛 제조업자였던 카스파르 파버(Kaspar Faber)가 만들었다. 공장에서 캐비닛을 만들다가 남는 시간에 연필을 만들어 판매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후 지금까지 파버 가문이 가족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이 오래된 연필 브랜드는 2023년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문구 1, 2위를 다투고 있다. 2011년부터 12년 동안 무려 33% 성장했고, 2021년에는 매출만 5억6000만 유로(약 7600억원)를 기록했다. 전 세계 22개국에 지사를 두고 14개국의 생산 공장을 활발히 가동하고 있으며, 완제품은 120개국에 빠르게 공급되고 있다.
파버카스텔의 행보는 스마트폰을 위시한 디지털 세상에서도 성장세가 멈추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파버카스텔 제품은 편의성과 효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인체공학을 기반으로 설계해 편안한 손잡이, 탁월한 컬러 표현력, 잉크의 부드러움 등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하기 위한 노력이 모든 디자인의 기초다.
연필의 ‘표준’ 제시
파버카스텔을 세상에 널리 알린 건 4대 회장 로타르 폰 파버(1817~1896) 백작이다. 항간에는 “창립자는 카스파르 파버지만 지금의 파버카스텔을 만든 건 로타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특히 연필을 16단계의 경도 체제로 만들고 H(Hard, 강도)와 B(Black, 농도)로 연필심을 세분화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또 ‘A.W.Faber’라는 이름으로 상표등록을 하는 등 세계 최초로 필기류의 브랜드화를 이뤄냈다.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흑연심을 만들기 위해 시베리아 흑연 광산에서 원자재를 개발한 것도 그가 해낸 일 중 하나다. 1898년에는 지금의 파버카스텔이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파버 가문 상속녀 오틸리에 폰 파버와 독일 귀족 가문의 자제 알렉산더 카스텔 뤼덴하우젠이 혼인하면서 두 가문의 이름을 본떠 회사 이름을 파버카스텔(Faber-Castell)로 바꿨다.
알렉산더는 파버카스텔의 6대 회장 자리에 올라 육각형 연필을 세계 최초로 고안하는 등 혁신을 보여줬다. 원통형 연필의 ‘잘 굴러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한 획기적 디자인이었다. 이에 육각형 연필은 불티나게 팔렸고, 필기구 업계에 육각형 제작 붐을 일으켰다.
Part 2. 명품을 만든 브랜딩 전략
다크 그린 & 골드가 주는 고급스러움과 창의성
파버카스텔은 승승장구했다. 1900년대 초반 미국, 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으로 판매 루트를 확장했고, 1960년부터는 프랑스 진출을 시작으로 오스트리아, 아르헨티나, 페루 등에 공장을 추가로 짓고 제품 생산량을 늘렸다.
그 유명한 암녹색 ‘카스텔9000’ 연필도 이 같은 발전 과정에서 탄생했다. 카스텔9000은 1905년 처음 생산한 이래 지금까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특유의 짙은 녹색은 친환경 수성 페인트라는 점에서 깨끗하고 인위적이지 않은 이미지를 형성했다. 더불어 반짝이는 금박으로 쓴 브랜드명은 암녹색 배경과 조화를 이루며 고급스러움을 자아냈다. 암녹색과 금색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카스텔9000의 지속되는 인기에 대중은 암녹색과 금색을 파버카스텔을 상징하는 컬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가능성을 엿본 파버카스텔은 계속해서 브랜드의 이미지를 ‘친환경’, ‘자연’, ‘고급’ 등의 키워드로 밀고 나간다. 그리고 ‘파버카스텔은 곧 고급스럽고 창의적’이라는 이미지를 대중에게 심어주었다.
고흐, 괴테, 칼 라거펠트… 예술가가 사랑하는 연필
파버카스텔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이미지도 브랜드를 고급스럽게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현재 파버카스텔 제품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직, 예술가, 디자이너 등이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제품에 지적이고 창의적 이미지를 배가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이를테면, 유명한 예술가와 그가 사용하는 물건이 대중에게는 하나로 동화되어 인식되는 식이다. 대표적인 예가 화가 빈센트 반 고흐를 비롯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쓴 대문호 볼프강 폰 괴테, 노벨상 수상 작가 귄터 그라스와 헤르만 헤세, 현대 추상화의 시조인 파울 쿨레, 영국 국왕 찰스 3세, 샤넬의 부흥을 이끈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등이다.
세계 최고 반열에 오른 이들이 파버카스텔에 애정을 드러낸 만큼 브랜드의 이미지는 자연스레 명품 필기구로 자리매김했다. 파버카스텔의 고급 필기구 라인인 ‘그라폰 파버카스텔’이 탄생한 건 높은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1993년 론칭한 그라폰 파버카스텔은 장인의 핸드메이드 방식을 고집하는 데다 보석, 천연 우드 등의 고급 소재를 사용해 제작했다.
“이 연필은 딱 알맞은 굵기에 부드럽고 질도 좋아. 검은색이 아름답고 큰 그림을 그릴 때 좋더군. 부드러운 삼나무로 만들었고, 겉은 ‘짙은 녹색’이야.” - 빈센트 반 고흐, 화가 안톤 반 라파르트에게 보낸 편지 중
Part 3. 지속 가능 경영의 원조
자연에서 받은 고마움, 다시 자연으로
친환경 캠페인도 파버카스텔 인기의 한 축을 지탱한다. 파버카스텔은 연필, 색연필, 수채화용품, 볼펜, 샤프, 지우개 등 다양한 종류의 문구용품과 미술용품을 생산하지만, 그에 따라 파괴되는 자연을 되돌려 놓는 데 막대한 힘을 쏟고 있다.
이 캠페인은 기업의 8대 회장 안톤 볼프강 파버카스텔이 처음 시작했다. 그는 파버카스텔이 매년 15만 톤 이상의 목재를 사용하는 만큼 그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을 지겠다고 발표했다. 30년 넘도록 가꾸고 있는 파버카스텔 숲이 대표적이다. 브라질 남동부에 조성한 1억㎡ 규모의 소나무 숲은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효과를 인정받아 UN으로부터 UNFCC(유엔기후변화협약) 인증서를 받기도 했다. 이 숲의 3분의 1은 멸종위기 동식물을 위한 보금자리로 조류 200여 종, 포유류 50여 종이 서식하고 있다.
산림 프로젝트는 콜롬비아에서도 진행 중이다. 황폐한 땅을 개간해 소나무를 심고 쓸모 있는 목재로 키우는 데 15~29년 투자한다. 또 나무 연필을 생산하는 파버카스텔 제조시설은 과학자와 환경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산림인증(FSC) 요건을 충족했다. 현재 파버카스텔은 95% 이상의 목재를 지속가능성이 입증된 산림에서 얻고 있다. 이 모든 건 환경이야말로 창의성을 발휘하는 인간이 생활할 수 있는 토대라는 기업가 정신에서 비롯되었다.
드로잉하는 동안 나를 가장 즐겁게 하는 것은 드로잉하고 있는 것 자체다. 내게 드로잉은 숨을 쉬고 글을 쓰는 것과 같다. 이런 일이야말로 나를 가장 편안하게 해준다. - 칼 라거펠트(샤넬 전 수석 디자이너)
Part 4. 파버카스텔 스테디셀러
연필 라인
카스텔9000
경도를 열여섯 가지로 구분한 파버카스텔의 연필, 1400원.
폴리크로모스
전문가용 색연필로 탁월한 색감과 풍부한 표현력을 제공한다. 3500원.
알버트 뒤러
미세한 컬러링 작업부터 넒은 면적의 채색까지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수채색연필로 드로잉 디자이너 등의 전문가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3500원.
그립 색연필
어린이를 위한 색연필로 개발한 그립 색연필은 손의 피로를 덜어주는 인체공학적 삼각형 모양으로, 손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고안된 그립 도트가 특징이다. 옷에 묻어도 쉽게 지워지며, 고급 수채 안료를 사용한 심 덕분에 수채화 그리기 작업도 가능하다. 1700원.
펜 & 만년필 라인
파버카스텔 피트 아티스트 펜
일러스트레이터, 스케치 아티스트, 어번 스케처 등에게 인기 있는 고품질의 인디언 잉크 펜. 3800원.
그라폰 파버카스텔 퍼펙트 펜슬
깔끔하고 간결한 디자인으로, 연필 자체 외관에서 고급스러운 품격이 느껴진다. 연필의 길이를 연장해 주는 익스텐드 캡 안에 샤프너가 감춰져 있고, 연필의 엔드 팁 안에는 리필 가능한 지우개가 내장되어 이 연필 하나만 있으면 필기와 수정, 샤프닝이 모두 가능하다. 35만(백금)~65만원(순은).
그라폰 파버카스텔 2022년 올해의 펜
올해의 펜에 영감이 되는 주제는 주로 인류 역사에 커다란 업적을 남긴 인물과 시대에 대한 이야기다. 2022년 올해의 펜 주제는 아즈텍문명으로, 인간의 유한한 삶과 무한한 예술성에 대한 경외감을 드러내고 있다. 만년필 650만원, 수성펜 600만원.
엠비션
2030세대 젊은 리더를 위한 고급 만년필. 우드, 레진 등 고급 소재를 사용해 오랜 기간 필기구 입문자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특히 엠비션 레진 시리즈는 다양한 배럴 색상과 패턴감으로 마니아층이 탄탄하다. 우드 19만~23만원, 레진 13만~15만원.
기로쉐 블랙
물결 무늬의 선 패턴인 기로쉐 패턴을 구현한 그라폰 기로쉐 블랙 시리즈는 사용자로 하여금 정교한 필기감과 아름다운 블랙 컬러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수작업으로 완성한 세밀한 컬러 레이어링의 배럴은 은은한 광택감이 돌아 고급스러움을 전한다. 만년필 57만원, 수성펜 40만원, 볼펜&샤프 35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