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팅은 취향을 담아내는 작업이다" 아이덴티티커피랩 대표 윤원균 인터뷰

윤원균 대표는 연구자의 마음으로 커피를 마주한다고 말한다. 바리스타이자 로스터인 그는 누구보다 앞서 커피 맛에 의지를 담는다.

2024-01-31     정지환 에디터

 

윤원균
아이덴티티커피랩 대표

 

로스팅에 대해 설명해 달라

단어 뜻 그대로 무언가를 굽는 단계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커피가 검은색이다 보니 원재료인 원두부터 검은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다. 커피 원재료인 생두는 초록색이다. 이 상태로는 커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먹는 검은색 원두가 되도록 열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커피 로스팅이라 한다.

 

로스팅은 원두가 갖는 고유의 맛을 온전히 나타내는 데 집중한다. 고기를 굽는 것과 비교하면 쉽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각각 익혀 먹는 정도가 다르다. 소고기에 한해서도 미디엄이나 웰던 등 굽는 정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지 않나. 이처럼 원두도 원재료에 따라 바싹 굽는 원두, 조금만 굽는 원두 등 로스팅 방법에 따라 원두의 풍미는 각양각색이다.

 

 

최근 들어 커피 애호가가 많아진 만큼 로스팅에도 관심이 많아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홈 카페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영향으로 보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개인이 집에서 로스팅을 한다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커피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로스팅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많아지는 추세다.

 

최근에는 개인이 로스팅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졌다. 생두는 온라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요즘은 홈 로스터들을 위해 소매 위주로 소량씩 원두를 파는 곳도 많아졌다. 원두를 소량으로 볶을 수 있는 로스터, 샘플 로스팅 기계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물론 가격이 저렴하진 않다.(웃음)

 

로스팅만의 매력이 있나?

로스팅의 재미는 내가 좋아하는 음료를 원자재부터 손을 댄다는 점이다. 원두는 생두의 가공 과정이나 건조, 보강 과정 등에 따라 커피 맛의 변화 폭이 크다. 그런 의미에서 로스팅은 원두 품질의 차이를 만드는 과정이다. 같은 원두라 해도 원두를 어떻게 볶는지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는 것이다. 품질이 낮은 원두라도 로스팅을 잘하면 좋은 맛이 나는데, 이 변화가 미미하지 않고 꽤나 역동적이다. 커피의 맛과 품질을 내가 직접 결정하는 셈이다.

 

 

바리스타면서도 로스터다. 로스팅에 관심을 기울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커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마 대부분 커피 전문가는 시작이 비슷할 거다.(웃음) 커피에 관심을 갖고 깊이 몰입해 바리스타가 됐다. 바리스타는 커피를 잘 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과의 밀접한 소통도 중요하다. 직접 커피를 접하는 대중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직종이기 때문이다. 다소 내향적인 성격 탓에 이 영역에서는 특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커피에 더욱 집중하고, 연구실에서 커피를 연구하는 쪽이 성향상 더 맞겠다고 생각했다. 커피를 제작하는 생산 단계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해 로스팅을 조금씩 접했는데, 재미도 느꼈고, 성향과도 잘 맞았다. 그래서 바리스타를 병행하면서 로스팅에 더 중심을 두게 됐다.

 

에스프레소 커피와 브루잉 커피는 사용하는 원두가 다른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는 말이다. 보통 에스프레소 커피에 사용하는 원두는 서로 다른 원두가 섞인 블렌딩 커피인 경우가 많다. 블렌딩 커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원재료를 섞어 만든다. 바리스타의 의도와 철학이 담겨 있는 셈이다.

 

브루잉 커피는 주로 하나의 원두를 사용하는 싱글 오리진 커피인 경우가 많다. 로스팅된 원두 고유의 맛을 느끼는 커피다. 싱글 몰트위스키와 비유하면 쉽다. 브루잉 커피가 원두 고유의 맛을 느끼기 좋은 방식이다.

 

 

싱글 오리진 커피는 원두의 원산지와 로스팅 정도, 분쇄 정도 등 모든 과정이 중요하겠다

그렇다. 커피는 연쇄적이고 복합적인 과정으로 하나의 결과물을 만든다. 중간에 한 과정만 잘못되더라도 부정적인 특징이 그대로 묻어 나온다. 싱글 오리진 커피가 원재료 맛을 살리는 방식인 만큼 로스팅도 원재료의 특징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을 거친다. 분쇄와 추출도 마찬가지다. 싱글 오리진 커피를 소비한다는 것은 원두 고유의 맛을 살리는 이 모든 과정을 즐긴다는 것이다.

 

브루잉 커피로 마실 때 더 잘 어울리는 원두가 있나?

가벼운 질감이나 상큼한 과일 향이 나는 원두가 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원두의 원산지 중에서 아프리카 지역이나 중남미의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지역 원두가 주로 이런 맛과 향이 난다.

 

브루잉 커피와 어울리는 로스팅 정도도 있나?

보통 많이 로스팅하지 않은 원두를 사용하지만, 취향에 따라 다르다. 로스팅하는 사람의 의도가 담길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강하게 태운 원두라고 해서 안 좋은 커피인 건 아니다. 개성이 강한 재미 있는 커피라고 생각한다. 정답을 하나로 정하면 그 문화 자체가 좁아진다.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독특하고 다양한 향을 담아내는 것 자체가

하나의 문화다. 문화가 정밀하고 깊어질수록 사랑들은 열광하지 않나.

우리 문화가 좋다고 얘기하려면 일련의 과정이 흥미롭게 느껴지도록

자세히 알려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분쇄도가 커피의 질에 영향을 미치나?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우리가 흔히 커피를 추출한다고 하는 것은 커피가 품은 향을 빼내는 작업이다. 원두 자체로는 커피 성분이 아무리 해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원두를 잘게 분쇄해야 한다. 커피가 균일하게 분쇄될수록 그 향이 물에 쓸려 내려온다. 분쇄 정도가 적당하지 않으면 제대로 추출되지 않거나, 물이 고여 커피의 쓴맛이 담긴다. 그 때문에 커피라는 취미에 깊이 빠질수록 그라인더에 투자하는 비용이 늘어난다.

 

개인이 로스팅 환경을 갖출 수 있나?

일반 가정집에서 시도하기는 쉽지 않다. 커피에는 쭉정이 같은 작고 얇은 찌꺼기가 많다. 이를 ‘채프’라고 한다. 주방에서 원두를 볶다 보면 채프가 사방으로 날린다. 장작을 태우면 재가 날리듯이. 아무 대비 없이 프라이팬에 원두를 볶으면 가족에게 한 소리 들을 가능성이 높아진다.(웃음) 크기가 작은 상업용 로스터를 사용할 수도 있는데, 채프는 걸러주지만 연기가 많이 나고 꽤 매운 향이 난다. 로스팅은 가정집 외에 공방이나 별도의 공간에서 시도하길 권하지만, 한두 잔 정도 마실 수 있는 소량의 원두는 그나마 집에서도 시도해 볼만하다.

 

 

로스팅에 관심을 갖고자 한다면,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나?

커피를 모르는 상태에서 바로 로스팅부터 배울 수는 없다. 로스팅은 원두를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을 때 맛을 구분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로스팅에 관심을 갖기 전 커피에 대해 어느 정도 공부한 뒤 핸드드립을 해보면서 일련의 과정을 많이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 커피를 내리는 과정 중 사소한 것 하나에도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스스로 기준점을 갖는 것이다. 맛의 차이를 어느 정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을 때 로스팅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요즘은 인터넷 강의도 많고 바리스타 학원이나 작은 로스터리에서 로스팅 클래스를 운영하기도 한다. 보통은 로스터리 카페에서 ‘커핑’ 클래스를 연다. 커핑은 로스팅된 결과물을 똑같은 환경에서 맛보는 과정이다. 로스터리 카페에 방문해 커핑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로스팅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해 조언을 하자면?

로스터리 카페를 자주 방문하길 권한다. 매장에 로스터가 있는 곳을 방문해 사장님과 자주 대화하는 게 좋다. 바쁜 시간대가 아니라면 보통 이런 매장의 사장님들은 커피 얘기를 나누는 걸 좋아한다. 오히려 이런 손님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웃음) 직접 커피 추천도 받아보고, 커피에 대해 설명도 들으면서 흥미를 붙이는 게 좋다. 커피에 대해 단계적으로 알아가고 이 과정에 매료된다면 로스팅까지 즐기는 데 어려움이 없을 거다.

 

 


 

 

윤원균 로스터가 말하는 브루잉 커피 즐기는 법

 

 

일정 수준 이상의 그라인더를 사용하라

그라인더의 수준에 따라 커피 맛이 꽤 크게 좌지우지된다. 커피를 잘 모르는 사람은 믹서에 갈기도 한다. 최소한 손으로 직접 분쇄하는 그라인더를 구매하는 것이 좋으며, 로스터리 카페에서 원두를 구매할 때 분쇄된 원두를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다. 분쇄된 원두는 오래 보관할 수는 없지만, 한 잔이라도 밀도 높은 커피를 마셔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도 골라 사용하라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커피는 95% 이상이 순수한 물이다. 그 때문에 물속 미네랄 성분에 따라 커피 맛이 다르게 표현된다. 어느 정도 커피 맛을 구별하는 정도라면 추출했을 때 맛의 차이가 꽤나 느껴질 것이다. 유튜브를 검색하면 커피에 어울리는 물을 추천한 영상이 많으니 참고하자.

 

원두 이름이 긴 곳에서 원두를 구매하자

원산지와 더불어 원두 제작 과정이나 로스터리 등 정보를 자세히 기술한 곳에서 원두를 구매하자. 스페셜티와 마찬가지로 모든 과정에서 커피 맛을 위한 철학이나 노력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곳에서 원두를 구매하면 꽤 질 좋은 커피를 구매할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