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수난 시대, 현대인의 뇌 건강이 흔들린다
현대인에게 ‘뇌 건강’은 단순한 신체 건강 관리의 일부가 아닌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두뇌학자 홍양표 박사는 뇌 건강이 흔들리면 치명적인 뇌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한국뇌과학연구소 소장
· 리더스브레인 센터장
대한신경과학회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강 항목 1위로 ‘뇌 건강’이 선정 되었다. 우리 몸에서 용적률 2%밖에 차지하지 않는 뇌를 이토록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삶을 살아가면서 모든 육체적, 정신적 활동을 조종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30년 넘게 뇌과학 연구에 매진해 온 홍양표 박사는 다소 안일하게 생각했던 뇌 건강 관리를 이제는 꼭 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과중한 스트레스, 인스턴트식품 과다 섭취뿐 아니라 브레인포그, 팝콘브레인의 주원인이 되는 스마트폰, 미디어 중독으로 인해 현대인의 뇌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 그는 특히 미디어 과의존을 넘어선 미디어 중독 현상은 도파민 중독과 두뇌 노화 가속화를 앞당기는 지름길이며 이는 결국 치매, ADHD 등 다양한 뇌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홍양표 박사를 만나 일생 건강한 뇌를 갖기 위해 어떻게 살아가고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뇌 건강 연구를 위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 달라
한국뇌과학연구소 소장이자 리더스브레인 상담심리센터장으로 있으며, 인간의 두뇌 건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두뇌학자다.
뇌과학이란 무엇인가?
뇌는 우리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았고, 앞으로 어떤 인간으로 살아갈지, 한 인간의 모든 히스토리를 담고 있는 인문학이라고 생각한다.
뇌과학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두뇌를 연구하기 전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쳤다. 문득 ‘같은 내용을 가르쳐도 성적이 오르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차이는 뭘까’ 의문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뇌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계기다. 이 고민으로 머리를 싸매고 있던 시기에 국내에서도 두뇌 개발에 대한 연구가 점차 활발해지면서 본격적으로 인간의 뇌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게 벌써 30년 전이다.
인간의 뇌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인간의 뇌는 신경세포라 불리는 뉴런과 뉴런이 세포와 접촉해 정보를 주고받는 곳인 시냅스로 이루어져 있다. 유아기 때는 뛰어난 학습과 적응 능력을 발휘해 수많은 뉴런과 시냅스를 형성하고 이를 활성화한다. 이러한 과정은 아이들이 장래 희망, 직업 등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과정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점차 나이가 들어 70대 이후가 되면 뇌는 유아기와 유사한 모습으로 돌아가는데, 놀랍게도 이때의 사고방식, 행동적 특성은 유아기와 매우 유사하다.
최근 현대인의 뇌 건강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내용을 종종 접한다. 성인 두뇌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요인을 꼽는다면?
흔히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는 스트레스가 영순위다. 스트레스는 다양한 질환뿐 아니라 뇌 노화, 뇌질환에도 지대한 영향을 준다. 스트레스 늪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가장 힘든 점은 뇌가 쉬지 못하고 끊임없이 돌아간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과부하로 이어지고, 심각한 경우 다양한 뇌질환의 원인이 된다.
뇌 건강 위험 요인으로 미디어 중독이 언급되기도 한다
우리가 숏츠, 숏폼, 릴스 등 빠르고 자극적인 미디어를 좇는 이유는 단 하나, ‘도파민’ 때문이다. 흔히 도파민이 분비되면 행복감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과도한 도파민 의존은 심각한 ‘중독’을 불러올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바로 이 점이 현대인의 뇌 건강 관리에서 미디어 중독이 부정적인 이유다. 미디어 중독이 우리 뇌를 한시도 쉬지 못하게 괴롭히는 것이다. 도파민 분비는 스트레스에 대한 일시적 도피처가 될 수는 있지만 우리 두뇌에는 독이 되는 ‘악마의 열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두뇌 건강 악화는 뇌 관련 질환에도 치명적이라고
우리 뇌는 기계와 같다. 좌뇌, 우뇌 두 개의 모터로 움직인다. 사용하지 않는 기계는 녹슬고 퇴화하듯 우리 뇌도 쓰이지 않으면 그 기능을 점차 잃고, 결국 고장이 난다. 만약 좌뇌를 70%, 우뇌를 30% 사용했다고 치자. 그러면 열심히 일한 좌뇌는 과부하가 걸리고, 사용되지 못한 우뇌는 결국 퇴화하고 말 것이다. 이러한 두뇌 불균형은 후천적 치매를 유발할 뿐 아니라 ADHD, 우울장애, 파킨슨병 등 다양한 뇌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건강하지 않은 두뇌를 가진 사람이 보이는 특징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행동 패턴이 바로 두뇌가 건강하지 않은 사람의 특징이다. 또 참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화를 참지 못하고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거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발현될 수도 있다.
나이가 들면 뇌가 굳어간다고 하지 않나. 뇌 건강과 인간의 노화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뇌 기능도 퇴화할 수밖에 없다. 뇌가 건강하려면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창의성을 발휘하며, 열심히 일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뇌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다. 말 그대로 상당히 까다롭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틀에 박히게 되는 것인가?
생각이 틀에 박혔다는 것은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수록 창의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나만의 루틴’, 즉 고질적 습관이 생겼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뇌는 한번 고정적인 틀, 규칙이 생기면 그 안에서 벗어나는 데 굉장한 두려움을 느낀다. 건강한 두뇌를 원한다면 이 틀을 깨는 게 매우 중요하다. 80세가 넘은 나이에도 40~50대와 같은 뇌 기능을 지닌 슈퍼 에이저들의 특징이 바로 끊임없이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것임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본인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편인가?
색소폰, 오르간, 피아노, 골프 등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얼마 전 아들 결혼식에서는 직접 색소폰을 연주했다.(웃음)
새로운 도전이나 배움으로 인해 발생하는 스트레스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취미’라는 단어를 선호한다. 학습과 취미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인간이 무언가를 배우고 습득한다는 것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생긴다는 걸 의미하고, 목표는 결국 욕심을 부른다. 이는 꼭 해야만 하는 ‘숙제’이자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단순히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즐거움을 얻는 하나의 취미를 개발한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뇌는 강박이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 또한 뇌 건강 때문이라고
골프는 두뇌 스트레스 해소에 가장 좋은 운동이다. 이유는 감탄과 리액션이 끊이지 않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골프의 대표적인 리액션인 ‘굿 샷(Good Shot)’이라는 말은 그 자체가 지닌 의미뿐 아니라 리액션할 때의 사람들 표정, 목소리 톤이 듣는 이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런 긍정적인 에너지는 상호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우리 두뇌의 스트레스도 줄여주는 놀라운 효과가 있다.
뇌 건강에 필요한 훈련 중 영순위를 꼽는다면?
‘휴식’이다. 사실 별거 없다고 느낄 수 있지만 잘 생각해 보면 가장 실천하기 힘든 것이 바로 휴식이다. 두뇌에 가장 좋은 휴식 방법은 ‘잠’이다. 그냥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꿈을 꾸지 않고 어떤 걱정도 없이 오롯이 숙면하는 것을 말한다.
멍때리기, 명상 같은 활동도 뇌 휴식에 도움이 되나?
멍때리기 대회도 같은 맥락이다. ‘명상’ 역시 뇌 휴식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훈련이다. 명상의 사전적 정의는 ‘고요히 눈을 감고 잡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분명 1분 1초 매일 다른 고민을 안고 사는 현대인에게 잡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건 큰 숙제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훈련은 두뇌를 쉬게 할 뿐 아니라 그 쉼 속에서 1%의 영감을 끌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창의성까지 끌어낼 수 있다니 ‘두뇌 휴식’의 기능은 놀라운 것 같다
누구나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문득 ‘아!’ 하고 뭔가 떠오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걸 “영감이 떠올랐다”라고 표현한다. 이처럼 진짜 창의성은 뇌가 쉴 때 발휘된다. 업무에 사로잡혀 계속 고민하고 갇혀 있기보다는 한 걸음 멀리 떨어져 그 고민을 던져버리면 오히려 그 속에서 새로운 해결책, 놓쳤던 창의적 발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발명가 아인슈타인도 1%의 영감을 위해 하루 10시간 이상 숙면을 했다고 전해진다.
젊은 두뇌를 유지하는 팁이 궁금하다
생활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숙면 습관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매일 밤 11시에서 12시 사이에는 항상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한다. 두 번째는 식습관이다. 개인적으로 절대 과식, 폭식을 하지 않는다. 소식하는 습관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이 또한 두뇌 건강과 연관이 있다. 놀랍게도 우리 뇌는 음식물을 소화하는 동안에도 열심히 일을 한다. 다시 말하면 먹는 양이 많아질수록 뇌가 사용해야 하는 에너지의 양도 증가한다는 걸 의미한다. 과도한 뇌 사용은 곧 두뇌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은 부정적 마인드보다 긍정적 마인드로 모든 일에 임하는 것이다.
긍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뇌 건강에 효과적일 수 있나?
당연하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보다 긍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을 옆에 두길 원한다. 긍정적인 사람은 마인드뿐 아니라 두뇌도 행복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단점보다는 장점을 캐치하는 사람을 가까이에 두는 것이 좋다는 것을 명심하자.
이쯤에서 박사님의 두뇌 나이가 궁금해진다
실제 나이보다 10년 정도 젊다.(웃음)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강력 추천 뇌 운동법이 있다고
우뇌, 좌뇌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동작이다. 가볍게는 도리도리부터 좌우로 눈을 풀어주는 동공 스트레칭 등이 있다. 식사할 때 양손 모두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두뇌 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다양한 기구나 애플리케이션 등이 있지만 일상에서 습관적으로 양쪽 뇌를 모두 훈련하는 것이 두뇌 발달에 진정 도움을 주는 습관이다.
마지막으로 두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을 추천한다면?
뇌를 닮아 두뇌에 좋다고 알려진 호두나 땅콩, 밤 같은 견과류는 실제로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 이 외에도 루테인과 베타크립토크산틴이 함유된 베리류나 녹색 채소도 뇌를 보호하는 데 효과적이다. 많은 사람이 챙겨 먹는 오메가3 성분은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낮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