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초월상담연구소장
"자기 수용의 힘을 믿어라"
현대인은 정체 모를 무거운 짐이 마음을 짓누르지만 바쁜 현실에 외면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할지 모른다. 김용태 소장은 신간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잘살고 싶다면>을 통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세상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는 지쳐 있다. 수년째 계속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상은 급변했고, 날이 갈수록 잔혹해지는 범죄 사건, 사고 등 각종 암울한 소식이 우리 마음을 괴롭힌다. 그래서 사람들은 행복을 바랐는지 모른다. 하지만 행복하고 싶은 소망은 어느 순간부터 강박으로 변해 마음은 더욱 지쳐버렸다. 도대체 답은 어디에 있는 걸까?
40년간 현대인을 상담해 오며 마음 치유의 아이콘이 된 김용태 초월상담연구소 소장이 최근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잘 살고 싶다면)(덴스토리)을 펴냈다. <가짜 감정), <부부 같이 사는 게 기적입니다〉에 이은 역작이다. 김 소장은 지쳐 있는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그 해답으로 ‘현실 수용’을 제시한다.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수용의 마음을 키워야 한다.
남이 가진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자신이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고 발전하려
하는 마음을 키워야 한다. 마음의 행복은
자신의 것들을 수용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가면서 만들어진다.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이유는?
한국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선진국이 됐다. 이제 한국인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원하는 걸 누릴 수 있는 환경 속에 살고 있다. 이런 물질적 풍요는 자신이 바라는 것을 기꺼이 하도록 하는 경향으로 이어졌고, 개인적 만족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도록 만들었다.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 그리고 물질적 풍요의 시대가 한국인을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살도록 만든 것이다. 이는 과거 한국이 가난할 때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살았던 것과 전혀 다른 경향이다.
사람들은 실제로 행복해졌을까?‘
물질적 풍요는 정신적 풍요를 보장하지 않는다. 많은 부모가물질적 풍요를 이루기 위해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자녀 양육에 소홀해졌다. 그리고 물질적 풍요를 이루기 위해 지치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진다. 마음이 공허한 채 물질적 풍요만을 추구하다 보니 갈등도 많이 생긴다. 결국 먹고 누릴 것은 많지만 그만큼 미음을 편안하게 하고 자신의 공허를 다룰 수 있는 성숙한 마음과 인격은 갖추지 못하고 살아가게 된 것이다. 가난한 시절에는 참고 살던 사람들이 이제는 참지 않고 자기 마음의 힘듦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면서 갈등이 많은 사회에서 살게 됐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물질은 풍요로워졌지만 마음은 훨씬 힘들고 지친 상태가 되었다.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려는 강한 경향이 정신적·심리적 영역에서는 더욱 빈곤하고 공허해지는 아이러니를 낳고 있다.
행복하게 산다는 건 무엇인가?
인간의 행복은 영혼을 통해 이루어진다. 마음이 평화롭고 행복하려면 삶의 의미와 심리적 명안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행복은 ‘자족(自足j’에서 온다고 볼 수 있다. 가진 것을 수용하고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하다. 가진 것에 만족하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조건과 환경만 좋아지면 욕심이 생긴다. 이는 상대적 박탈감, 공허함 등 많은 불행을 초래한다.
‘현실수용’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이 있다. 어떤 이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어떤 이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다. 개개인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살아간다. 배움이 많은 집에서 태어난 사람이나 그 반대의 환경에서 태어난 이들도 마찬가지다. 현실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다. 삶의 현장은 저마다의 인생에 밑바탕이 되기에 제 각각일 수밖에 없다. 현실 수용이란 그런 각자의 환경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고, 자신이 처한 현실과 마주하는 것이다.
현실 수용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현실을 수용하려고 하면 내 자신이 비참한 것 같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스스로 부정하고 싶은 현실을 인정해야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부잣집에서 자라길 바라는 사람은 가난한 현실이 싫다. 유식한집에서 자라길 원하는 사람은 무식한 현실이 싫다. 이를 인정하면 왠지 그러한 현실에 갇힐 것 같은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현실 수용은 현실을 인정하고 모험에 도전하면서 자기 발전의 기회로 삼으며 살아가는 길이다. 인간은 현실적이며 동시에 이상적이다. 그래서 현실만 갖고 살수 없고, 이상만으로도 살수 없다. 현실만 있으면 현실 안주로 인한 회피적 삶이 되고, 이상만 있으면 현실 부정으로 인한 과장된 삶을 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자신이 도전할 수 있는 미래의 발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칫 ‘현실 안주’에 빠질 수 있을 것 같다
현실 수용과 현실 안주는 전혀 다르다. 현실에 안주하는 마음은 일종의 현실 회피라고 할 수 있다. 현실을 부정하면서 살다가 더 이상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기 어려워지면 그대로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이 가는 길이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대부분 희망이 없는 무의미한 삶 또는 적당히 타협하는 안전제일주의 삶으로 흘러간다. 그렇다 보니 매사에 불안하고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소극적인 삶은 도전하고 성취하는 인간의 본성과 배치된다. 인간은자신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본성을 지녔다. 현실을 회피하는 사람은 이러한 인간의 본성과 어긋나는 삶을 살기 때문에 늘 마음 속에 생기는 좌절을 피할 수 없다.
현실을 부정하는 삶은 어떤가?
현실 부정은 안주보다 더 안 좋은 길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을 부정하는 경우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기 위해 자신을 과대 포장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기는 길이다. 많은 사람이 지신의 현실을 왜곡하며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살아간다.
그리고 자신이 실제 가지고 있는 것보다 크게 부풀려 생각한다. 자신을 부풀리는 이유는 다른 사람에게 좋게 보이거나 그 틀보다 우위에 서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이것은 경쟁사회가 만들어내는 일종의 부작용이다.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갈등을 통해 우위를 점하려고 하기 때문에 늘 경쟁을 치르듯 피곤하고 고단한 삶을 살게 된다. 이런 사람은 겉으로는 다양하고 떠들썩한 대인관계로 화려해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외로움과 씨름하면서 고독하게 살아간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면 좋아지는 것은?
자존감이 높아진다. 자신의 불안전함을 인정하고 수용하면 실수해도 조바심이 나지 않는다. ‘멍청하게 왜 그런 실수를 했을까?’라는 자기 비난도 없어진다. 내가 실수한 만큼 내 스스로 충분히 납득이 되기 때문에 괴롭지 않다. 그만큼 마음의 평안이 찾아오는 것이다.
의견을 적절하게 말하며 살수 있다. 자신감이 부족해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의견을 말한 뒤에 감당해야 할 대가가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 수용을 하면 그 대가를 받아들이기 수월하다.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해도 부족한 자신을 인정하기에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다.
사람들과 잘 지낸다. ‘가짜 내가 아닌 ‘진짜 나’로 살아가기 때문에 사람들을 대할 때도 거짓이나 가식 없이 편안하게 대할 수 있다.
상대방에 휘둘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입사동기가 나보다 먼저 승진하면 우울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 내면의 감정을 인정하면 동기가 승진한 사실보다 내 심리적 현실 때문에 더 힘들었음을 깨닫고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정신적으로 지친 중년에게 한파디 한다면?
‘죽고 싶어도 괜찮다.’ 우리는 죽고 싶은 마음이 들면 큰일 난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삶을 제대로 살 수 있다. 죽음 앞에 서면 사람은 겸손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무작정 좇던 욕망에서 벗어나 무엇이 자기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지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삶을 정돈하고 다시 살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화내면 안돼’, ‘싸우면 안돼’, ‘창피당하면 안돼’ 등도 마찬가지다. 화가 나도, 싸워도, 창피해도 괜찮다. 어차피 인간은 연약한 존재라 다 그러고 산다. 그걸 인정하고 ‘진짜 나’로 살면 그게 잘 사는 인생이다.
국내 상담치료최고 권위자인 김용태 초월상담연구소 소장이 들려주는 자기 수용에 관한 메시지. ‘쪼잔’하고 지질하게 비치는 모습 때문에, 열등감 때문에 등 다양한 이유로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시련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