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과 섬세함으로 환자와 무한 신뢰를 쌓다, 장봉환 수의사 & 유희진 실장 부부

굿모닝펫 동물병원은 국내 1인 동물병원의 성공 모델로 꼽힌다. 반려동물 진료를 맡고 있는 장봉환 원장과 운영 및 마케팅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유희진 실장을 만난 뒤 그 비결을 단번에 알았다.

2024-01-08     윤새롬 에디터
ⓒ 굿모닝펫 동물병원

D 1인 동물병원을 운영하기로 결정한 계기가 궁금하다

장봉환 원장(이하 장) 초창기에는 여러 명의 수의사와 함께 동물병원을 운영했다. 수의사가 많으면 환자를 많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일이 체크할 것이 많아 번거로웠다. 그러다 보니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부족해지고, 환자도 집중적으로 케어하기 어려워 결단을 내렸다.

 

D 1인 동물병원의 역할과 차별점이 있을 것 같다

 요즘에는 병원이 대형화되는 추세지만, 개인적으로 1차와 2차 병원이 하는 역할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1차 병원은 비교적 가벼운 질환을, 2차 병원은 그보다 긴급하거나 중대한 질병을 보지 않나. 이처럼 1차 병원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모든 환자를 다 품으려고 하기보다 2차 병원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그 병원을 추천해 협업해야 환자에게도 좋다. 이 역할을 분명히 구분하는 것이 1인 동물병원의 역할이자 차별점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심부전의 경우, 우리 병원에서 볼 수 있지만 옆에서 전담해서 호흡이 어떤지 등 환자의 상태를 24시간 디테일하게 살펴야 하기 때문에 중환자에 특화되어 있고 외과적 인력이 더 많은 병원을 추천한다. 반면 중성화나 치아 관련 수술은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병원에서 맡아 진행한다.

 

D 병원을 둘러보니 섬세함이 돋보이는데, 뚜아 검진도 그중 하나인 것 같다

유희진 실장(이하 유) 오랫동안 함께하다 떠난 반려견이 있다. 그 친구 이름을 따서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뚜아는 이틀 정도만 아프다가 떠났다. 이게 정말 행복한 일인데, 잘 생각해 보니 뚜아는 평소에 검사를 많이 받았더라. 다른 반려동물도 뚜아처럼 많이 아프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꼭 필요한 항목으로 구성해 뚜아 검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또 보호자들이 금전적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고 선택할 수 있도록 고려해 1년에 한 번씩 뚜아 검진을 받도록 추천하고 있다. 뚜아 검진을 진행할 때는 “뚜아가 주는 선물을 받으세요”라는 말을 꼭 한다. 뚜아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정말 행복하다. 지금 생각해도 이름을 참 잘 지은 것 같다.(웃음)

ⓒ 굿모닝펫 동물병원

진정성을 담은 진료에 섬세한 케어를 더했더니

환자들이 먼저 알아보더라. 그게 참 감사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고 진행하고자 노력한다.

D 뚜아 검진이 다른 검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뚜아 검진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는 혈액검사로 수치를 평가하는 것, 두 번째는 엑스레이와 초음파로 몸 전체의 형태나 문제 등을 파악한다. 마지막은 기타 검사인데 암이나 신부전, 당뇨 같은 질환에 대한 조기 인자를 확인한다. 건강검진의 목적은 조기 진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검진 후에는 결과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법까지 상세히 알려준다. 예를 들어 검사 후 전당뇨 진단을 받았다면 매일 운동하고 음식을 조절하는 방법, 천연 당뇨 보조제 섭취법 등을 알려주고, 이후 수치를 확인하면서 건강 상태를 관리해 주는 것이다.

 

D 최근에 췌장과 관련한 심포지엄에서 강의를 했다고 들었다. 반려동물의 췌장 관리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

 외부 실험실에 검사를 요청하기도 하는데, 소화효소 수치도 검사 결과가 정확하게 잘 나온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러한 수치를 눈여겨본다. 췌장이 좋지 않으면 담낭과 간, 십이지장 등의 상태가 나빠지면서 소화가 잘 안 되고 면역력이 떨어진다. 특히 노령견은 췌장 건강이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평소 검사를 통해 췌장 건강이나 장내 미생물을 체크하고, 유산균이나 소화효소 등을 처방하는 빈도가 많이 늘었다. 실제로 췌장 관련 수치가 굉장히 높은 환자가 있었는데, 설사와 구토가 주 증상이었다. 이때 소

화효소를 처방받고 증상의 주기가 길어지면서 이제는 정상변을보다가 어쩌다가 한 번 설사하는 정도로 개선됐다. 이처럼 노령견은 췌장 관리가 중요한 건강관리 포인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D 20년 동안 한자리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했다. 보호자들이 꾸준히 찾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 병원은 분업화가 확실하게 되어 있다. 진료는 내가, 손님 응대 및 전체 운영은 유 실장이 담당한다. 맡은 역할이 분명하다 보니 나는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다. 또 개인적으로 1차 병원이긴 하지만 좋은 장비에 집착하는 편이다.(웃음) 일단 좋은 장비로 검사를 하거나 수술을 하면 데이터의 정확성이 높아지고, 이는 좀 더 좋은 치료 결과로 이어진다. 우리 병원을 찾는 아이들이 쓰는 거라고 생각하면 당연히 좋은 것을 찾게 된다.

 원장님의 가장 큰 장점은 확신을 가지고 진료를 본다는 것이다. “여러 가능성이 있는데 어떻게 하시겠어요?”보다 “여러 가능성이 있고 치료는 이런 방법이 있는데, 내 생각에는 이 방법이 가장 좋겠다”라고 얘기한다. 이렇게 해야 보호자들이 잘 믿고 따라오면서 좋은 결과도 낼 수 있는 것 같다. 또 다른 장점은 모든 수술 과정을 오픈하는 것이다. 수술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면 오히려 의심이 줄고 신뢰감이 쌓인다.

 

D 독특한 운영 방식도 보호자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데 한몫한 것 같다

 병원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예약제로 운영했다. 첫 오픈 때는 당연히 손님이 없었다. 예약 전화가 오면 오전, 오후 시간을 나눠 적정한 텀을 두고 가능한 예약 시간을 정했다. 이렇게 하면 환자가 몰리지 않아 원장님이 진료 보기에도 수월하고, 항상 병원에 환자가 있는 분위기도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예약제로 운영하다 보니 내년까지 예약이 꽉 차는 일이 발생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얼리버드’다. 기본적으로 한 달에 한 번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꾸준히 진료받는 환자를 위해 1년치를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평생 진료 일정을 잡는 ‘무지개 얼리버드’도 만들었다.

단, 진료 영순위는 응급 환자다. 예약 시간이 됐는데 응급 환자가 들어오면 조금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데, 이때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환자들과 신뢰를 쌓는 비결이다. 이 밖에도 보호자를 의한 양말목 제작 클래스, 의료진을 위한 병원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나눔을 실천한다.

굿모닝펫 동물병원 곳곳에는 유희진 실장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공간이 많다 ⓒDen

D 마지막으로 두 분의 최종 목표가 있다면?

 눈앞의 이익보다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모두가 행복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힘들어하는 분들과 함께하는 클래스를 운영하거나, 유기 동물을 위해 사료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나눔을 실천하면서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모두가 행복한 병원을 오랫동안 운영하고 싶다.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조용한 곳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싶다. 넓은 마당도 있고, 아로마 카페도 있는. 대부분 반려동물이 병원에 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나. 넓은 마당에서 뛰어다니다 진료를 받고, 아로마 테라피도 받는 등 ‘즐기러 올 수 있는 병원’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