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잉 커피는 슬로 라이프와 닮았다" 국가대표 바리스타 김동민 인터뷰

김동민 바리스타는 느린 호흡이 브루잉 커피의 매력이라 말한다. 커피를 추출하며 모든 변수를 고려하는 그의 날카로운 눈빛과는 사뭇 대비되는 모습이다.

2024-01-30     정지환 에디터

 

김동민
블랙소울커피 바리스타
2023 코리아 브루어스 컵 챔피언십 우승자

 

브루잉 커피에 대해 설명해 달라

흔히 ‘핸드드립’ 커피라고 부르던 것이 명칭만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에스프레소 커피는 곱게 분쇄한 원두에 고온, 고압의 물로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추출하는 커피다. 반면에 브루잉 커피는 필터를 사용해 순수하게 물과 커피만으로 내리는 커피다. 브루잉 커피는 추출하는 도구나 방식이 다양한 만큼 표현되는 커피의 맛도 다양하다. 브루잉 커피가 에스프레소 커피에 비해 부드럽고 마일드하다.

 

에스프레소 커피보다 바리스타의 영향이 많이 반영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 에스프레소 커피는 추출 과정을 기계에 맡기다 보니 맛에 영향을 주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브루잉 커피는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변수가 작용한다. 크게 보면 추출 시간이나 물의 양, 원두의 양 등이 변수에 포함된다. 에스프레소 커피를 만들 때도 동일하게 필요한 요소들이지만, 브루잉 커피는 순수하게 제작자의 영향을 많이 탄다. 그때문에 브루잉 커피를 만들 때는 변수나 환경 등을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

 

브루잉 커피를 찾는 사람이 많은가?

예전에 비하면 굉장히 많아진 편이다. 현업에 종사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처음엔 브루잉 커피라는 용어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원두 원산지부터 추출 방식까지 전문 영역까지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졌다. 에스프레소 커피와 브루잉 커피의 판매 비율을 보면 확실히 실감할 수 있다. 과거에는 정말 소수의 사람만 브루잉 커피를 찾았다. 최근에는 8:2, 7:3 비율로 브루잉 커피를 찾는다.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브루잉 커피는 추출 과정 자체가 에스프레소 커피에 비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복잡하고 고려해야 할 점도 많다. 보다 마니악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다. 사람들이 커피에 관심을 많이 가지면서 커피의 맛이나 제작 과정을 궁금해하고, 원두에도 신경을 쓰는 것 같다. 그러면서 커피의 맛에 개인적으로 점점 관여하고 싶어 하고, 다양한 방식의 커피를 즐기고 싶어 하면서 자연스럽게 브루잉 커피가 주목받는 게 아닌가 싶다.

 

브루잉 커피를 ‘슬로 라이프’와 비유하곤 한다.

에스프레소 커피는 현대인의 삶을 대변하는 듯하다.

빠르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브루잉 커피는 다양한 추출 방식부터 맛까지 즐길 요소가 갖가지다.

여유를 갖고 온전히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브루잉 커피의 매력이다.

 

추출 방식에 따라 맛이 달라지나?

커피 맛의 뉘앙스가 바뀐다고 이해하면 쉽다. 브루잉 커피의 추출 방식은 크게 여과식과 침출식으로 구분한다. 여과식은 드리퍼에 커피 원두를 담은 뒤 물을 통과시켜 추출하는 방식이다. 원두와 물이 섞이는 시간 자체가 짧고, 물만 걸러지기 때문에 커피 맛이 부드럽다. 한편 침출식은 커피와 물을 함께 넣고 우리는 방식이다. 그 때문에 커피의 복합적인 향미 성분이 여과식에 비해 많이 담겨 진한 커피가 된다.

 

여과식과 침출식 중 선호하는 방식이 있나? 있다면 이유는?

예전에는 침출식을 선호했다. 침출식은 커피 맛의 일관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일관적인 커피 맛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매장에서 즐겨 사용했다. 최근엔 스페셜티 원두가 많이 보급되면서 커피를 주로 여과식으로 내린다. 여과식은 바리스타의 기술에 따라 신맛과 단맛, 쓴맛 등 커피 맛의 밸런스를 조절해 추출할 수 있다. 원두 고유의 향과 개성을 살리고, 매장의 커피 캐릭터를 효율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여과식을 이용하게 됐다.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추출 방식이 있다면?

처음이라면 침출식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다. 침출식은 추출 시간에 따라 커피의 맛이 다르게 표현된다. 어렵지 않은 방식으로 커피의 맛을 취향껏 조절해 보면서 재미를 붙여보는 것이 좋다. 침출식 도구는 다양하지만, 특히 클래버를 추천한다. 클래버는 컵에 올려놓으면 여과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간편하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가 가능하다. ‘올인원’ 추출 기구라고 생각하면 쉽다.

 

 

커피를 추출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커피를 내리는 사람이 원재료에 대해 얼마나 깊이 이해하는지가 중요하다. 커피를 내리는 데는 많은 변수가 있다. 물의 양, 원두의 로스팅 정도 등 직접적 요소뿐 아니라 공간의 습도와 온도 등도 영향을 미친다. 이렇듯 커피 추출 전반에 대한 이해도 높으면 변수를 조절할 수 있다. 이는 자연스레 커피의 맛에 영향을 준다.

 

원두와 물뿐 아니라 환경도 중요할 줄은 몰랐다

비 오는 날에 커피가 더 맛있다는 말이 있지 않나.(웃음) 대기 중 습도가 높아 원두가 그 습기를 머금기 때문에 추출이 더 원활해지기 때문이다. 또 로스팅 3일 차에 원두 맛이 가장 좋다는 말도 있다. 원두의 에이징에 따라 원두의 향미 성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렇듯 커피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으면 다양한 변수에 대비해 원하는 맛의 커피를 내릴 수 있다.

 

추천하는 커피 레시피가 있나?

원두의 양보다는 추출된 커피와 물의 비율을 먼저 맞추는 편이다. 최근 스페셜티 커피 매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커피와 물의 비율은 1:14 내지는 1:16이다. 이 정도의 비율로 커피를 내려보고, 입맛에 맞도록 조금씩 물의 양을 조절하면 된다.

 

입문자에게 한 번쯤 맛보길 권하는 원두가 있다면?

시그너처 커피 원두의 종류가 매우 다양해 한 가지를 꼽기가 어렵다.(웃음) 그럼에도 하나만 고르라면 파나마 게이샤 원두를 추천한다. 파나마 게이샤 원두는 상위 1% 원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루잉 대회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원두인 만큼 그 품질이 매우 높다. 원두 가격은 1kg에 100만원 정도 한다. 무조건 비싼 원두가 좋은 원두라고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이 원두로 내린 커피는 꽤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좋은 커피의 기준은 명확하다. 바로 자신의 기호에 맞는 커피다.

브루잉 커피는 자기 커피 취향의 영역을 넓히는,

‘좋은 커피’를 찾는 탐험인 셈이다.

 

산미가 느껴지는 커피가 좋은 커피라는 말이 있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산미를 하나의 향미 성분으로 봤을 때, 커피에 여러 가지 향미가 있는 커피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산미의 정도에 따라 커피의 질을 구분하긴 어렵다. 같은 이유로, 산미가 적은 고소한 커피라고 해서 질이 낮다고 말할 수 없다.

 

바리스타로서 커피 철학과 비전이 궁금하다

커피는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기호식품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김치찌개를 좋아한다고 해도 참치 김치찌개를 좋아하느냐,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좋아하느냐 다를 수 있지 않나. 커피 종류가 다양한 만큼 사람마다 선호하는 커피도 다양하다. 이들의 다양한 선호도에 공감하고, 이를 커피 맛과 연결하는 것이 바리스타의 소명이라 생각한다.

 

또 2023년에 브루잉 커피 국내대회에 입상하면서 4월에 열릴 시카고 세계대회 출전권을 얻었다. 세계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둬 많은 사람에게 커피로 좋은 영향력을 전하는 바리스타가 되고자 한다.

 


 

김동민 바리스타가 말하는 브루잉 커피 즐기는 법

 

 

커피에 관심을 갖고 이해도를 높여라

커피에 대해 얼마나 아느냐에 따라 맛에 큰 영향을 준다. ‘블랙워터이슈’라는 사이트에서 다양한 커피 정보와 장비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참고하자. 요즘은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유튜브를 많이 운영하니 찾아보면 도움이 된다.

 

커피를 추출하기 전에 꼭 린싱을 하자

린싱은 원두 없이 필터만 놓은 상태에서 물로 한번 추출하는 걸 말한다. 린싱 여부에 따라 커피 맛이 꽤 많이 달라진다. 다소 귀찮은 과정이지만 만족스러운 커피 맛을 위해 린싱을 꼭 거치기를 권한다.

 

다양한 커피를 즐겨라

여러 카페에서, 다양한 커피를 접하길 권한다. 에스프레소 커피와 브루잉 커피도 비교해 보고, 다양한 원두도 접하면서 새로운 맛을 경험해 보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다양한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하면서 그 차이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