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행복한 삶을 위한 치료 길잡이, 영상의학과 수의사 이현아

말 못하는 반려동물은 몸짓과 눈빛으로 건강 상태를 표현한다. 이현아 수의사는 반려동물이 자신의 곁에서 편안한 표정일 때 함께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2023-10-25     윤새롬 에디터

동물을 사랑한 한 수의대생은 임상 수의사라는 정해진 길보다 좀 더 넓은 세상에서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을 선택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후에도 수의사가 되고 싶었던 꿈은 옅어지지 않았다. 임상 수의사가 된 후에도 지식과 경험을 쌓아 나가는 시간의 연속성을 쉽게 끊을 수 없다는 생각에 새로운 일에 망설임 없이 도전했다. 영상의학과 수의사이자 펫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에서 동물병원 얼라이언스를 총괄하고 동물병원 EMR(Electronic Medical Record)기획에 참여하고 있는 이현아 수의사는 현재 꿈과 삶의 목표를 모두 잡았다. 반려인이자 수의사로서 지내는 일상이 소중하다는 그녀의 펫 라이프를 들여다봤다.

 

ⓒ이현아

 

영상의학과를 선택한 계기가 궁금하다

많은 수의과대학 학생들이 치열하게 고민하듯 나 역시 그랬다. 영상의학과의 ‘영상’이라는 단어에 접근했을 때 매우 직관적으로 내가 이 학문을 좋아할지에 대한 판단을 해봤다. ‘내가 엑스레이나 초음파 영상, CT나 MRI 등에서 병변을 찾아내는 것을 좋아할까?’라는 질문에 곧바로 “yes!”라는 답이 떠올랐다.

 

영상의학과 수의사의 매력은 무엇인지

사람과 달리 동물은 현재 상태에 대해 대답하지 못한다. 간접적으로 보호자가 동물의 증상을 관찰해 대변할 뿐, 진짜로 중요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문진만으로는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진료실에서 보호자를 만나서 상담하고 바로 처방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검사’가 동반되어야만 적절한 처치, 처방 그리고 수술이 가능하다. 영상 검사는 동물병원에서 진행하는 여러 검사 중 하나이고, 결과에 따라 치료 방향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간혹 여러 검사를 진행해도 명료하게 하나의 진단명이 나오지 않기도 한다. 이때 주치의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치료 방향을 정한다. 영상 검사를 통해 여러 감별 진단이 내려졌을 때 그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검사를 해보자고 제안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다음 진단을 위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또한 보호자가 최소한의 검사를 원하는 바람에 필요한 검사를 못하는 주치의가 있다면 절충안이 될 수 있는 제안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더 나은, 그리고 올바른 치료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바로 영상의학과 수의사의 매력이자 보람이다.

 

함께 살고 있는 반려동물 자랑 좀 해달라

‘세지’라는 비글과 함께 살고 있다. ‘가짜 비글’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겁이 많다. 활발하고 생기 넘치는 비글미를 발산하는 순간은 오직 내 손에 간식이 있을 때뿐이다. 한 번은 새로 산 드라이어 소리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꼭꼭 숨어서 온 집안을 뒤져 겨우 찾은 적도 있었다. 차 소리를 워낙 무서워해 산책도 큰 미션이 된다. 하지만 이렇게 겁이 많은 녀석이 신난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이때 ‘반려동물이 주는 행복을 온전히 대신할 수 있는 인생의 순간이 몇이나 될까’라고 생각한다. 이 감정은 느껴본 사람만이 안다.

 

ⓒ이현아

 

반려동물과 함께 출근도 하는지

근무했던 영상실에 세지가 함께 있을 만한 공간 여유가 있어 6년 내내 함께 출근했다. 병원 식구들이 사랑을 준 덕분에 내가 진료하느라 바쁜 날에는 종종 세지 상태를 보고 받았다. 나보다 더 세심하게 신경 써 준 덕분에 세지가 무척 행복했을 것 같다.

 

수의사 반려인으로서 일반 반려인들에게 알려줄 만한 팁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반려동물이 병원에 내원하는 경우는 반려인들이 이상함을 감지했을 때다. 그런데 그 기준은 사람마다 매우 다르다. 평소와 조금 다른 행동 때문에 내원을 하기도 하고, 이상을 감지하지 못해 병이 많이 진행된 후에 내원하는 경우도 있다. 전자의 경우라면 차라리 다행이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안타까운 상황도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평소에 지인들에게 ‘차라리 조금 예민하게 굴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주변에서 종종 반려동물의 증상을 이야기하면서 병원에 가야 하는지 물어보는데, 어느 병원에 가라는 조언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좀 지켜보라고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반려동물 건강검진 항목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건강검진의 구성은 일반적으로 신체검사, 혈액검사, 요검사, 항체가검사, 치과검사, 방사선검사, 초음파검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병원별로 구성된 항목은 다를 수 있고, 가격대별로 기본적인 검진부터 상세한 검진까지 다양하다. 심장 검진, 안과 검진, 치과 검진처럼 특화된 검진 프로그램이 있기도 하다.

 

ⓒ이현아

 

나이대별로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 예방할 수 있는 질환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1세 무렵에 건강검진을 받으면 선천적 질환을 확인할 수 있다. 품종마다 호발하는 선천적 질환이 있는데, 너무 이른 시기에는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1세 정도에 검진하는 것이 좋다. 조기에 발견해 수술하거나 약물적 치료를 하면 질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7~8세 때에는 조기에 발현된 노령성 질환을 초기에 진단할 수 있고, 10세 이상부터는 결과에 별다른 이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수의사로서 굳이 밝히고 싶지 않은 부끄럽고 슬픈 과거지만, 도움이 될까 싶어 이야기를 꺼내본다. 어릴 적 함께 살았던 반려견이 있었는데 7세 때 신경 증상이 발현되어 병원에 내원했다가 ‘간문맥전신단락’이라는 진단을 뒤늦게 받고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입양 당시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었다면, 혹은 건강검진을 한 번이라도 받았다면 간 크기가 작은 것을 확인하고 치료를 통해 더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었을 텐데’하는 후회가 남는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

행복한 감정이 표정으로, 편안함이 눈빛으로, 안전함이 몸짓으로 느껴질 때다. 이 소중한 생명체가 안락하게 내 곁에 있을 때 어느샌가 함께 행복해진다. 반려동물은 사람보다 이러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시기가 더 짧기 때문에 소소한 행복도 소중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