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왜 달에 가려고 하나
각국의 우주탐사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그 시작은 가깝고도 먼 곳, 바로 ‘달’이다. 수많은 나라가 달에 도달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류사에서 15세기 대항해시대는 인류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중요한 시기로 꼽힌다. 대항해시대는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 조선과 항해 기술에서 앞선 유럽 열강이 동방에서 후추 등 향신료를 가져와 큰돈을 벌려는 욕심에서 시작됐다. 그 결과 동서양을 오가는 뱃길이 열렸고, 마젤란은 처음으로 세계일주에 성공해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입증했으며,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해 인류의 지평을 넓혔다. 물론 이면에는 서구 열강들의 식민지 수탈과 노예무역 등 제국주의의 단초가 된 아픈 역사도 있지만, 항해와 교역을 위해 각종 신기술이 개발되면서 인류의 문명이 크게 발전했다. 비록 동기는 탐욕이었으나 무엇보다 결과는 창대했던 셈이다.
현재 세계 각국이 진행하는 우주탐사는 곧잘 대항해시대에 비견된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국 중심의 닫혀 있던 인류의 생각이 세계관이라는 열린 사고로 확장된 것이 대항해시대의 가장 큰 성과인 것처럼 인류의 사고를 지구 중심에서 범 우주로 확대해 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앞다퉈 우주탐사 계획을 수립해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그 시작이 달이다. 그렇다면 왜 달에 가야 하나. 많은 사람이 이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우주탐사의 시작이 달이라는 것을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지구에서 가깝고, 예전부터 달 탐사 로켓 발사 소식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우주탐사=달’이라는 공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중요한 것은 우주탐사에서 달은 목표점이 아니라 시작점이라는 것이다. 달은 우주탐사를 향한 출발선이다. 우주탐사의 출발선이 지구가 아닌 달인 까닭은 목표 지점과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추진하는 우주탐사의 목표점은 화성이다. 문제는 화성이 너무 멀어 지구에서 가기 힘드니 달에서 출발하는 현실적인 계획들을 세웠다.
즉 달은 화성을 가기 위한 전진기지다. 이것이 우주탐사의 출발선이 지구가 아닌 달인 이유이고, 우리가 달에 가야 하는 까닭이다.
2030년, 달이 붐빈다
미국이 1969년 ‘아폴로 11호’를 발사해 인류가 달에 발을 디딘 이후 달 탐사 계획은 한동안 중단됐다. 정치・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달보다 먼 우주탐사를 진행하기에 기술적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그렇게 좌초했던 인류의 달 탐사 계획이 근 50년 만에 다시 부활했다.
미국은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계획을 2017년부터 가동하고 있다. 아르테미스 계획의 핵심은 달에 사람이 머물 수 있는 우주기지 건설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달 궤도에 일종의 임시 기지인 우주정류장 ‘루나게이트웨이’를 건설하고, 2025년 사람을 다시 달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미국의 우방들도 함께 참여하는데, 우리나라도 포함됐다. 주목할 만한 것은 아르테미스 계획을 승인한 인물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이번에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재선된 만큼 아르테미스 계획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여기에 트럼프를 적극 지지한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엑스에서 로켓 발사 등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못지않게 달 탐사에 적극적인 나라가 중국이다. 1950년대 말부터 로켓 기술을 개발한 중국은 ‘창어 계획’이라는 달 탐사 계획을 수립해 2013년 무인 달 탐사 차량을 실은 로켓 ‘창어 3호’를 쏘아 올려 미국, 구소련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 그뿐 아니라 지난 6월 ‘창어 6호’가 미국보다 앞서 달 뒷면에 착륙하며 우주 기술력을 과시했고, 독자 우주정거장 ‘텐궁’을 운영하며 2026년 달에 사람을 보낼 계획이다.
러시아도 지난해부터 ‘루나 25호’를 발사하며 달 탐사를 재개했다. 원래 러시아는 미국보다 앞선 1966년 달에 로켓을 착륙시켰다. 그러나 1969년 미국이 아폴로 11호를 통해 사람이 처음으로 달에 발을 디디면서 러시아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일본도 달 탐사에 적극적이어서 올해 무인 달 탐사선을 달에 보냈다. 토요타 자동차가 달착륙선을 개발하고 있으며, 2030년 이후 사람을 달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인도도 2008년 ‘찬드라얀 1호’를 시작으로 달 탐사에 발을 들였으며, 2019년 ‘찬드라얀 2호’를 보냈지만 착륙에 실패했다. 여기 굴하지 않고 인도는 지난해 7월 ‘찬드라얀 3호’를 다시 보내 세계 최초로 달의 남극 착륙에 성공, 13일간 머물며 달의 남극 풍경을 보여줬다. 인도는 2035년까지 달 궤도에 우주정거장을 건설해 2040년 유인 탐사 성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달 탐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발사한 ‘다누리호’를 시작으로 2032년 달에 무인 착륙선을 보낼 계획이다. 다누리호는 달 궤도를 돌며 달 표면 사진과 자기장 데이터 등을 전송했다.
열악한 달 환경을 뚫어라
달 탐사 계획에서 중요한 것이 월면차로 알려진 탐사선이다. 로켓, 즉 발사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많은 기업이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달 탐사선 개발은 흔치 않다.
정작 중요한 것은 달에 착륙해 현지 상태를 확인하려면 탐사선이 필요한데, 탐사선 개발이 만만치 않은 것이 문제다. 그 이유는 달의 열악한 환경 때문이다. 달은 낮에는 기온이 127℃까지 오르고, 밤에는 영하 173℃로 곤두박질쳐 일교차가 무려 300℃에 이르는 극한의 기후를 보여준다. 그래서 물도 얼음 형태로 존재한다. 또 대기가 없는 진공 상태여서 우주방사선이 마구 쏟아지고 수분이 없어 매우 건조하다.
지구에서 건조할 때 발생하는 정전기가 달에서도 발생한다. 그 바람에 달 표면은 온통 먼지가 떠다니는 분진 현상이 심각하다. 정전기 때문에 먼지가 피어오르는 것이다. 지구에서 사용하는 각종 디지털기기는 먼지에 취약하다. 특히 미세한 먼지가 틈새로 파고들면 고장을 일으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달에 가져가는 모든 장비는 특수한 방진 설계를 해야 한다.
여기에 달 표면은 모래보다 더 가느다란 입자로 덮여 있다. 그 바람에 지구에서 사용하는 일반 바퀴는 푹푹 빠져 굴러가지 않는다. 특히 고무 바퀴는 아예 사용이 불가능하다. 고무는 우주의 진공 상태에서 터져버리고, 우주방사선 때문에 딱딱하게 굳어 부서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영화 <더 문>에서 고무 바퀴를 장착한 월면차가 등장하는 장면은 사실과 맞지 않다.
나침반과 위성위치확인장치(GPS)도 달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일단 달궤도를 도는 GPS 위성이 없고, 우주방사선과 자기장이 심해 나침반과 GPS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달의 가장 큰 문제는 자전과 공전 주기가 같다는 것이다. 공전주기가 같으면 한 달의 절반은 낮, 나머지 절반은 밤만 지속된다. 따라서 낮과 밤이 각 14일씩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지구에서 공기로 열을 식히는 공랭식 모터를 사용할 수 없다. 그만큼 각종 기기의 방열 문제가 심각해 까다로운 설계가 필요하다.
국내 유일의 월면차 개발
국내에서 달 탐사선을 개발하는 곳은 무인탐사연구소라는 스타트업이 유일하다. 무인탐사연구소는 조남석 대표가 2016년 창업한 국내 유일의 무인 월면 로봇을 개발하는 업체다.
언뜻 생각하기에 과연 스타트업이 천문학적 예산이 드는 달 탐사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기업의 규모가 아니라 기술이다. 올해 달에 착륙한 일본 탐사선에 실린 무인 탐사 로봇 ‘소라큐’는 ‘조이드’라는 로봇 장난감을 만드는 업체에서 개발했다. 주먹만 한 크기의 이 로봇이 달 착륙선 사진을 찍어 지구로 전송했다.
마찬가지로 무인탐사연구소도 태양광을 이용한 무인기를 개발하는 등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다양한 무인 우주탐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통령실 초청을 받아 개발이 한창인 ‘로버’라는 이름의 월면 로봇, 즉 무인 탐사선을 소개했다.
현재 무인탐사연구소는 꼬마 자동차처럼 생긴 바퀴가 달린 여러 종류의 로버를 개발 중이다. 로버는 배터리로 작동하며 몸체에 붙어 있는 태양광 패널을 이용해 전력을 충전한다. 로버의 바퀴는 특이하게 생겼다. 가루로 된 월면토에 빠지지 않도록 그물처럼 구멍이 뚫리고 갈퀴가 달린 알루미늄으로 바퀴를 만든다.
로버 개발에는 보통 4~5년이 걸린다. 현재 개발 중인 로버는 바퀴 개수에 따라 두 바퀴로 달리는 스‘ 카라브’와 네 바퀴가 달린 ‘해태’, 몸체를 접을 수 있는 ‘거북이’ 등으로 나뉜다. 다양한 로버를 개발하는 이유는 우리 정부에서 어떤 형태의 무인 탐사선을 채택할지 아직 확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버는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공장에서 제조한다. 공장에 인공 월면토를 깔아 달 표면을 재현한 뒤 로버의 작동을 시험한다. 로버는 기기 개발이 끝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시험을 남겨두고 있다. 우주의 열과 방사선을 견디는 시험을 통과하면 내년 11월 발사 예정인 ‘누리호’에 실려 달로 향하게 된다. 로버가 달에서 할 일은 아직 미정이지만 분광기 등 채취기를 싣고 가 달의 광물을 채취하고 분석하는 일 등을 할 것으로 보인다.
멀고도 험한 화성 이주
달 탐사 이후 다음 목표는 화성이다. 문제는 지구에서 화성까지 거리가 두 행성의 공전주기를 감안했을 때 가장 짧은 경우 5600만km다. 현재 기술을 이용하면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는 데 6개월 이상이 걸린다. 당연히 이 기간을 견딜 수 있는 식량과 연료 등의 문제 해결이 화성 이주 성공 여부의 관건이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달을 화성 탐사를 위한 전진기지로 사용하려고 한다. 지구보다 화성까지 가는 거리가 줄어들고 당연히 시간과 비용도 적게 든다.
화성 탐사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20년 발사한 무인 탐사선 ‘퍼비어런스’ 로버를 활용해 화성을 탐사 중이다. 민간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민간 우주항공 스타트업 스페이스엑스에서 적극적인 화성 탐사를 준비하고 있다. 스페이스엑스는 2026년 첫 무인 화성 탐사를 시도한 뒤 2028년 사람을 화성에 보낼 계획이다. 2028년을 목표 시점으로 잡은 이유는 26개월마다 정렬되는 지구와 화성의 공전주기에 따라 두 행성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스페이스엑스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는 화성을 개척해 인류를 이주시킬 꿈을 갖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지구의 유한한 자원과 식량, 기후 위기 등으로 전 지구적 재앙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화성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 마치 우주식민지가 등장하는 만화영화 <기동전사 건담>을 연상시킨다. <기동전사 건담>에서는 지구의 핵전쟁이 원인이었지만 일론 머스크는 각종 재해, 자원 부족을 핵전쟁 못지않은 지구의 위기로 본다. 따라서 그는 2050년까지 100만 명을 화성에 보내겠다는 것이 목표다. 일론 머스크뿐 아니라 미국, 중국 정부와 중동도 인류를 다른 행성에 이주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국은 2020년 화성 탐사를 위한 우주선 ‘텐원 1호’를 발사했으며,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도 화성 탐사를 준비하고 있다. 인도는 2014년 화성에서 궤도를 돌며 관측하는 ‘망갈리언호’를 발사했고, 아랍에미리트도 2021년 화상 탐사선 ‘호프’를 쏘아 올렸다. 아랍에미리트는 2117년 화성에 도시를 건설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화성 탐사 계획을 갖고 있다. 대통령은 지난 5월 열린 우주항공청 개청식에서 2045년까지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스페이스 광개토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우주항공청은 화성 궤도를 돌며 환경을 관측하는 궤도선과 화성에 착륙해 각종 실험과 분석을 수행할 착륙선을 동시에 개발할 계획이다.
관건은 지구와 다른 화성의 환경이다. 화성은 달보다 훨씬 멀어 우주선이 날아가는 동안 더 많은 우주방사선에 장시간 노출된다. 사람의 뇌는 물론이고 로봇 등에 장착된 각종 반도체가 이를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다. 또 화성은 대기 밀도가 지구의 100분 1에 불과해 궤도 진입 속도가 시속 1만km 이상이어서 착륙하려면 엄청난 마찰열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난관을 뚫고 화성에 착륙한다 해도 끝이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테라포밍(Terraforming)’이다. 테라포밍이란 지구처럼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을 화성에 만드는 프로젝트를 말한다. 즉 높은 방사선과 낮은 대기압, 산소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생명 유지 시스템, 고열의 모래폭풍을 견딜 수 있는 시스템과 물 공급 장치가 필요하다. 또 중요한 것이 지구와 소통할 수 있는 통신 시스템이다. 이미 구글 등은 오래전부터 화성을 겨냥한 행성 간 인터넷을 개발해 왔다.
같은 테라포밍은 화성에 인류가 이주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지구와 다른 환경이 인류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하는 것은 돌연변이다. 화성은 지구보다 중력이 낮아 골밀도가 감소할 수 있다. 따라서 낮은 중력을 견딜 수 있도록 작은 체형에 단단한 뼈를 가진 사람이 유리하다. 또 지구보다 강한 방사선, 약한 빛은 피부와 눈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그만큼 화성 탐사는 가야 할 길이 멀고, 해결할 과제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