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투자,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림을 한 점도 소장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점만 소장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다. 미술품 투자는 몰라서 못 하는 것이지 한번 알고 나면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2022-04-04     DEN 에디터

 

Part 1

미술 시장이 커지고 있다

MZ세대가 새로운 컬렉터로 등장하면서 미술품 거래 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다. 과거 소수의 사람이 미술품을 거래했다면 지금은 누구나 투자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변모하면서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커지는 미술 시장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분출된 것일까? 우리나라의 미술 시장 규모가 전례없이 성장하고 있다. 작년에 열린 국내 최대 미술품 전시회 ‘화랑미술제’와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서울’은 역대 최고 매출액을 기록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주관한 ‘2021 한국 미술 시장 결산 콘퍼런스’에 의하면 작년 국내 미술 시장 경매액은 3280억원, 아트 페어 매출은 1543억원이다. 화랑 매출액 4400억원을 더하면 총 9223억원 규모로, 이는 2020년 3291억원에 비하면 무려 세 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MZ세대의 미술품 투자 열풍

미술품 시장이 활황을 맞은 데에는 MZ세대의 등장이 있다. 이들은 타인의 시선이나 요구보다는 스스로의 개성과 행복을 중시하며, 소비를 통해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다. 취미 생활에 돈을 아끼지 않는데, 미술품을 소비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하나뿐인 ‘유니크 피스’를 사는 데 열을 올리며, 단순 감상을 넘어 재테크와 투자 개념까지 아우르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아트 테크, NFT 투자를 이끄는 주역도 MZ세대다. 미술 시장 컨설팅 기관인 아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지난해 MZ세대가 부모 세대인 베이비부머에 비해 네 배가 넘는 금액을 미술품에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트테이너의 등장

아티스트(artist)와 엔터테이너(entertainer)의 합성어인 아트테이너는 배우나 가수 등 연예 활동을 하는 동시에 미술에 대한 재능을 드러내며 작가 활동도 병행하는 이들을 말한다. 가수 송민호, 강승윤, 헨리 등이 10월 런던 사치 갤러리에 진출해 화제를 모았으며, 배우 구혜선과 가수 솔비 등도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물론 연예인들의 작품을 취미 활동 수준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 아트테이너의 등장으로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대중이 미술 작품에 보다 편하게 다가가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의 ‘매일: 첫 5000일  ’2021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우리 돈 약 780억원에 낙찰됐다. 금액은 현찰이 아닌42329 이더리움으로 거래됐다. 그러나 최근 암호화폐가 하락하며 NFT 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따라서 NFT 아트를 무분별하게 구매하는 것은 조심해야 하며,NFT 아트의 본질인 ‘아트’에 대한 공부와 이해가 더욱 필요하게 되었다.

 

Part 2

미래 시장 키워드, 조각 거래와 NFT

다가올 미래 미술 시장은 디지털 아트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아트와 테크(ICT)가 만나면서 폭발적 잠재력을 지니게 된 최근 트렌드를 짚었다.

 

조각 거래, 아트테크가 뭐지?

최근의 미술품 거래 방식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대표적인 것이 조각 거래와 NFT 미술품 거래다. 기존의 아트테크 방법과는 다르게 조각 거래는 하나의 작품을 여러 명이 공동 소유하는 방식을 말하며, 이때 블록체인 기술이 등장하기도 한다. 거장의 미술품은 개인이 소유하기에는 부담스러우므로, 주관 회사가 투자자를 모아 작품을 구매한다. 투자자들은 작품의 분할 소유권을 갖게 되며, 이후 판매 수익을 거두면 수수료를 제외한 수익금을 분배받는다.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재테크 개념으로 접근한 미술 투자 방식이라고 할 수 있으며, MZ세대가 이 조각 거래를 주도하고 있다. 현재 이를 진행하는 회사로 아트앤가이드, 아트투게더, 테사 등이 있다. 세상의 모든 투자가 그렇듯, 아트 테크 역시 손실 위험도가 따르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NFT 아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

작년 한 해 NFT(Non-Fungible Token)로 미술 시장이 뜨거웠다. 대표적인 것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780억원에 거래된 비플(Beeple)의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다. 작가는 5000일(약 13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디지털 아트를 그렸고, 이를 모아 콜라주 작품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온라인상에서 이 작품을 감상하고 퍼갈 수 있지만 작품의 소유권은 단 한 사람에게 있다. NFT 아트는 이렇게 ‘디지털로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방식이다.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콘텐츠 세상에서, 복제가 차단되어 ‘유일품’으로 존재할 수 있게 기능하는 것이다. 미래의 예술이 NFT 아트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비플은 이 작품을 통해 생존 작가 가운데 제프 쿤스, 데이비드 호크니에 이어 세 번째로 비싼 작가가 됐다.

 

Part 3

실패하지 않을 미술품 투자 노하우

미술 시장은 안목이 곧 수익으로 연결되는 매우 독특한 특징이 있다. 미술품 투자를 잘하기 위해서는 시장과 작가에 대한 공부, 작품을 보기 위해 발품을 파는 것이 필수다.

 

2%의 작가를 찾아라

돈이 많지 않더라도 미술품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으면 뜻밖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미술품 거래 시장에서 투자가 가능한 작가군은 보통 2% 남짓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미술가가 10만 명이라면 이들 중 2000명 정도가 인정받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성공 투자를 보장하는 블루칩 작가를 한눈에 알아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평가는 개인의 안목만으로는 할 수 없으므로, 전문가나 다른 컬렉터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한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블루칩 작가와 저평가된 유망 작가는 100명 내외로 알려져 있다. 이들 작가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다수에게 호응을 얻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이다. 주관적 기호와 객관적 선호도가 조화를 이루는 것은 물론 다수가 ‘좋다’고 공감할 때 작품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에코락갤러리(ecorockgallery.com)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신진 작가들의 작품

 

 

검증된 신진 작가 작품 구매하는 법

신진 작가의 작품에 관심을 갖는 것은 미래의 시장성에 베팅하는 것과 같다. 컬렉터라면 한 번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시기에 구입한 작가의 작품이 훗날 대박을 거두는 것을 꿈꾼다. 그러나 이런 행운은 쉽게 따라오지 않는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것은 필수다. 신진 작가의 작품에 투자할 때는 그 작가가 얼마나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술가 대부분은 신인으로 시작하고, 대다수는 현실적 이유로 작품 활동을 포기한다. 소수만이 살아남아 자신의 작품 세계를 펼쳐가며 이력을 차곡차곡 쌓는다. 투자가치가 높은 미술품이란 이렇게 작업을 꾸준하게 이어온 이들의 작품일 확률이 높다.

 

초보자라면 꼭 가봐야 할 아트 페어

신진 작가의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트 페어에 참여하는 것이다. 아트 페어는 미술 시장의 움직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곳으로, 갤러리들이 한 공간에 모여 작품을 판매하는 ‘장터’이자 정보 교류를 위한 ‘플랫폼’이다. 아트 페어에서는 갤러리에서 밀고 있는 작가가 누구인지, 작품 가격은 얼마인지, 요즘 잘나가는 그림 트렌드는 무엇인지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와 작품이 한눈에 드러나는 곳도 아트 페어다. 수많은 작가의 작품을 비교, 분석할 수 있으므로 초보자라면 꼭 아트 페어에 방문하길 추천한다.

신진 작가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아트 페어

아시아프(ASYAAF) 국내의 대표적인 청년 작가 미술 축제다. 2008년 777명의 신진 작가와 함께 시작했고, 현재 미대생 사이에서 ‘신진 작가 등용문’으로 불린다. 여러 미술대학에서 인정받는 학생이나 졸업생이 참여하므로 수준 높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을지아트 페어 중구문화재단이 주최하며, 모든 작품을 10만원 균일가에 판매한다. 일반인들의 미술품 구매 경험을 확산하고, 미술 시장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시작됐다. 지금은 작품 구매율이 80%를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화랑미술제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며, 한국 최초이자 국내 최장수 아트 페어다. 회원사인 갤러리가 총출동하며 부스 외에도 아트 토크, 특별전, 도슨트 프로그램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한다. 올해는 3월 16~20일에 SETEC에서 열렸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3월에 열리는 화랑미술제가 아트 페어의 시작을 알린다면, 하반기에 열리는 키아프는 명실공히 국내 최대 미술품 장터로 인기가 높다. 올해로 개막 21년째 를 맞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상황에도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전속 갤러리와 친해져야 하는 이유

작가들은 자신의 전속 갤러리와 작업하는 것을 선호한다. 전속 갤러리가 없다면 전시를 기획한 갤러리와 작품 가격을 논의한다. 작가가 미술 시장에 처음 선보이는 작품은 꾸준하게 작업할수록 작품가가 자연스럽게 상승하는데, 대체로 신진 작가보다는 중견 작가가, 중견 작가보다는 원로 작가가 갤러리 가격이 높다. 전속 갤러리는 작가의 매니지먼트 업무를 맡으며, 해당 작가의 작품 가격이 왜곡되지 않도록 조정하는 역할도 한다. 작가가 신작을 소개할 때 재판매가가 높아져도 작품 가격을 급격히 올리지 않으며, 오래 소장할 컬렉터에게 작품을 먼저 소개하는 식으로 작품을 관리한다.

 

똑똑한 소비자가 좋은 투자자가 된다

미술품 투자로 성공하고자 하는 자신이 먼저 열렬한 미술 애호가이자 감상자가 되어야 한다. 가장 적극적인 미술 감상법 중 하나가 바로 미술품을 소비하는 것인데, 제대로 된 소비자가 되려면 감식안이 필수다. 이때 그림은 무조건 많이 볼수록 유리하다. 그래야 자신이 어떤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갤러리스트, 아트 딜러, 평론가, 미술 애호가 등 다양한 사람과 교류하며 작가와 작품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도 필요하다. 미술 작품을 구매하기로 결심한 후에는 예산을 정한다. 구매 비용을 정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고 싶은 작품이 아닌 생뚱맞은 작품을 사거나, 작품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진땀을 흘릴 수 있다. 또 미술품 거래에는 수수료가 별도로 부과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한다.

 

단색화 열풍

단색화는 ‘한국의 모노크롬’으로 불리며 1970년대 한국 화단에 등장한 무채색 계열의 추상회화 경향성을 일컫는다. 김환기·이우환·박서보·정상화·윤형근·하종현 등의 작가가 대표적이며, 이들의 작품이 국내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비싼 가격에 거래되어 화제를 모았다. 2006년 박서보의 ‘묘법’ 시리즈 100호는 2900만원에 거래되었으나 2015년에는 2억3000만원, 2017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14억7000만원에 팔렸다. 최근 일부 단색화 작가는 경매에서 높은 낙찰가를 기록했으며, 미술 시장의 열기가 더해질수록 거래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2021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 서울’에 전시된 이우환 화백의 작품

 

미술품과 절세

자산가들이 미술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감상자로서 만족도도 있지만 절세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미술품은 양도가액이 6000만원 미만이면 비과세 된다. 그 이상인 경우에도 필요경비를 제외하고 세금을 내기 때문에 부동산에 비하면 세금 부담이 현저하게 낮다. 작년에는 법이 바뀌어 지속적인 미술품 거래로 발생한 수익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면서 절세 효과가 더욱 커졌다. 또 국내 생존 작가의 작품을 거래할 때는 가격에 상관없이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막대한 투자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법인이 회사에 그림을 걸어둘 경우에는 경비 처리도 가능하다. 부동산 등 보유 자산으로 인한 세금이 버겁다면 미술품 투자로 눈을 돌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도움말 한혜미(갤러리K 아트 딜러, <월 10만원 그림 투자 재테크>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