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여행,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우주 여행은 인류의 오랜 꿈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우리 로켓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우주를 겨냥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2024-04-16     지웅배(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연구원)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마션>, <인터스텔라>. 스페이스 오페라, 우주 SF 하면 빠지지 않는 작품들이다. 이 세 작품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겠는가. 주인공이 탑승하는 우주선이 마치 햄스터의 쳇바퀴처럼 쉬지 않고 빙글빙글 돌고 있다는 점이다. 이 사소해 보이는 영화 속 설정에 인류의 우주 진출을 가로막는 중요한 장벽이 숨어 있다. 그동안 인류가 한 번도 제대로 맞서지 않았던 이 장벽은 과연 인류의 우주 진출이 아름다운 계획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거대한 물음표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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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여행은 정말 아름답기만 할까

우주정거장에서 하루 종일 생활하고 근무하는 우주인은 많은 아이들이 동경하는 직업 중 하나다. 고도 500km가 넘는 높은 곳에서 푸르게 빛나는 둥근 지구의 모습을 내려다보는 경험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황홀한 추억일 것이다. 하지만 낯선 무중력이 선사하는 부유감의 흥미로움도 잠시뿐이다. 재밌는 놀거리로만 느껴졌던 무중력이라는 조건은 곧 우주인의 신체를 갉아먹는 무시무시한 위협이 된다.

우리는 모두 지표면 위에서 지구의 중력을 버티며 살아간다. 몸 속 근육과 뼈는 지구의 중력이 우리를 잡아당기면서 생기는 체중으로부터 우리의 몸을 단단하게 지탱한다. 그런데 우주 공간에서는 더 이상 체중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구 중력의 영향권을 벗어난 이후 자유를 얻은 근육과 뼈는 빠르게 약해진다. 대부분 우주인은 철저한 신체검사를 거쳐 선발되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훨씬 강인한 체력을 지닌 경우가 많다. 그런 건강하고 젊은 우주인의 근육과 뼈는 우주 공간에 노출되는 순간부터 지구에 남아 있는 60대 이상의 노인의 근육과 뼈에 못지않게 빠른 속도로 약화되기 시작한다.

중력의 부재는 신체 내부의 다양한 기관에 치명적 영향을 끼친다. 보통 지구에서는 몸속 혈액이 지구 중력에 붙잡혀 발끝을 향해 자연스럽게 흘러 내려간다. 심장은 발끝으로 내려가려는 혈액을 머리 위까지 올려 보내려고 쉬지 않고 열심히 펌핑을 한다. 그런데 우주 공간에서는 혈액이 더 이상 발끝으로만 흘러 내려가지 않는다. 마치 우주 공간에 물방울이 둥글게 떠다니듯 몸속 혈액은 발끝, 팔 끝, 머리 끝 등 사방으로 고르게 퍼진다. 그래서 우주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는 우주인은 혈액이 얼굴로 쏠리면서 얼굴이 붉어지고 붓는 경우가 많다. 또 뇌에 평소보다 많은 혈액이 쏠리면서 두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뇌는 또 한 가지 큰 착각을 하는데, 평소보다 더 많은 혈액이 뇌혈관을 타고 모이면서 몸속 수분이 과하다고 인지한다. 또 불필요하게 소변을 자주 보게 만들어 탈수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우주 여행이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현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중력 공간에 오랫동안 노출 될 수밖에 없다는 안타까운 사실은 단순히 우주선 안에서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더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몽상가 일론 머스크가 호언장담하듯, 머지않은 미래에 정말 인류가 우주선을 타고 화성에 발을 내딛는 순간이 온다고 생각해 보자. 현재 기술로 아무리 빨리 가더라도 지구에서 화성까지 6~7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그 우주선에 타고 있는 우주인은 반년 가까운 긴 시간을 그 안에서 둥둥 떠다니며 무중력 상태를 견뎌야 한다. 이윽고 우주선이 멈추고 붉은 화성의 사막을 향해 우주선의 문이 열리는 순간, 우주인은 뒤늦게 놀라운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자신의 몸 상태가 땅을 딛고 서 있지 못할 정도로 약해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화성은 지구에서의 표면 중력에 비해 0.38배 정도의 약한 중력으로 사람을 잡아당긴다. 중요한 건 중력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어쨌든 화성에서 몸을 세우고 움직이기 위해서는 몸을 잡아당기는 화성의 중력에 대항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근육과 뼈는 이미 6~7개월간 무중력 상태에 노출되며 화성의 중력조차 버티지 못할 만큼 약해져 있다. 결국 애써 목적지에 도착한 우주인은 화성 표면에 푹 쓰러진 채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화성 표면에 깃발을 꽂고, 화성의 붉은 흙 위에 발도장을 찍고, 닐 암스트롱처럼 멋진 한마디를 남기는 건 한낱 희망에 불과하다. 지금의 우주여행 방식을 고집한다면, 화성에 도착한 우주인에 약속된 운명은 바람 빠진 공기 인형처럼 바닥에 축 쓰러진 안타까운 결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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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중력, 우주 여행의 열쇠

결국 다른 행성으로 인류가 진출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무중력 상태에서 신체가 약화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는 것이다. 우주정거장에서 근무하는 우주인의 일과 중 약 3분의 1이 운동 시간인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애초에 무중력 상태이기 때문에 우주정거장 안에서는 무거운 덤벨을 들어 올리는 식의 웨이트트레이닝 자체가 의미가 없다. 지구 위에서 우리가 신체를 단련하기 위해 하는 운동은 대부분 지구의 중력을 억지로 이겨내면서 근육의 힘을 키우는 과정인데, 우주정거장에서는 이겨내야 할 중력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주인들은 거의 한 가지 운동만 할 수밖에 없다. 바로 러닝머신이다. 이들은 억지로 하중을 싣기 위해 러닝머신 바닥에 연결된 고무줄로 몸을 단단하게 고정한 채 달리기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몇 시간 동안 뜀박질을 한다고 해서 신체가 약해지는 걸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정말 오랜 기간 우주를 항해해 사람을 다른 행성에 보낼 정도의 여행을 시도한다면 더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바로 인공중력이다. 중력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 인공적으로 중력을 만드는 기술이다. 대체 어떻게 중력을 인공적으로 생성할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 가장 가능한 한 가지 방법은 우주선을 둥글게 만들어 중심 축을 기준으로 빙글빙글 회전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둥근 우주선 외벽으로 힘이 쏠리는 일종의 원심력을 얻게 된다. 그 안에 타고 있는 우주인은 둥근 우주선의 외벽 바깥쪽으로 체중이 쏠리는 감각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힘을 인공중력 삼아 발을 디딜 수 있게 된다. 컵에 물을 담은 뒤 빠르게 돌리면 컵이 위로 가면서 위아래가 뒤집히는 순간에도 물이 아래로 쏟아지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앞서 언급한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마션>, <인터스텔라>에서도 이처럼 빠르게 회전하는 원형 우주선이 등장한다. 무작정 무중력 상태에 노출시킨 뒤 수개월 동안 운동으로 이 상태를 견디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긴 시간이 걸리는 우주 항해를 안전하게 끝내고 목적지에서 우주인이 크게 약해지지 않은 신체로 그곳의 중력을 버티기 위해서는 영화에 등장하는 인공중력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공중력을 생성하기 위한 원형 우주 호텔의 콘셉트 아트. © Netcapital

하지만 인류는 그동안 무중력 상태의 위험성을 간과해 왔다. 오랫동안 신체가 무중력 공간에 노출되더라도 우리 몸이 꽤 잘 버틸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빙글빙글 회전하는 인공중력 시스템은 이론으로만 존재해 왔을 뿐 실제로 그것이 구현 가능한지는 테스트조차 한 적이 없다. 지금껏 30년 가까이 궤도를 지키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은 거대한 무중력 실험장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달에 기지를 짓고, 화성까지 사람을 보내겠다는 청사진을 내걸고 있는 지금의 현실과 비교했을 때, 정작 중요한 실질적 대비는 거의 하지 않은 셈이다. 실제로 NASA의 적지 않은 과학자들은 이러한 우리의 부족한 준비가 인류의 우주 진출 역사를 50년은 뒤처지게 했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 궤도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도 곧 수명을 다한다. 최근 발표된 계획에 따르면 2030년쯤 국제우주정거장은 궤도를 서서히 낮춰 폐기될 예정이다. 사용 연한도 얼마 남지 않아 지금 추가로 새로운 실험 모듈을 연결하는 시도는 아마 계획된 것이 없을 것이다. 사실상 국제우주정거장은 지금의 모습 그대로, 우주에 떠 있는 무중력 실험장으로 자신의 역할을 끝낼 확률이 높다. 인류를 다시 달에 보내겠다는 아르테미스 미션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지금, 정작 인류는 단 한 번도 인공중력 시스템을 시험해 보지 못했다는 난감한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희망이 전혀 없지는 않다. 2016년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인공중력 시스템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가 있다. 일본 JAXA는 생쥐가 들어가는 작은 케이지가 연결된 지름 4.5m의 회전 장치를 만들었고, 이 장치를 마치 원심분리기처럼 빠르게 회전시켜 그 안에 타고 있는 생쥐가 인공중력을 느끼게 했다. 처음에는 작은 케이지 안에서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둥둥 떠다니던 쥐는 이후엔 그냥 지구 위에 있는 것처럼 안정적으로 발을 딛고 서서 먹이를 먹었다. 인공중력 시스템이 실제로 신체가 약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도 당시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MRI로 쥐의 뼈 상태를 확인한 결과, 무중력 상태에 그대로 노출되었던 쥐는 골밀도가 빠르게 낮아졌지만, 인공중력을 경험한 쥐는 지구에 사는 쥐와 큰 차이가 없었다. 즉 인공중력 시스템이 긴 시간이 걸리는 우주 항해에서도 신체가 약해지지 않도록 막아줄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인간에 비해 훨씬 덩치가 작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지만, 인공중력 시스템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결과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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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여행의 꿈, 몽상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평생 지구의 땅을 밟고 살아가는 우리는 체중이 느껴지지 않는 경험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너무나 익숙해진 탓에 매 순간 우리의 근육과 뼈가 얼마나 힘겹게 지구의 중력에 대항해 몸을 지탱하고 있는지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중력은 우주로의 진출을 꿈꾸었던 몽상가들에게 방해 요소일 뿐이었고, 모든 몽상가의 고민은 어떻게 해야 지구의 중력을 벗어날 수 있을까에만 쏠려 있었다. 그 결과 오늘날 모든 로켓과 발사체는 지구의 중력에서 벗어나는 것만을 목적으로 디자인되었다. 무중력 공간에 도달하는 순간 모든 문제가 끝난다고 생각해 그 이후는 신중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그 뒤에 숨어 있다. 온갖 노력 끝에 지구의 중력을 겨우 벗어나 우주 공간에 나왔으나 더 먼 우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다시 중력이 필요하다. 그것도 지구가 만들어내는 자연적인 중력이 아닌 아무것도 없는 우주 공간에서 억지로 만들어낸 가짜 중력 말이다. 참으로 묘한 아이러니다. 이 아이러니를 깨닫지 못하고 이 문제를 계속 미래의 숙제로 미뤄두기만 한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잠시 지구 바깥 궤도에 올라 푸른 지평선을 구경하고 지구로 돌아오는 시시한 우주 여행 정도에만 만족해야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인류의 우주 진출이라는 거대한 로켓은 아직 한 번도 제대로 된 방향으로 우주를 겨냥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