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 오한진 교수에게 듣는 봄철 면역 관리

“눈앞에 온 호모 헌드레드 시대, 건강의 최고 지킴이는 면역이다” 과학과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100세 시대가 현실이 됐지만 그만큼 신종 바이러스나 난치성 질환도 많아지고 있다. 면역은 우리 몸 제일의 방어선으로, 특히 계절이 바뀌는 시기의 면역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17-03-03     DEN 에디터

오한진

- 現 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

- 대한비만건강학회 회장

- 질병관리본부 국민건강영양조사 조정자문위원

- 저서 <중년 건강 백과>, <내 몸을 살리는 호르몬>, <마흔의 다이어트는 달라야 한다>, <국민주치의 오한진 박사의 동안 습관>

 

“쉽게 말하자면 면역은 군대에 비유할 수 있다. 군대가 없는데 전쟁이 일어나면 나라가 망한다. 질병과의 전쟁에서 살아남고 나라를 지키려면 군대를 튼튼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군인이 전선을 지키듯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최고의 방법이다.”

 

면역(immunity)이란

면역은 우리 몸에 침입하거나 영향을 끼치려는 외부 인자(항원)를 막아내는 기능을 말한다. 어원은 라틴어의 이뮤니타스(immunitas)로, ‘역병으로부터 벗어난다’는 뜻이다. 사실 면역은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기에 실체가 모호하다. 가령 어떤 음식을 먹으면 면역력이 좋아진다고 말하지만 얼마나 좋아지는지, 얼마나 좋아졌는지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

 

자연 면역과 획득 면역

태어날 때부터 잔병치레 없이 튼튼한 사람과 날 때부터 약골인 사람이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낯선 항원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저항성을 갖는다. 바로 자연 면역(natural immunity)이다. 이는 바이러스로부터 생명체를 지켜주기에 신의 선물과 같지만 항원 역시 인간처럼 진화하고 있는 만큼 자연 면역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태어난 이후의 후천적 영향과 경험을 통해 좀 더 많은 항원에 대한 저항성을 갖는 것을 획득 면역(acquired immunity)이라고 한다. 홍역이나 수두, 마마에 감염된 환자가 저항성을 가진 뒤 재감염되지 않는 것 역시 획득 면역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과유불급, 아나필락시스 쇼크

면역 체계가 지나치게 과민 반응을 보일 경우 역설적으로 몸을 해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알레르기와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가 있는데,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실제 몇 년 전 인천의 한 초등학생이 점심 급식을 먹은 뒤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사망한 사례가 있다. 우유 알레르기와 천식이 있었는데 급식으로 나온 카레에 우유가 30% 넘게 들어 있었던 것이다.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키는 원인에는 음식물 외에도 항생제 조영제 같은 약물, 식품 첨가물, 술이나 아스피린 섭취 이후의 과도한 운동, 곤충 등 여러 요인이 있다. 평소 자신의 면역 체계를 이해하고 관리해야만 화를 면할 수 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읽자

면역력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신호를 보낸다. 어쩐지 몸이 개운하지 않거나, 장 트러블로 고생하거나, 염증성 질환이 자주 생기거나, 상처가 빨리 아물지 않는 등, 몸이 약해서라고 무시하거나 큰 병이 아니라고 대충 넘겨버리는 이런 증상들은 면역이 저하되어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음식을 먹고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때 트림이 나고 속이 더부룩해지는 것은 위가 우리에게 보내는 위험 신호다. 몸이 으슬으슬 한기가 들고 찌뿌둥한 것은 감기나 몸살이 올지 모르니 빨리 대비하라는 신호다. 다래끼도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다.

 

작은 부스럼, 종기, 뾰루지 하나도 간과하지 말자. 눈에 잘 띄지 않더라도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차분히 귀를 기울이면 큰 병을 막을 수 있다.

 

봄철 면역력 강화가 중요한 이유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에는 일교차가 큰 만큼 우리 몸의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가 더 많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항상성을 유지하기가 어렵고 자연스럽게 면역력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봄에는 외부 활동도 많아져 코, 기관지, 폐 같은 호흡기 질환도 증가한다. 봄에 쉽게 콧물, 기침이 나고 열이 오르는 것 역시 항원이 침입했을 때 면역 체계가 발동하기 때문이다. 갑자기 몸이 가렵고 피부 각질이 많아졌다면 혹시 면역력이 떨어진 것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스트레스 관리는 작은 행복 찾기에서부터

면역력을 극대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트레스를 없애는 것이다. 살아 있는 동안 절대로 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상처 회복도 느리고 면역 지표 중 하나인 백혈구의 기능도 현저하게 떨어진다. 누적된 만성피로는 치료도 쉽지 않을뿐더러 면역력과 체력을 저하시켜 다양한 질환에 노출될 확률을 높인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겁게 행복하게 사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우리는 커다란 행복만을 좇는 경향이 있는데 작은 것에서부터 행복 찾기를 시작하는 게 좋다. 음악을 좋아하면 악기를 연주해보고, 그림을 좋아하면 전시회에 가고, 먹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당장 먹도록 한다. 취미 활동이나 봉사를 통해 사람을 만나는 관계 속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성취감과 자존감을 높이는 것은 동시에 면역력을 높이는 것임을 명심하자.

 

 

봄철 특명! 아연을 챙겨라

쇠고기·조개·요구르트

음식으로 면역력을 높이려면 양질의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고 필수아미노산을 챙겨 먹어야 한다. 봄철은 특히 아연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게 좋다. 아연은 백혈구 생성에 꼭 필요한 미네랄로 쇠고기에 많이 함유돼 있다. 또 조개류에는 아연과 함께 셀레늄이 많이 들어 있어 면역 활동에 필요한 항체 형성을 촉진한다. 요구르트는 면역의 바로미터인 장을 건강하게 한다.

 

면역력을 높이는 음식

- 미역과 다시마

미역은 갑상샘 호르몬을 만드는 주요 성분인 요오드가 풍부하다. 또 칼로리가 낮고,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 변비 해소에 좋고 대장 관련 질환에도 좋다. 쇠고기 대신 굴, 조개를 넣어 국을 끓이거나 오이미역냉국을 만들어보자. 단, 파는 결들이지 않는 것이 좋은데, 파가 미역 속 칼슘의 체내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 유자

유자에는 레몬의 세 배가 넘는 비타민 C가 함유돼 있다. 비타민 C는 체내에 피로 물질인 젖산이 쌓이지 못하도록 막는다. 환절기 감기를 예방하는 데 비타민 C만큼 좋은 것도 없다.

 

- 브로콜리와 붉은 살코기

브로콜리에는 엽산이, 붉은 살코기엔 철분이 풍부한데 모두 적혈구 생성에 주요한 물질이다. 특별히 브로콜리는 시금치보다 칼슘 함량이 네 배 더 많다. 하루에 필요한 고기 섭취량은 자기 몸무게에 1g을 곱한 양이다. 체중이 60kg인 사람은 붉은 살코기 60g을 매일 먹어야 한다.

 

- 연어와 아몬드

오메가 3 지방산이 풍부한 음식이다. 오메가 3는 체내 면역 반응을 방해하는 단백질을 억제할 뿐 아니라 염증을 감소시킨다. 연어는 샐러드나 구이, 회로 섭취할 수 있고, 아몬드는 조리하지 않고도 섭취가 가능해 간편하다.

 

- 뱅쇼

우리는 몸이 으슬으슬하고 감기 기운이 느껴지면 쌍화탕을 마시지만 외국은 뱅쇼를 만들어 마신다. 뱅쇼는 만들기가 어렵지 않다. 레드 와인에 설탕을 조금 넣고 좋아하는 과일과 계피를 넣어 끓이기만 하면 된다. 원기 회복은 물론 부부 금슬에도 좋다.

 

- 바나나·우유·상추·양파

잠은 면역력을 높이는 최고의 보약. 평소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사람들이 먹으면 좋은 음식이다.

"면역력을 높이는 6가지 생활 습관"

- 찬 음식 먹지 않기

찬 음식은 위에 부담을 주고 위와 장의 기능을 저하한다.

 

- 따뜻한 물에 반신욕이나 족욕 하기

지방이나 혈액 속 노폐물 제거에 효과적이다.

 

- 배를 따뜻하게 하기

배가 따뜻하면 장운동과 혈액순환이 활발해진다.

 

-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찾기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 하루 30분 운동하기

체력을 키우면 병의 침입을 막을 수 있다.

 

- 숙면 취하기

잠을 잘 자지 못하면 면역력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