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이 된 세계의 음식 문화
와인 양조법부터 피자 제조 기술까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음식 문화는 생각보다 많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음식 자체가 아니라 ‘음식을 만들고 즐기는 문화’가 유산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세계 각국의 음식 문화유산을 소개한다.
도기로 만든 최초의 와인
조지아 크베브리 와인 양조법
조지아는 8000년 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와인의 발상지로, 조지아인들에게 와인은 국가 유산이자 삶의 일부다. 오랜 세월 이어져온 조지아 전통 와인 양조법의 핵심은 ‘크베브리’라는 달걀 모양 도기로, 최초의 조지아 와인 역시 크베브리를 이용해 만들어졌다.
크베브리 와인은 독특한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먼저 포도를 수확한 후 압착기로 짜낸 포도즙과 껍질, 줄기, 씨로 이루어진 찌꺼기 ‘차차’까지 모두 크베브리에 담는다. 그런 다음 입구를 밀봉해 ‘마라니’라 부르는 지하 와인 셀러에 묻는다. 크베브리는 5~6개월 동안 숙성 과정을 거쳐 조지아 와인만의 깊은 풍미를 만들어낸다.
완벽한 피자 한 판을 위한 장인정신
이탈리아 나폴리피자 요리 기술
피자의 발상지이자 원조국인 이탈리아. 그중에서도 나폴리피자는 400℃ 고온에서 1분 내외로 빠르게 구워 극대화된 재료의 맛과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완벽한 나폴리피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문 기술 훈련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기술을 갖춘 사람만이 ‘피자이 올로’라는 피자 장인의 자격을 얻는다. 세대를 넘어 전승되어 온 나폴리 피자이올로의 기술은 네 단계로 이루어진다. 먼저 반죽을 치대어 부드럽고 고른 도(Dough)를 만든 뒤, 이를 원반 모양으로 펴고 공중에서 돌려 질감을 균일하게 만든다. 이후 도 위에 토핑을 더하고, 마지막으로 장작 화덕에 구워내는 과정을 거치면 맛있는 나폴리피자가 완성된다.
세련된 코스 요리
프랑스 미식 문화
프랑스인들에게 식사는 음식을 먹는 행위를 넘어 지인과 교류하고 삶의 기쁨을 만끽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들은 결혼식이나 생일 같은 특별한 기념일에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음식과 술을 즐기고 대화를 나눈다.
프랑스의 미식 문화는 재료를 고르는 것에서 시작해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선택하고, 정해진 순서에 따라 음식을 맛보며 즐기는 과정 전체를 포함한다. 이때 정해진 식사 순서를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페리티프(식전주)로 시작해 리큐어(혼합주)로 마무리하며, 그 사이에 애피타이저, 채소를 곁들인 생선 및 육류 요리, 치즈, 디저트 등 적어도 네 개의 코스가 이어진다.
한국인의 식탁을 책임지는
대한민국 장 담그기 문화
한국인의 밥상에서 된장, 간장, 고추장 등 장류는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재료로, 각각의 장은 특정 요리와 궁합을 이뤄 한국 음식의 기본이자 정체성을 형성한다. 오랜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복합적이고 깊은 맛과 풍미를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장 담그기’는 지난해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음식 문화로, 단순히 장을 담그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장을 만들고 관리하며 활용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 신념을 아우르는 종합 문화로 인정받았다. 중국이나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콩을 발효해 장을 만들지만,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는 콩 재배부터 메주 쑤기, 장 가르기, 숙성과 발효에 이르는 독창적인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다양한 문화가 한데 어우러지다
싱가포르 호커 문화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상징 중 하나인 호커 센터는 길거리 음식 문화에서 시작된 독특한 공간으로, 다문화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의 특징을 그대로 담고 있다. 쉽게 말해 음식 노점상이 모여 있는 공간을 가리킨다. 중국, 말레이, 인도 등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이곳에서는 현지인의 입맛과 취향에 맞춰 발전한 각 문화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호커 센터는 단순히 식사하는 공간을 넘어 사람들을 연결하는 장소로도 기능한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식사를 즐기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공동체 식당인 동시에, 체스 게임이나 버스킹 공연 같은 다양한 문화 활동이 펼쳐지는 무대이기도 하다.
지역마다 다른 맥주 양조법
벨기에 맥주 문화
벨기에는 ‘맥주의 나라’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지역마다 다양한 맥주를 생산한다. 인구가 약 1100만 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인데도 전국에 걸쳐 200여 곳의 맥주 양조장이 자리 잡고 있으며, 서로 다른 발효 비법으로 생산되는 맥주가 무려 1500종에 달한다. 쿰쿰한 향과 강한 신맛이 인상적인 람빅 맥주는 브뤼셀에서만, 올드 브라운 맥주는 서부 플랑드르 지방 전역에서 주조된다.
벨기에는 맥주 주조 과정뿐 아니라 이를 음미하는 문화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맥주를 즐길 때는 살라미나 치즈 같은 가벼운 안주를 곁들이는 것이 일반적이며, 음식과의 페어링은 벨기에의 맥주 문화를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