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명절이 두렵다, 몸도 마음도 지치는 ‘명절증후군’
명절이 두려운 건 여자만이 아니다. 명절에 몸과 마음이 지치는 것은 남자도 마찬가지. 남자를 속앓이하게 만드는 명절증후군에 대해 소개한다.
설이 다가오면 음식부터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을 위한 용돈, 선물까지 준비할 것이 많다. 또 하나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은 ‘스트레스’에 대한 대비다. 명절이면 과도한 가사 노동, 가족 간 갈등 같은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지치는 이가 많기 때문. 오죽하면 ‘명절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겼을까. 명절증후군은 명절 전후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신체적·정신 적 병증을 뜻한다. 흔히 가사 노동을 많이 하는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장거리 운전, 가족과의 대화 등으로 피로한 남성도 피해 갈 수 없다.
장시간 운전으로 휘청이는 ‘허리 건강’
명절에는 평소보다 오랜 시간을 한 자세로 앉아 있어야 한다. 정체가 심한 탓에 장시간 운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음식을 만들거나 가족과 대화할 때 역시 오랜 시간을 앉아서 보내야 한다. 문제는 앉은 자세는 허리에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이다. 고정된 자세로 앉아 있으면 허리 주위 근육이 경직되고, 혈액순환이 원활히 되지 않는다. 또 앉은 자세의 경우 서 있을 때보다 허 리에 가해지는 부담이 1.5배나 커진다. 여기에 더해 장시간 앉아 있다 보면 자세가 망가지기 십상이다
허리에 힘을 줘 곧게 앉아 있다가도 운전이나 대화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세가 무너지곤 한다. 이처럼 구부정한 자세, 다리를 꼬는 자세 등 올바르지 않은 자세는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을 배가해 허리 통증을 유발한다. 허리 디스크, 척추관협착증 등 척추질환을 앓고 있다면 증상이 더욱 악화될 위험이 높다.
과음·과식, 피로부터 돌연사까지 불러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음주가 곁들여진다. 술자리의 정감을 탓할 수 없지만, 과음은 우리 몸 곳곳에 부담을 준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 술은 200여 가지 질환과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진, 그야말로 만병의 근원이다. 과음은 특히 우리 몸의 화학 공장인 ‘간’에 스트레스를 준다. 간 은 해독, 배출, 영양분 대사 등 중요한 화학 작용을 담당하는 장기로 술 역시 간에서 분해되기 때문이다. 간에 스트레스가 쌓이면 피로,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나타나 삶의 질이 저하된다. 장기적으로는 간 기능 저하, 지방간, 간염, 간암 등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과식도 문제다. 명절 음식은 대개 기름진 편인데, 이를 과하게 섭취할 경우 비만으로 이어지기 쉽다. 비만은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의 대사 내분비질환부터 심뇌혈관질환, 위장관질환, 신경 질환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질병을 일으키는 위험 요소다. 명절 과식은 ‘담석증’을 부르기도 한다. 담즙은 콜레스테롤, 지방, 담즙산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의 비율은 생체 내에서 정확하게 조절되는데, 여기에 변화가 생기면 담즙이 비정상적으로 농축되면서 담석이 생긴다. 비만, 고지혈증 등이 담즙 비율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지방 식단도 주요 위험 인자로 꼽힌다. 명절에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은 뒤 담석증 발병 사례가 증가하는 이유다.
과음과 과식을 함께 하면 건강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치는데, 평소 과음을 하는 사람은 돌연사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연휴심장증후군’ 때문이다. 연휴심장증후군이란 평소 과음을 일삼던 사람이 연휴 동안 알코올과 고열량 음식을 과다 섭취해 부정맥 등 심장 이상 증상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폭음을 하는 도중이나 숙 취가 풀리지 않은 다음 날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숨이 가쁘고, 흉통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심한 경우 의식을 잃거나 부정맥으로 돌연사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과음·과식을 함께 하면 통풍을 비롯해 역류성식도염, 소화불량, 면역력 약화 등 다양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부딪히는 대화에 쌓이는 ‘정신적 스트레스’
명절 연휴 동안 가장 많은 사람이 경험하는 스트레스는 ‘정신적 스트레스’다. 2016년, 충남대학교에서 발표한 논문 ‘한국 기혼 남녀의 명절 스트레스: 사회 재적응 평가 척도를 이용한 스트레스 정도 비교’에는 기혼 남성이 명절에 받는 스트레스에 대한 흥미로운 결과가 있다. ‘명절에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의 액수’가 명절 스트레스 점수에 영향을 주는 한 요인으로 암시된 것.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는 경제적 긴장은 아내보다 남편의 상호작용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치며, 남편에게 부과되는 주 부양자로서의 책임이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자신에게 민감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거나 다수의 가족과 좁은 공간에서 함께 있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긴장감과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갈등까지 생긴다면 정신적 스트레스의 수준을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렇게 쌓인 스트레스는 다양한 이상 증상을 유발한다.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져 불쾌한 기분이 드는 심계항진과 두통, 소화불량이 대표적이다. 스트레스를 방치하면 면역력이 저하되어 각종 질병의 위험이 높아지고, 우울증으로까지 악화될 수 있다.
명절증후군 예방, ‘휴식과 배려’가 중요해
명절증후군 예방의 첫걸음은 ‘휴식’이다. 장시간 운전을 할 때와 음식을 준비할 때는 한두 시간마다 쉬어야 근골격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쉴 때 목과 어깨, 허리의 긴장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산책을 해주면 더욱 좋다. 앉는 자세도 중요 하다. 앉아 있을 때는 등과 허리가 굽지 않도록 주의하며, 틈틈이 일어나 자세를 바꿔줘야 한다. 운전석 등받이의 경우 각도를 100~110도로 조정해야 허리에 부담이 덜 간다. 앉는 자세와 시간에 주의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할 때 온찜질이나 반신욕으로 근육 긴장을 완화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음식과 술을 참지 못하고 과도하게 즐겼다면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 우선 과음한 후에는 술을 최소 2~3일간 삼가야 한다. 간이 회복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아울러 알코올대사를 촉진하는 콩나물, 북어 등으로 조리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좋다. 과식 후에는 몸을 움직여 혈당 수치를 조절하고 에너지 소비량을 늘려야 체중 증가를 비롯한 각종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상호 배려도 필요하다. 대화 시 갈등을 유발하는 가족 간, 세대 간 주제는 가급적 피하고, 사생활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질문도 삼가야 한다. 또 쌓인 스트레스는 적극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명상, 운동, 취미 생활 등 건강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혹 정도가 심하거나 노력해도 개선되지 않는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