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환 없는 건강한 삶, 혈당 관리에 달렸다

2024-09-05     글 조수완(하이닥 건강의학기자)

혈당은 우리 몸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다.

혈당이 정상치를 벗어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 곳곳에 경고등이 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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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당, 몸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신호

혈당은 말 그대로 ‘피 속 포도당’을 의미한다. 포도당은 음식 섭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주요 에너지원으로, 인간 활동의 기본이다. 건강한 몸을 유지하려면 혈당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적정 수준이어야 한다.

혈당 수치는 일반적으로 식사 후에 가장 크게 변동한다. 소화 과정에서 탄수화물이 포도당으로 분해되고, 이것이 소장을 통해 혈액 내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혈중 포도당 농도, 즉 혈당 수치가 오른다. 혈당 상승폭은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을수록 커진다.

우리 몸은 혈액 내 포도당 농도를 70~140mg/dL 범위 내로 유지하는 항상성을 지녔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인슐린’이다. 인슐린은 혈당이 올라갈 때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액 속 포도당을 세포가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에너지로 사용하고 남은 포도당은 나중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간과 근육에 글로코겐 형태로 저장된다. 이 저장소마저 포화 상태에 이르면 인슐린은 남은 포도당을 지방으로 전환해 체내에 저장한다.

체내에 포도당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오면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기 시작한다. 인슐린의 과다 분비가 지속되면 인슐린에 대한 신체 반응성이 감소한다. 이른바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는 것이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 인슐린이 세포 내로 포도당을 옮길 수 없는 상태에 이르고, 결국 고혈당 상태를 초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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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는 혈당, 더 큰 문제 부른다

고혈당도 문제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혈당이 급격히 오르고 내리는 상태다. 혈당이 치솟았다가 뚝 떨어지는 것을 ‘혈당 스파이크’라고 한다. 배구의 스파이크 동작처럼 혈당이 크게 변동하는 상태로, 급격한 혈당 상승으로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면서 생긴다. 혈당 스파이크는 당뇨병 환자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도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증상이다. 주로 탄수화물이나 당분을 무분별하게 섭취했을 때 나타난다.

의료계에서는 식사 후 혈당 수치가 30mg/dL 이상 증가한 경우를 혈당 스파이크로 본다. 혈당을 측정했을 때 그래프가 뾰족뾰족하고 상승폭이 30mg/dL보다 크다면 평소 혈당 스파이크가 자주 일어났다는 뜻이다.

혈당 스파이크가 발생하면 몸은 여러 가지 신호를 보낸다. 대표적인 것이 식곤증이다.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반응성 저혈당이 나타나 몸의 자율신경계가 작동한다. 그 결과 현기증과 심한 피로감이 나타나고, 이러한 증상이 식곤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진복 원장은 “혈당이 상승하면 몸의 에너지대사가 혼란을 겪게 되어 피로를 느낄 수 있으며, 뇌 기능에도 영향을 미쳐 어지럼증, 집중력 분산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또 이진복 원장에 따르면 신체가 과도한 혈당을 배출하려 하는 과정에서 빈뇨와 함께 갈증이 동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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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혈당 스파이크, 방치하면 질병의 시작점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거나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되면 몸이 조금씩 망가진다. 먼저, 필요량을 넘어서는 포도당은 체중 증가를 불러온다. 혈당 스파이크 후에는 가짜 배고픔이 몰려와 체중이 늘어날 위험이 더욱 크다. 혈당이 급격히 상승했다가 빠르게 떨어지면, 뇌는 이것을 에너지 부족 상태로 받아들여 식욕 촉진 호르몬 그렐린을 분비해 배고픔을 느끼게 한다. 가짜 배고픔은 또 다른 섭취로 이어지고, 그 결과 혈당이 다시 높아진다. 간과 근육에 저장하고 남은 포도당은 지방조직에 저장되는데, 이 지방 저장소의 용량은 거의 제한이 없어 체중이 계속해서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반복된 혈당 스파이크는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아무리 많이 나와도 혈당 상승을 막지 못해 2형 당뇨병이 발생한다. 2형 당뇨병은 협심증, 뇌졸중, 망막증, 신부전 등 삶의 질과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을 부르는 무서운 질환이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연구팀이 비당뇨인 5700명을 12년 동안 추적한 결과, 당뇨병 발생에 가장 큰 연관성이 있는 것은 식후 한시간 혈당이었다. 식후 한시간 혈당이 145mg/dL 이상일 때, 당뇨병 발병 위험은 2.84배 증가한다고 알려졌다.

조절되지 않은 혈당은 뇌에도 영향을 준다. 혈당이 높아 피가 끈적해지면 장기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이 손상된다. 뇌혈관이 손상되면 뇌세포에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인지 기능이 약해지고,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국내외 연구를 살펴보면, 당뇨병 환자는 혈당이 정상인 사람에 비해 혈관성 치매 위험은 2배, 알츠하이머 위험은 1.6배 높다.

 

철저한 혈당 관리로 질병의 고리 끊어야

고혈당은 다양한 질환과 연계되는 만큼 평소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진복 원장은 “혈당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은 건강을 유지하고, 다양한 질병을 예방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라며, “특히 적절한 혈당 관리는 당뇨병 환자의 합병증 위험을 60% 이상 줄여준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