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마저 잊을 순 없다, 치매 예방법
치매도 관리가 가능하다는 사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크다.
푹 자고 열심히 생각하자
흔히 치매는 예방도, 치료도 불가능한 질환으로 인식되곤 한다. 그러나 치매도 적절히 관리하면 예방은 물론 증상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이동영 교수 역시 ‘지피지기(지키자, 피하자, 지속하자, 기쁘게)’를 통해 치매 예방에 힘쓸 것을 권했다. 이 교수가 강조하는 ‘지피지기’의 핵심은 위험 요인을 줄이고 뇌를 보호하는 요인은 강화하는 것. 뇌혈류를 개선하는 운동과 낱말 맞추기, 독서 등 뇌세포를 자극하는 활동뿐 아니라 혈당 관리, 생활 습관 교정 등을 아우른다. ‘지피지기’를 실천하기 전, 선행되어야 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숙면’이다. 나이가 들면 신체 기능이 저하되고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 불면증에 시달릴 수 있다. 불면증은 치매뿐 아니라 당뇨, 심장병, 우울증, 불안장애 등 각종 질병 위험을 높이고, 불면증으로 인한 고혈압, 당뇨 등은 다시 치매의 위험 요인이 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된다. 치매 예방을 위해 잘 자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또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뇌에 치매 단백질이 쌓여 뇌신경 세포가 파괴되면서 뇌 건강에 빨간불이 켜진다. 치매 예방에 뇌 건강, 특히 뇌혈관 건강은 매우 중요하다. 혈관 건강 악화는 곧 치매 위험을 높이거나 치매환자의 대표적인 사망 원인으로 이어진다. 신문이나 책 읽기, 일기 쓰기 등 뇌를 자극하는 적극적인 인지 활동은 혈관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데 유용하다. 필라테스, 요가처럼 동작을 외워야 하는 스트레칭 운동은 인지 활동과 유산소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어 더 효과적이다. 인지 활동을 하면 기억력, 정보 처리 속도, 사고력, 추론 능력 등이 향상돼 인지 기능 저하 예방에 도움이 된다.
꾸준히 움직이자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인지 활동만큼이나 신체 활동도 중요하다. 중년에 신체와 뇌 활동을 활발히 하지 않으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3배 정도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운동을 하면 치매를 일으키는 독성 단백질(Aβ-42)의 축적량이 감소하고 총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아진다. 이왕이면 운동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시작하는 게 좋다. 거창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뇌신경 세포가 살아나 치매 예방은 물론 증상의 진행 속도를 5년 정도 늦출 수 있다. 치매를 예방하는 데 운동은 신체 활동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운동 목표 수립, 일정과 날씨 확인 같은 사소한 활동은 뇌를 움직이게 하고, 주변 환경 살피기, 주변 사람과의 교류 같은 사회 활동은 뇌를 자극해 우울증, 스트레스 등 치매를 유발하는 인자의 활성을 낮춘다. 또 목표 성취에 대한 만족감과 행복감 등은 뇌에 긍정적 자극을 준다. 햇볕을 쬐며 땅을 밟고 걷는 행위는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하고, 이는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을 준다. 30분 이상 걷기, 자전거 타기, 손가락 체조 등은 일상생활 중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이다.
혈당이 높으면 치매 위험도 높다
치매환자는 대개 동반 질환이 있다. 이는 동반 질환 발병 예방이 곧 치매 예방의 지름길이라는 얘기다. 치매와 밀접한 동반 질환으로는 고혈압이 가장 많고, 위염·만성요통· 알레르기·당뇨병·뇌졸중·우울증·천식 같은 만성질환이 대부분이다. 특히 혈당이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혈관성 치매 위험이 2배,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은 1.6배 높다. 당뇨로 인한 혈당 변화가 뇌 기능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혈당이 높으면 뇌혈관이 손상되어 혈관성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철저한 혈당 관리는 당뇨 예후는 물론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음식은 노인의 기억력 등 인지 능력 향상에 직접적 도움을 준다. 고기, 생선, 달걀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은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다. 단백질 부족은 뇌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 생성을 방해해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대한노인병학회는 노년기에는 체중 1kg당 1.2g의 단백질 섭취를 권장한다. 이와 함께 다양한 채소 반찬을 곁들이면 좋다. 과일과 채소에는 ‘라이코펜’, ‘로즈메린산’ 등의 항산화물질이 있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치매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치매 진행을 늦춘다고 알려진 지중해식 식단을 실천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나친 음주와 흡연은 뇌세포를 파괴하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담배 속 니코틴 성분은 뇌혈관을 수축해 뇌의 혈액순환을 저해하고, 과음과 습관적 음주는 뇌의 노화를 촉진한다. 또 담배의 각종 유해 성분은 고혈압과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기억 중추를 마비시킬 뿐 아니라 혈관 및 신경세포에 치명적 영향을 준다. 습관적 과음은 뇌세포를 파괴해 알코올성 치매를 일으킬 수 있다. 술을 여섯 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1.5배 이상 증가한다.
치매를 알고, 나를 알자
이동영 교수가 말한 치매 예방법 ‘지피지기’는 <손자병법>에 나오는 지피지기(知彼知己)도 해당한다. 상대를 잘 알아야 이길 수 있다는 뜻이다. 치매는 진단명이 아니라 특정 증상군을 통칭하는 것으로, 알고 보면 원인이 50가지가 넘는다. 따라서 치매 진단 검사를 통해 원인을 정확히 파악한 후 서둘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치매를 조기 발견해 초기 단계에서 치료를 시작하면 증상 악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 치매 초기 단계부터 약물 치료 시 5년 후 요양시설 입소율이 55% 감소하며, 8년간 약 7800시간, 약 6400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치매국가책임제가 시행되면서 정부에서는 60세 이상 노인에게 치매선별검사를 무료로 실시한다. 치매선별검사는 약 15분간 소요되는 간이 정신 상태 검사를 통해 인지 감퇴가 있는지 평가하는 것으로, 이상이 있으면 치매진단검사와 치매감별검사를 지원한다. 또 자가 진단을 통해서도 치매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수시로 중요한 사항을 잊거나 해를 거듭하면서 건망증이 심해진다면 자가 진단 테스트를 해보고, 이후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자.
치매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
아래 문항을 읽고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 느낌과 일치한다면 체크하자.
1 당신은 기억력에 문제가 있습니까?
2 당신의 기억력은 10년 전보다 저하되었습니까?
3 당신은 기억력이 동년의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나쁘다고 생각합니까?
4 당신은 기억력 저하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낍니까?
5 당신은 최근에 일어난 일을 기억하는 것이 어렵습니까?
6 당신은 며칠 전에 나눈 대화 내용을 기억하는 것이 어렵습니까?
7 당신은 며칠 전에 한 약속을 기억하기 어렵습니까?
8 당신은 친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기 어렵습니까?
9 당신은 물건 둔 곳을 기억하기 어렵습니까?
10 당신은 이전보다 물건을 자주 잃어버립니까?
11 당신은 집 근처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습니까?
12 당신은 가게에서 사려고 하는 두세 가지 물건의 이름을 기억하기 어렵습니까?
13 당신은 가스불이나 전깃불 끄는 것을 기억하기 어렵습니까?
14 당신은 자주 사용하는 전화번호(자신 혹은 자녀의 집)를 기억하기 어렵습니까?
체크 항목이 6개 이상이라면 가까운 보건소에 들러 치매 조기 검진을 받아보기를 권한다.
*출처: 보건복지부·중앙치매센터 <2022 나에게 힘이 되는 치매 가이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