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일상과 작별하고 싶다면, ‘혈당’에 주목하라!
다이어트에 번번히 실패한다면 방법이 올바른지 재고해 봐야 한다.
비만은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 질병이다.
잘못된 방법은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만성질환의 씨앗, 비만
비만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치료가 필요한 질병 중 한다. 하지만 당뇨병이나 심장병과 달리 비만은 ‘병(病)’이라는 단어와 함께 쓰이지 않는다. 이 작은 차이는 비만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잘 보여준다.
비만은 명백한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질병과 달리 단순한 미용 문제로 여겨진다. 초기에는 외적 변화 외에 뚜렷한 증상이 없는 탓이다. 그러나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며, 41년간 국내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암 발생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비만은 우울, 불안 등을 야기하여 정신건강도 위협한다. 비만을 심각한 질병으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비만 유병률이 증가하고 그 위험성을 밝히는 연구가 쏟아지고 있지만,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공감대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에 대한비만학회는 비만이라는 명칭을 '비만병'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내놨다. '비만은 곧 질병'이라는 인식을 확대하고,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비만은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로 인식되고 있으며, 세계 주요 국가들은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치료 및 관리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실행하고 있다.
이처럼 비만은 사회경제적 손실을 야기하며, 개인의 만성질환의 위험을 크게 증가시키는 명백한 질병이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가 혈당 조절 약물을, 고혈압 환자가 혈압 강하제를 처방받는 것처럼 비만 역시 그 원인에 맞는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비만 탈출의 해답은 ‘인슐린’
흔히 살이 찐 이유를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아서’라고 생각해 먹는 양을 줄이고, 운동을 시작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은 비만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요요현상으로 인해 전보다 체중이 증가할 수도 있다.
살이 찌는 진짜 원인은 인슐린 기능 저하에 있다. 인슐린은 혈당을 일정하게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탄수화물을 섭취하여 혈당이 상승할 때 췌장에서 분비된다. 탄수화물 섭취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인슐린의 분비도 늘어나는데, 문제는 이때 발생한다. 세포가 인슐린에 지속적으로 과도하게 노출되면 인슐린에 대한 반응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태를 ‘인슐린 저항성’이라 한다.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면 혈당을 낮추기 위해 더 많은 인슐린이 분비되어야 한다. 이로 인해 혈당이 급격히 감소하면 허기를 느껴 음식을 먹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또한 혈중 인슐린 농도가 높아지면 혈당을 지방세포에 저장되게 하여 비만을 촉진한다.
따라서 다이어트를 할 때는 필요 이상의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저칼로리 식품을 찾기보다는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식품을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식품, 그 중에서도 흡수가 빠른 정제 탄수화물, 액상과당은 혈당을 급격히 올려 인슐린의 과도한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이 같은 식품을 피해 혈당수치를 완만하게 유지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면서 건강을 되찾아 자연스럽게 다이어트를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게 된다. 특히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면 포만감이 오래 가서 식단 관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운동으로 근육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근육량을 늘려 건강한 몸을 만들어야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되돌릴 수 있다. 특히 대근육을 중심으로 한 근력 운동은 장∙단기적으로 혈당 관리에 여러 이점을 준다. 혈당이 올랐을 때 대근육을 움직이면 혈당이 근육으로 이동하여 소비되기 때문에 식후 급격한 혈당 상승을 막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혈당 상승 자체를 예방할 수 있다. 근육량이 많아지면, 그만큼 흡수하고 소비할 수 있는 포도당의 양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비만 탈출의 핵심은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다. 인슐린 기능을 건강한 수준으로 되돌리면 자연스럽게 체중 감량이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