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이 면역력을 좌우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스스로를 지키는 길은 면역력을 높이는 것뿐임을 알게 됐다. ‘잠’은 면역체계 증진에 효과적인 만큼 꼭 지켜야 할 생활 수칙으로 주목받고 있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몸은 자는 동안 낮에 활동하면서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고 뇌에 축적된 노폐물을 청소한다. 몸의 면역력도자는 동안 강해진다. 따라서 잠을 잘 자는 것은 단순히 쉬는 게 아니라 인체의 항상성을 최적화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과정이다. 양질의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몸의 면역기능이 떨어지고 불균형을 초래해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잠은 최고 면역제
수면의 질과 양이 떨어지면 질병 위험이 높아진다. 왜 그럴까?
자는 동안 ‘T세포’가 바이러스 세포를 제거
흉선(thymus)에서 유래한 백혈구의 일종인 ‘T세포’는 잠자는 동안 강해진다. T세포는 골수에서 유래한 림프구인 ‘B세포’에 정보를 제공해 항체 생성을 돕고, 세포의 면역 강화에 큰 역할을 한다. 만약 T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 등 표적을 인식하면 인테그린(integrins)으로 알려진 끈적끈적한 단백질을 활성화해 표적에 달라붙은 뒤 감염된 세포를 죽인다.
수면 부족은 당뇨병, 비만을 초래한다
잠을 못 자서 면역력이 떨어지면 당뇨병 등 발병 위험률이 높아진다. 당뇨병은 초기에 갈증과 소변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악화되면 망막병증, 신장 기능 장애 등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한다. 미국 버펄로대학교 연구팀이 성인 1400여 명을 대상으로 수면 시간과 그에 따른 질병 여부를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6시간 이하인 사람은 충분히 자는 사람보다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5배 정도 높았다. 수면 시간이 부족한 사람은 체내 호르몬 분비에 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수면 부족은 비만을 유발한다. 잠을 못 자면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의 분비가 감소해 식욕이 증가하며, 낮에는 피로 때문에 신체 활동량과 뇌의 활동이 감소한다. 이는 포도당 사용량을 줄어들게 하는 등 결과적으로 혈당을 증가시켜 비만으로 이어진다. 자는 시간이 5시간 이내라면 심장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수면 시간이 적으면 자율신경을 활성화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혈당을 올리게 되는데, 증가한 코르티솔은 혈압을 상승시킨다.
취침 후 90분이 양질의 수면을 좌우한다
면역력을 높이려면 처음 잠이 든 뒤 90분이 가장 중요하다. 이때의 잠이 양질의 수면으로, 피로가 해소되는 깊은 잠을 유도한다. 90분 단위의 수면 주기는 하룻밤에 4회 이상 반복되면서 신체에 휴식을 주는 ‘비렘수면’과 정신적 휴식을 주는 ‘렘수면’을 동시에 제공하며 우리 몸을 회복시킨다. 뇌와 몸에 휴식을 주는 만큼 해마로부터 대뇌피질로 정보를 이동해 기억을 보존한다. 또 많은 호르몬양을 균형 있게 조정해 새로운 뇌척수액이 나오도록 하면서 뇌의 노폐물을 제거한다.
수면의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
현대인은 잠자는 시간이 늘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면의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오랜 시간 자도 푹 자지 않으면 호르몬의 균형이 깨져 면역력이 저하된다. 특히 면역세포는 새벽 1~2시에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만큼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중요하다. 이 시간대에 면역세포는 우리 몸의 손상된 세포를 탈락시키고 새로운 세포를 생성,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을 방지한다.
치료가 필요한 불면증
만약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면 치료를 고민해 봐야 한다. 불면증에는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질환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불면증 치료의 골든타임은 3주
불면증은 크게 1차성과 2차성으로 나뉜다. 1차성 불면증은 잠을 자려고 노력하다 보니 긴장도를 높여 불면화를 만드는 것이다. 3주가 지나면 만성 학습 불면증으로 진행해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반면, 2차성 불면증은 잠을 못 잘 만한 확실한 수면장애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 원인을 찾아 치료하지 않으면 불면화 현상이 계속되며, 이 또한 3주가 지나면 학습화된다. 수면 호흡장애, 하지불안증후군 등이 대표적 예다.
불면증은 치료해야 하는 질병
1차성 불면증은 비약물 치료법인 인지행동치료가, 2차성 불면증은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은 뒤 그에 맞게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인지행동치료의 경우 수면과 관련한 비합리적 생각을 합리적 사고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즉 불면증 환자의 부적응 행동을 정상적으로 변화시킨 뒤 대안적 행동을 학습시켜 졸린 뇌파를 생성, 숙면을 유도한다.
2차성 불면증 유발하는 수면무호흡증의 위험성
수면무호흡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뇌 숨골 기능 저하, 폐 기능 저하, 횡격막 기능 저하, 기도 협착 등이 주원인이다. 단, 코는 양쪽이 동시에 막혀야 무호흡을 유발한다. 따라서 단지 한쪽 코질환으로 무호흡의 원인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뇌에 산소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두통, 집중력 저하, 기억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무호흡으로 인해 수면의 질이 떨어져 수면 중 쉽게 외부 소음에 반응할 수 있고, 오전에 몸이 개운하지 않을 수도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양압기를 이용해 치료해야 한다. 해당 병원에 양압기 수면 전문의가 있는지, 전담 양압기 팀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치료를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다. 양압기 치료를 받는다면 빠른 시간 내에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코골이가 심장과 뇌를 망가뜨린다?
수면 중 호흡할 때 잡음과 소음이 나는 코골이. 만약 혈액 중 산소가 떨어지지 않고 소리만 나는 코골이라면 단순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 코골이는 혀 상방이나 코 또는 목젖이 막히고 휘어서 공기가 회오리치며 나는 소리다. 이는 무호흡을 동반하지 않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고 옆으로 누워 자기만 해도 해결된다.
하지만 코를 골면서 산소가 떨어지고 심장에 부담을 주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한다.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한 코골이라면 심장과 뇌가 망가질 수 있기에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1박 2일 동안 자면서 열여덟 가지 센서를 붙이고 진행하는 수면다원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
숙면을 돕는 생활 습관 7
올바른 생활 습관은 숙면을 돕는다. 면역력을 높이는 수면을 위한 7대 생활 습관을 알아본다.
1. 호르몬 분비를 활용하는 습관
하루 30분 이상 충분히 햇빛을 쬔다. 산책이나 숲속 트레킹 등으로 햇빛을 충분히 받으면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왕성하게 분비돼 숙면에 도움이 된다. 또 햇빛에 일정 시간 노출되면 신진대사율이 증가하고 뇌의 움직임이 빨라져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다.
2. 잠자기 5시간 전에 운동 끝내기
심장박동 수를 높이는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증가하고 체온이 높아져 잠들기 어렵다. 땀이 나는 과격한 운동은 취침 5~6시간 전에 하는 것이 좋으며, 잠들기 전에는 가벼운 복부 마사지 정도가 효과적이다. 공 같은 둥근 소도구로 배꼽을 중심으로 나선형으로 원을 넓혀가며 마사지하면 장기를 감싸고 있는 복부를 부드럽게 자극해 내장 기능이 순환되므로 몸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3. 면역력을 높이는 35.5℃ 체온 유지
취침 2시간 전에는 더운 물로 씻는다. 수면 중 체온은 35.5℃ 정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온이 35℃ 이하로 떨어지면 암세포가 생성되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 따라서 취침 전에는 체온보다 높은 40℃ 정도의 물로 반신욕이나 족욕을 하는 것이 좋다. 잠자기 전찜질팩을 배꼽 주위에 올려 복부를 따뜻하게 하는 것도 숙면에 도움을 준다.
4. 야식을 먹지 않는다
늦어도 취침 3~5시간 전에 저녁 식사를 끝내고, 야식은 최대한 피한다. 또 식사는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면서 소화가 잘 안 되는 튀김이나 밀가루 음식은 멀리한다. 늦은 시간 배가 고플 때는 마른 김이나 따뜻한 우유 한 잔만 섭취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으며, 숙면에 도움이 된다.
5 소음을 차단한다
침실이 너무 시끄러우면 조용한 방으로 잠자리를 옮긴다. 귀마개나 기분 좋은 잔잔한 음악은 처음 입면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면 개시 장애의 위험이 있으니 지양하는 것이 좋다.
6 침대와 베개는 상황에 맞는 걸로
침대와 베개는 수면장애 유무에 따라 다르게 사용해야 한다. 수면 호흡장애가 있는 경우 잘 뒤척일 수 있는 침대와 알맹이가 들어 있는 베개가 좋다. 반면, 수면장애가 없어 똑바로 누워 계속 잘 수 있다면 메모리폼처럼 신체가 고정되는 침대나 베개가 도움이 된다.
7 휴대폰은 머리맡에 두지 않는다
휴대폰은 머리맡에 두면 안 된다. 머리맡에 휴대폰을 두고 계속 시간을 확인하거나 잠이 안 온다고 딴짓을 하면 입면과 숙면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따로 알람을 사용하고 휴대폰은 현관 입구에 두는 것이 좋다. 꼭필요하다면 방에서 나와 거실에서 사용하고, 잠자는 방으로 들어갈 때는 휴대폰을 밖에 두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