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해도 괜찮다’는 착각, 비만이 부르는 ‘만성질환 도미노’
최근 전 세계 비만 인구가 가파르게 늘면서 10년 후 성인 인구의 절반이 비만으로 분류될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눈 깜짝할 새 불어난 체중은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된다. 비만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지구인 8명 중 1명은 ‘비만’
지구가 하루가 다르게 무거워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WHO)가 <란셋(The Lancet)>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성인 인구의 43%에 해당하는 25억 명이 과체중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약 10억 명이 비만한 것으로 분석됐다. 오늘날 지구촌에 사는 사람 8명 중 1명꼴로 비만하다는 얘기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비만병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비만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2022년 기준 성인 비만 유병률이 38.4%에 이르렀다.
비만 유병률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증가했으나, 특히 남성 환자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최근 10년간 비만병 유병률을 살펴보면 여성은 23.7%에서 27.7%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인 반면, 남성은 37.9%에서 49.6%로 약 1.3배 증가했다. 2022년 기준, 국내 성인 남성 2명 중 1명이 비만에 해당하는 셈이다. 같은 기간 비만 가운데 특히 치명적이라고 알려진 복부비만도 꾸준히 늘어 복부비만 유병률은 남성 31.3%, 여성 18.0%로 나타났다.
비만은 ‘21세기 신종 전염병’
비만 인구 증가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세계비만연맹은 지금 추세라면 2035년에는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비만 또는 과체중으로 분류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또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아프리카, 아시아 등 중저 소득 국가에서도 비만 인구가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는 비만이 선진국만이 아닌 전 인류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비만 인구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각국은 비만과의 전쟁에 나서고 있다. WHO는 수년 전부터 비만을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규정했으며, 최근에는 비만을 전 세계에 퍼지고 있는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지목하며 적극적인 대처를 권고했다. 해외 주요 선진국들도 비만 예방과 관리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설탕세(Sugar Tax)로 노르웨이를 비롯해 미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은 비만율 감소 등을 목표로 청량음료 등에 설탕세를 부과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최근 「비만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비만기본법)」이 발의됐다. 이는 보건복지부 비만예방관리위원회 설치, 영양·운동·사회복지·의료 분야 비만 전문 인력 양성 등 국가 차원에서 비만을 해결하기 위한 법률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비만 탈출, 꾸준한 관심이 핵심
비만 치료, 질병으로서 비만에 대한 인식 모두 개선되었으나 관리 수준은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 대한비만학회의 ‘비만 인식 현황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체중 감량을 시도한 응답자 중 64%가 요요 현상을 겪었다고 답했다. 많은 이가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비만의 늪에 빠져 있는 것이다.
문제는 비만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 비만에서 그치지 않고 수많은 합병증이 뒤따른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합병증은 당뇨병, 고혈압, 치매다. 모두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질환이다.
이처럼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자 명백한 질환으로, 꾸준한 관심과 관리가 필수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비만에 대한 이해다. 사람들이 번번이 비만 탈출에 실패하는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잘못된 정보다. 특히 인터넷에 퍼져 있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정보, 과장된 정보가 다이어트를 방해하고, 요요 현상을 야기한다. 해마다 늘어나는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상식에 가려져 있는 비만의 진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비만이 ‘왜 생겼는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알아야 올바른 해법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