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수술, 어디까지 왔을까?
2000년대 초반 도입된 로봇수술은 영역을 빠르게 확장했다. 현 시점, 로봇수술이 적용되고 있는 주요 질환들을 알아본다.
기술 고도화된 로봇으로 치료하는 시대
수술 장비의 발전과 더불어 ‘최소침습수술’이 각광받고 있다. 최소 침습수술이란, 수술 시 절개부위를 최소화한 수술법으로 ‘복강경 수술’과 ‘로봇수술’이 이에 해당한다. 절개가 적은 만큼 수술 후 통증, 감염, 흉터가 발생할 위험이 적고, 수술 후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피부를 절개하는 개복수술 대신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중 로봇수술은 혈관, 신경 등에 손상을 주지 않고 정밀하게 수술할 수 있어 더욱 각광받는 수술방법이다. 로봇수술은 의사가 환자의 인체에 삽입된 수술기구를 원거리에서 조종해 수술하는 걸 말한다. 수술 부위를 3차원 입체 영상으로 확대하기 때문에 정밀하게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몸속에서 세밀한 동작이 가능하다.
또한 사람의 손 떨림을 보정해 수술을 보다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끔 돕는다. 이 같은 장점 덕에 비뇨기과, 갑상선질환, 외과, 산부인과 등 다양한 질환에 적용되고 있다.
로봇수술 가능한 주요 질환들
간암
간은 영양소 대사·해독 등 우리 몸에서 중요하고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이 때문에 간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신체 곳곳에 이상 증세가 나타난다. 간 기능에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간암이 대표적이다. 간암은 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간세포에서 기원하는 악성 종양으로, 만성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 지속적인 과량의 음주, 간경변 등에 의해 발생한다.
간암은 예후가 좋지 않은 질환이지만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 가능성이 높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간암의 평균 5년 생존율(2018년 기준)은 37%로 낮지만, 조기 발견 시 생존율이 59.8%까지 높아진다.
무엇보다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간 절제술’을 시도해볼 수 있다. 간 절제술은 초기에 발견하여 암 병변의 크기가 크지 않으면서, 간 절제 후 나머지 간 조직이 기능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을 때, 그리고 다른 장기로 암 전이가 되지 않았을 때에 한해 시행할 수 있는 수술법이다. 절제 부위는 암종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달라지며, 간 절제술 후 남아 있는 간은 재생 과정을 거쳐 보통 6개월이 지나면 회복된다.
간 절제술은 개복수술과 최소침습시술로 진행할 수 있는데, 상처와 통증이 두렵다면 로봇수술이 방법이 될 수 있다. 개복수술로 진행하면 복부에 긴 상처가 남는 반면, 로봇수술의 경우 수술 기구가 들어갈 정도의 작은 구멍 5개와 잘라낸 간을 꺼낼 상처만 생기기 때문이다. 이때 간을 꺼내는 상처도 팬티 라인에 가려지기 때문에 개복수술에 비해 미용적인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수술 절개 부위가 작아 입원 기간, 수술 후 통증 역시 적은 편이다. 개복수술과 비교해 출혈량은 월등히 적은 반면 회복 수준은 동일해 환자 만족도 또한 높다.
담낭 질환
흔히 쓸개라고도 불리는 담낭은 담즙을 농축,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담즙은 소화관으로 분비돼 소화를 돕는 액체로, 간에서 만들어져 담도를 따라 내려가 담낭에 저장되고, 이후 담낭에서 소화기관으로 분비된다. 이처럼 소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담낭에는 다양한 질환이 생길 수 있다. 담낭에 돌이 생기는 담석증, 담낭에 염증이 생기는 담낭염, 그리고 담낭 세포에 악성 종양이 생기는 담낭암 등이 대표적이다.
담낭 질환에 효과적인 치료법으로는 담낭절제술이 있다. 담낭 질환은 특별한 증상이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치료대상이 아니나, 증상이 나타나고 합병증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담낭을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특히 담석이 크거나 담낭염이 있을 경우, 그리고 담낭암인 경우에는 합병증 및 재발 위험이 높아 담낭절제술이 권고된다.
담낭절제술 역시 개복수술, 최소침습수술로 시행한다. 개복수술은 15cm 정도 피부를 절개한 후 진행되며 복강경수술과 로봇수술은 작은 구멍 1~4개를 뚫어 수술한다. 주목할만한 점은, 로봇수술의 경우 최근 절개창 하나만으로도 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발전했다는 점이다. 이를 ‘단일공 로봇 담낭절제술’이라 하는데, 이는 절개창이 적어 통증이나 흉터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최근 국내 연구진을 통해 단일공 로봇 담낭절제술에 대한 안정성이 규명되기도 할 만큼 이점이 많은 수술법이다.
자궁근종
산부인과에서는 로봇수술을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등 다양한 질환의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로봇수술은 손 떨림 보정과 넓은 관절 가동 범위, 섬세한 관절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몸속 깊은 곳까지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 이러한 특장점은 개복수술을 해야만 했던 거대 자궁근종이나 심한 유착이 있는 부인과 질환에 유용하게 작용한다.
자궁근종은 자궁을 이루고 있는 근육층에 생기는 양성 종양으로, 가임기 여성의 약 20% 정도가 가지고 있다고 알려졌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자궁근종은 크기가 작거나 증상이 없다면 치료 없이 근종의 크기를 관찰한다. 하나 근종의 크기가 커지거나 개수가 많을 때, 근종이 자궁 경부에 있을 때는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 시에는 근종만 제거하거나, 심할 경우 자궁 전체를 절제하기도 한다.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에 있어야 할 자궁내막 조직이 나팔관, 난소 등에 퍼지고, 이로 인해 심한 생리통이 생기는 질환이다. 자궁 내막증 치료로는 약물치료, 수술치료를 진행하는데, 약물치료만으로는 병변을 제거할 수 없어 대부분 직접 병변과 골반 내 장기와 조직의 유착을 제거하는 수술치료가 필요하다.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등 부인과 질환을 치료할 때 정밀한 로봇수술을 활용하면 자궁 및 난소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염증, 유착 등 수술 후 부작용 발생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자궁의 기능을 최대한 보존해 환자들의 가임력을 보존할 수 있다.
전립선암
국내 사망원인 1위인 암은 여러 원인으로 세포의 유전자에 변화가 일어나면서 비정상적으로 세포가 변해 불완전하게 성숙하고, 과다하게 증식한 상태를 말한다. 암 치료법에는 크게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등이 있는데, 수술치료 시 로봇을 활용하면 종양 및 제거가 필요한 병변을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다. 또한 암의 컨트롤이나 합병증을 줄이는 면에서도 장점이 있기 때문에 암 치료에 로봇수술이 적극 활용된다. 특히 사람의 손이 들어가기 힘든 까다로운 암 수술에서 로봇수술이 빛을 발한다.
전립선암은 좁은 골반 속에 있고 주위에 혈관과 신경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수술하기 까다로운데, 로봇수술을 활용하면 종양을 정밀하게 제거하면서 방광과 요도괄약근 등 주변 조직을 보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립선암의 흔한 합병증인 요실금과 발기부전의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 전립선 주위의 섬세한 박리와 봉합이 가능해 출혈량과 통증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갑상선암
로봇수술은 전립선암 외에도 갑상선암, 위암 등 다양한 암종에 적용될 수 있다. 갑상선암의 수술법은 크게 일반 절개수술과 내시경절제술, 로봇수술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절개술은 목 아래쪽에 5~10cm 정도를 절개해서 갑상선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외과의사가 육안으로 보고 직접 손으로 수술할 수 있어서 수술 시 시야 확보가 좋고 정확하고 안전한 수술을 할 수 있지만 목에 흉터가 보이거나 남는 단점이 있다. 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내시경절제술 또는 로봇수술을 시행한다. 내시경절제술은 크기가 작고 주변 조직이나 림프절로의 전이가 심하지 않은 경우에만 시행한다. 반면 로봇 수술은 흉터와 합병증 발생을 최소화할 뿐 아니라 미세한 부갑상선 혈관 및 목소리 신경을 보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암 치료에 도움을 주는 로봇수술은 전립선암, 갑상선암 외에도 위암, 직장암 등 다양한 암종에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