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이라 불리는 정형외과 전문의 이재만 “철인 3종 경기는 내 인생에서 극한의 도전이자 가장 큰 즐거움이다”

극한의 체력과 무한한 인내심을 상징하는 스포츠 ‘철인 3종 경기’. 누군가에겐 평생의 버킷 리스트일지 모르지만, 이재만 원장에게는 자신의 의지를 시험하는 무대일 뿐이다. 정형외과 의사인 그가 극한의 스포츠를 즐기게 된 이유는 뭘까?

2018-05-01     DEN(덴)

철인 3종 경기를 시작한 계기는?

군의관 시절 우연히 은사에게 철인 3종 경기를 권유받았다. 사실 건강하려면 잘 먹고, 잘 쉬고, 운동도 잘해야 한다. 대표적인 유산소운동인 수영, 사이클, 마라톤을 한 번에 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삼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다.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듯이 운동도 다양한 종목을 골고루 해야 한다.(웃음)

 

본격적으로 한 지는 얼마나 됐나?

나는 이 분야에서 나이가 많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경력은 꽤 된다. 처음 출전한 대회가 1998년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경기다. 지금은 그 경기가 없어졌지만, 내겐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이어 1999년 제주 국제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했고, 지금까지도 매년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현재는 대한철인3종경기연합회 의무분과 의무의원 자리를 맡고 있기도 하다. 시즌이 시작되면 대회에 의료 자원봉사를 나가기도 하면서 나름 활동 분야를 넓혔다.

 

생활 스포츠로서 철인 3종 경기의 좋은 점은?

앞서 말했듯이 대표적인 유산소운동 세 가지를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라톤이나 사이클은 하겠는데 수영 때문에 도전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큰 문제는 없다. 요즘은 듀애슬론(사이클과 마라톤 두 종목만 실시하는 경기)도 있고, 수영만 하는 아쿠아슬론 대회도 있으니까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대회가 생겨나고 있는 만큼 생활 스포츠로서도 접근이 매우 쉬워졌다. 처음부터 풀 코스 완주를 목표로 삼을 필요는 없다. 달리기 5km, 수영 500m, 사이클 10km 등 작은 목표부터 정해 3개월 정도 해보면 된다. 그러고 나서 언젠가 극한을 경험하는 순간 심신이 단련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평소 체력 관리가 중요할 것 같다

워낙 운동을 좋아한다. 특히 수영은 어릴 적부터 꾸준히 해왔고, 하프 마라톤 대회 정도는 수시로 나갈만큼 체력이 좋은 편이었다. 지금도 최소한 일주일에 세 번은 어떤 운동이든지 하려고 노력한다.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스트레칭부터 하고, 집 근처 하천을 달리기 위해 현관을 나선다. 사이클은 업무 중간 쉬는 시간을 이용해 하고, 수영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30분씩 일주일에 두 차례씩 하고 있다.

 

철인 3종 경기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데?

선수로서, 대회 닥터로서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을 접해보면 사고는 결국 관리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철인 3종 경기는 아무나 도전하지 못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하는데, 위험 요소에 노출되는 건 초보자보다 오히려 숙련자다. 아무래도 무리를 하다 다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본인 수준에 맞게 운동하면서 서서히 체력을 키워 실력을 쌓아간다면 절대 다치지 않는다. 우리 몸의 적응 능력은 놀랄 만큼 뛰어나다.

 

INFO. 철인 3종 경기란 어떤 스포츠인가?

정식 명칭은 트라이애슬론(Triathlon)이다. 세 가지(tri) 경기(athlon)라는 뜻으로 수영, 사이클, 마라톤 등 세 종목을 연달아 하는 스포츠다. 거리에 따라 종류가 나뉘는데, 그중 ‘올림픽 코스’는 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를 완주한다. ‘아이언맨 코스’는 수영 3.8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다. 말 그대로 지옥의 레이스이니만큼 완주 시 ‘철인(아이언맨)’이라 불린다.

 

 그래도 다치거나 위험에 처하는 순간은 있지 않나?

‘위험’ 하면 대부분 수영이나 마라톤을 할 때 호흡곤란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들 종목은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반면 사이클은 본인 부주의 이외의 요소로 다칠 수 있다. 한번은 한강 다리를 건너다가 로드사이클의 폭이 좁은 타이어가 도로의 작은 홈에 끼어 넘어질 뻔했다. 또 하천 자전거 도로에는 녹색으로 칠한 방수막이 있는데 비 오는 날 그 위를 지나가다 미끄러져 넘어질 뻔한 경험도 있다. 그래서 자전거 타는 이들에게 항상 도로 주행 시에는 본인 실력의 60~70%로 주행하라고 조언한다. 만약 스피드와 파워를 높이는 연습을 하려면 롤러로 하는 게 좋다. 시합 때는 도로 통제가 잘 되어 안전하지만 평소 도로에서 연습하는 건 위험하다.

 

‘올림픽 코스’와 ‘아이언맨 코스’는 몇 번이나 완주했나?

아이언맨 코스는 4회, 올림픽 코스는 25회 완주했다. 최근에는 연습할 시간이 없어 평소 비축한 체력으로 올림픽 코스만 나간다. 아이언맨 코스는 몸 만드는 것은 물론 마음의 준비까지 철저히 해야 완주할 수 있다. 대신 마라톤 풀 코스 대회는 1년에 한두 차례는 꼭 나가고 있다.

 

국제 대회에서 입상한 적도 있나?

사실 내 실력은 중하위권 정도다. 이 분야에는 잘하는 사람도, 숨은 실력자도 정말 많다. 2010년 중국 선양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2위를 했다. 운이 좋았다. 당시 주최 측이 자전거를 가져오지 못하게 해서 외국인 참가자들은 현지에서 자전거를 빌려야 했다. 그래서 실력이 하향 평준화됐고, 그 바람에 내가 입상할 수 있었다. 솔직히 나는 등수보다 완주에 목적을 둔다. 등수까지 신경 쓴다면 그게 또 스트레스일 테니.

 

극한 상황을 극복하는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스스로 주문을 외운다. 수영은 상체, 사이클은 허리, 마라톤은 하체를 많이 쓴다. 우습지만, 그래서 ‘하늘과 땅과 내가 일치한다’라는 뜻에서 속으로 ‘천지인 조화!’라고 외치며 뛰는 것이다. 그러면 호흡이나 정신 집중에 도움이 된다.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여전히 힘이 든다. 우리끼리는 아이언맨 코스를 완주해야 진정한 철인으로 인정하는데, 이게 정말 힘들다. 특히 자전거로 180km를 달리다 보면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빨리 내려 뛰어가고 싶을 정도다. 중간중간 찾아오는 그런 한계를 넘어서 는 마인드 컨트롤이 가장 중요하다.

 

운동을 시작한 이후 삶이 어떻게 달라졌나?

누구나 살다 보면 우울한 시기가 있지 않나? 내게도 환자를 보기 두려웠던 시절이 있다. 우울증 약에 의존했을 정도로. 아침에 일어나 밖에 나가기가 그렇게 어렵고, 월요일이 돌아오는 게 가장 싫었다. 의사가 환자 보는 게 힘들어지니, 당시에는 정말 형언하기 어려울 만큼 모든 것이 괴로웠다. 우울증을 극복하게 해준 것이 바로 철인 3종 경기다. 사이클과 수영으로 땀을 쭉 빼고 나면 자신감이 생겼다. 꼭 극한에 도전한다기보다 작은 목표를 세워 그걸 하나씩 달성하다 보니 인생이 행복해지더라.

 

중년 남성에게 특히 도움이 되는 점은?

나를 찾아오는 중년 환자를 보면 근육이 너무 뭉치거나 운동 부족으로 인한 근육 질환이 상당수다. 아무래도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항상 쓰는 근육만 쓰게 되어 그럴 수밖에. 그러다 보면 체형이 굳어지고 걸음걸이도 바뀐다. 철인 3종 경기는 그런 생활 습관에서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아주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이 아닐까? 모든 운동이 그렇지만 정신 건강을 돌볼 수 있다. 지치고 힘들 때 한계에 도전함으로써 정신력을 강화할 수 있다. 그리고 나보다 강한 철인을 만나면 그 자체로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웃음)

 

의사로서 몸 상하지 않게 운동하는 팁을 준다면?

운동에는 통증이 따르면 안 된다. 또 파워를 높이기 전에 항상 신체 밸런스를 키우는 게 우선이다. 만약 수영에 입문한다면 근육이 피로할 때까지 하지 말고 작은 동작으로 천천히 저어가는 게 중요하다. 자전거 역시 누군가가 나를 앞질러간다고 해서 그를 따라잡으려 무리할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지속적으로 오래 타는 방법을 먼저 익혀야 한다.

 

올해의 목표는?

당장은 6월 열리는 ‘제주국제철인3종경기대회’에 참가할 생각이다. 이 대회는 아이언맨 코스로 진행되는데, 오랜만에 도전하는 만큼 살짝 긴장된다. 꾸준히 연습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연습 시간이 부족해 완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와의 약속이니까 최선을 다할 것이다.

 

Tip. 철인 3종 경기에 입문하고 싶다면

➊ 장비 수영복, 운동화 등은 어떤 제품을 써도 상관없다. 문제는 자전거. 고가이다 보니 부담이 클 수 있지만, 꼭 새것을 살 필요는 없다. ‘대한철인3종협회’(02-3431-6798)에 연락하면 철인이 사용하던 자전거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비싼 제품이지만 새것보다는 저렴하고 철인이 타던 만큼 운동에 더 적합한 경우가 많다.

➋ 운동 방법 수영과 사이클을 하지만 결국 뛰는 걸로 마무리된다. 대회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면 달리기부터 연습하자. 요즘 철인 3종 경기 관련 동호회가 많다. 혼자 해도 좋지만 여러 사람과 같이 운동하면 정보도 공유할 수 있고, 또 다른 시너지가 일어날 수도 있다. 만약 서울 강남·송파 지역이라면 내게 연락해도 된다.

➌ 주의 사항 목표의 70~80%만 달성한다는 생각으로 임하는 게 좋다. 100% 쏟아내려 하면 스트레스가 되어 포기하기도 쉽다. 부상 위험도 생긴다. 목표를 자기 능력의 70%로 세우고 접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