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 도입된 AI, 환자 치료의 새 지평 열다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AI) 기술의 의료 분야 도입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AI가 질병 발견, 데이터 측정과 분석, 추적과 예측 역할을 수행하면서 의료 서비스 품질은 물론 환자와 의료진의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세실내과의원 이치훈, 민준기 원장과 함께 AI 의료의 현주소와 전망을 짚어봤다.

2024-05-31     김보미 에디터
세실내과의원 이치훈 원장(좌), 민준기 원장(우) ⓒden

 

이치훈

세실내과의원 원장

내과 전문의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외래교수

 

민준기

세실내과의원 원장

내과 전문의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임상조교수

의학계에서는 주로 어떤 분야에 AI를 사용하나?

민준기 원장(이하 민) 영상의학과 같이 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의학 분야에 가장 먼저 도입됐다. 이후 내시경, 피부질환 진단, 안저 사진 분석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치훈 원장(이하 이) 홀터 심전도 검사 분석, 맥파를 이용한 혈압 산출에도 활용한다.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기기나 소프트웨어도 개발되어 있다. 의료 데이터를 학습하고 분석하면서 기술을 점차 고도화해 나가고 있다.

 

세실내과의원에서는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 환자는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망막증 등의 합병증 위험이 있어 주기적으로 안저 검사를 받아야 한다. AI 안저 검사는 검사 기계로 눈 안쪽인 안저를 촬영한 것을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판독하는 시스템이다. 이와 함께 안저 혈관을 자세히 관찰해 심혈관의관상동맥 석회화 지수를 예측해 볼 수 있는 시스템도 사용하고 있다. 동공을 확장시키는 산동제를 사용하지 않고, 방사선 노출 없이 빠르게 검사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대장내시경을 할 때는 용종을 찾아주는 AI를 이용한다. 대장내시경은 용종의 발견과 제거가 가장 중요한데, 의료진의 컨디션에 따라 용종 발견율이 달라지기도 한다. 의사가 보고 있는 내시경 화면을 AI가 함께 보고 있다가 용종이 의심되는 부위가 있으면 내시경 화면에 표시를 해 준다.

 

AI 도입 초기에 시행착오는 없었나?

 새로운 기술이다 보니 의료진과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다행히 본원 의료인들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거부감이 적은 편이라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의료인 구성원의 연령이 높은 병의원은 AI 도입을 망설일 수 있다. 이런 경우 검사에 관심이 있고 기기를 잘 다룰 수 있는 직원 한두 명을 집중 훈련한 뒤 AI 활용을 전담하게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den

AI를 활용한 고혈압 관리 기기도 사용하고 있다

 고혈압 환자는 가정에서 혈압을 측정하고 기록해야 하는데, 팔에 24시간 혈압계 커프를 감고 생활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는 반지형 혈압계를 시범 도입해 이용하고 있다. 병원에서 착용한 반지를 다음 날까지 잘 끼고 있기만 하면 5분마다 측정해 한 시간 단위로 수집된 24시간 동안의 혈압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착용하기 불편하지 않아 수면 시에도 혈압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다.

 

디지털 당뇨 환자 교육 시스템을 적용한 제1호 스마트 연속 혈당 클리닉 의원으로 선정됐다

 최근 당화혈색소나 당화알부민을 통해 혈당의 평균치를 알아볼 수 있는 검사가 나왔지만, 이를 통해 혈당의 변동성까지는 알 수 없다. 디지털 당뇨 환자 교육 시스템을 적용하며 사용하고 있는 연속혈당측정기 ‘리브레’는 동전 크기의 장치를 팔에 부착해 환자의 혈당 변동을 거의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기다. 환자의 휴대전화와 의료진 전용 인터페이스를 통해 진료실에서도 환자의 공복혈당, 식후 혈당 상승 정도, 저혈당 발생 여부 등을 상세하게 알 수 있어 데이터 기반 맞춤 치료 전략 수립에 큰 도움이 된다.

 

AI 판독 및 분석 데이터의 신뢰도는 어떻게 판단하나?

 해당 기술이 유수의 의학 저널 등에 실리고 식약처의 인증을 받았다면 신뢰할 만하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히 까다로운 리뷰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또 기술을 실제로 활용하면서 환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평가하는 유예기간을 거쳐 현재 많은 의료진이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이렇게 신뢰성이 확보된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AI의 정확도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AI가 환자들의 치료 순응도에 영향을 주나?

 망막 검사의 경우, 만성질환 환자는 주기적으로 혈압과 혈당을 체크하고 안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안과에 정기적으로 방문해야 한다. 환자들에게 이에 대한 안내를 하고 있지만 실행에 옮기는 분은 많지 않다. 하지만 AI 도입 이후 안저 검사를 활발히 시행하면서 이상 소견 발견이 빨라지고, 안과 검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정기적으로 안저 검사를 받으면서 필요 시 안과를 방문하는 환자의 비율도 증가했다.

 

ⓒden

AI 도입이 의료진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AI 기술이 고도화되고 사용자 친화적으로 발전하면서 의료인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가 양적, 질적으로 향상됐다.

 AI가 진료를 보조해 혈압, 혈당, 심혈관 위험도 평가, 다양한 의료 정보의 분석과 판단에 도움을 줘 이를 토대로 환자별 맞춤 정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의료 분야에 도입된 AI 기술의 전망을 예측해 본다면?

 처음 의료계에 AI가 도입된다고 했을 때는 의사들의 거부감이 매우 컸다. 하지만 지금은 AI가 의료 인력을 대체하기보다는 진료를 돕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신기술이 더욱 활성화되려면 근거를 기반으로 제품의 유용성을 증명하고, 보험수가 등을 정비해 기술의 가치에 알맞게 적절히 보상할 수 있는 제도적 요건이 동반되어야 한다.

 AI 의료 기기와 소프트웨어 등 조기에 질병을 발견하고 적절히 치료할 수 있는 기술들이 의료진 곁에 다가왔다. AI를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적용하는 의료 행위까지 인정하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환자별로 적합한 치료 전략을 세우고, 세밀하게 진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