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알코올, 취하지 않는 술에 대하여

아무리 마셔도 다음 날 아침 몸이 가볍고, 그 자리에서의 즐거움은 변함없다. 취하지 않아도 웃고 떠들 수 있는 술, 논알코올 주류의 세계를 알아본다.

2024-09-26     이승제(객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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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논알코올과 무알코올의 차이

「주세법」상 알코올을 1% 미만 함유한 제품은 논알코올 혹은 비알코올로 구분한다. 무알코올은 알코올이 전혀 함유되지 않은 도수 0% 제품.

대세가 된 논알코올 주류

술도 음료수도 아니라며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던 논알코올 주류. 이제는 어엿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전 세계 논알코올 음료 시장은 연평균 23%씩 성장하고 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논알코올 맥주를 비롯해 위스키, 와인 등 도수가 없는 각종 주류가 탄생했다.

이에 발맞춰 「주세법」 또한 바뀌었다. 지난 5월부터 논알코올과 무알코올 주류도 일반 식당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된 것. 이를 활용한 무알코올 칵테일, 하이볼 등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음용법이 소개되며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취하기보다 즐기기 위한 술

논알코올 주류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주가라면 이해하기 힘든 주장이지만 논알코올 주류 트렌드를 이끄는 MZ세대에게는 무척 매력적인 부분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은 건강을 더욱 중요시 여기는 경향이 뚜렸해졌다. 이에 웰빙을 중심으로 주류 트렌드도 변했다. 맥주 브랜드 하이네켄의 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 10명 중 7명은 월 1회 이상 무알코올 맥주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분위기를 공유하는 경험은 좋지만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즐기는 만큼 술은 더 이상 취하기 위해서가 아닌 즐기기 위한 음료로 인식이 변화했다.

 

술 없는 술집, 논알코올 전용 바

세계적으로 논알코올 주류의 포문을 연 저도수 맥주는 이제 국내 편의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논알코올 맥주의 흥행에 힘입어 최근 위스키, 와인, 보드카, 럼 등 다양한 종류의 논알코올 주류가 출시되고 있다. 술이 있는데 술집이 없을 수 있으랴. 우리나라보다 약 20년 먼저 논알코올 주류 시장이 형성된 일본은 논알코올 전용 바까지 생겼다. 여기서 만드는 논알코올 칵테일을 ‘가짜(Mock) 칵테일’이라는 뜻의 ‘목테일’이라 부르는데, 젊은 여성 사이에 인기가 무척 높아 회원제로 운영하는 전문 매장도 등장했다. 국내에도 논알코올 바가 문을 열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작년 9월 서울 연희동에서 논알코올 전용 바 팝업 행사가 열렸다. 20여 종의 논알코올 주류를 맛볼 수 있었던 행사장에는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방문해 논알코올 주류의 인기를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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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법」이 만든 요즘 논알코올 맥주

논알코올 주류는 1920년대 미국에서 「금주법」이 시행되며 급격히 완성도가 높아졌다. 당시 「금주법」은 도수가 0.5%를 넘으면 주류로 간주해 제조가 불가했다. 이에 0.5% 이하의 술을 만들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했다. 결국 알코올 없는 맥주를 만드는 데 성공하고, 이를 맥주와 비슷하다는 의미로 ‘니어 비어(Near Beer)’라 칭했다. 당시 사람들이 다양한 불법적 방법으로 술을 마셨기에 니어 비어가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현대사회에서 논알코올 주류의 포문을 연 주요 시기로 본다.

 

「금주법」 이후 버드와이저에서 제작한 니어 비어. 알코올이 들어 있지 않은 탓에 어린아이도 마실 수 있었는데, 어린아이들이 버드와이저 맥주 맛에 친숙해지면서 「금주법」이 폐지된 이후 미래 고객을 양성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후문이 있다. ⓒ alamy

 

논알코올의 ‘오랜’ 역사

논알코올 주류가 탄생하기에 앞서, 논알코올에 가까울 정도로 도수가 낮은 ‘저도수 주류’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고대 이집트 때는 노동의 대가로 급여 대신 맥주를 지급했다. 이때 부자나 직급이 높은 자에게는 도수가 높은 맥주를, 하층민에게는 도수가 낮은 맥주가 돌아갔다. 사회적 지위에 따라 음용할 수 있는 주류의 도수가 달랐던 것

 

INFO. 논알코올의 성지, 중동

전 세계에서 논알코올 주류 시장의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중동이다. 이슬람교는 교리에 따라 음주를 금지하고 있어 주류 산업이 성장하지 못했다. 하지만 1979년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며 이란에 논알코올 맥주 공장이 들어섰다. 이후 이란에는 20개가 넘는 논알코올 맥주 공장이 생겼고, 그중 베누쉬(Behnoush)가 세계적으로 통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논알코올 음료 Q&A

술일까 물일까? 논알코올 음료에 얽힌 궁금증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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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술과 비교해 정말 맛있을까?

꽤나 오랜 기간 발전해 온 논알코올 맥주를 제외하면 솔직히 일반 술과 비교할 만큼 맛이 뛰어나지는 않다. 논알코올 주류는 발효나 증류 등 일반적인 술 제조 시 꼭 행해야 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거나 전혀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 맛이 차이 날 수밖에 없다.

 

Q. 논알코올 맥주를 마시면 음주운전에 걸리지 않는다?

논알코올 주류인지 무알코올 주류인지에 따라 다르다. 무알코올 주류를 마셨다면 당연히 음주운전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지만 논알코올 주류를 마셨다면 따져봐야 한다. 누가 어느 정도의 양을 얼마나 빨리 마셨는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논알코올 주류를 마셨다면 애초에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게 좋다.

 

Q. 청소년도 구입할 수 있다?

논알코올이 아닌 무알코올 주류라 할지라도 19세 미만 청소년은 구매할 수 없다. 청소년 음주를 부추긴다는 점에서 판매를 제한하고 있다.

 

Q. 통풍 환자도 마실 수 있다?

통풍 환자에게 술이 치명적인 이유는 알코올이 아닌 퓨린 성분 때문이다. 알코올 도수와 퓨린 함량은 비례하지 않으며, 무알코올 맥주도 일반 맥주와 「금주법」 이후 마찬가지로 요산 배출을 방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