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조영민 교수의 '개인 맞춤 식단' 강론

올해 의 건강 기획 결산을 위해 조영민 교수를 만났다. 국내 최고 권위자에게 혈당·비만·겨울철 당뇨병 관리 등 대사 기능 개선에 대한 포괄적 조언을 부탁했다.

2021-12-03     이영민 에디터

Profile 조영민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 박사

- 現 서울대학교병원 내과 교수

- 現 한국건강관리협회, 대한당뇨병학회 이사

 

 

수년간 '나만의 맞춤 식단'에 대해 강론을 펼치셨는데,

사람들의 인식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관심 있는 분들은 이제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 일반 대중의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아직도 ‘당뇨에 좋다’, ‘비만에 좋다’ 같은 말을 들으면 곧이곧대로 믿는 이가 대다수다. 하지만 일부 관심 있는 분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건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

 

맞춤 식단이 중요한 이유는?

‘개인 맞춤 영양학’을 먼저 알아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몸에 좋은 음식이라면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완전식품으로 불리는 우유만 해도 몸에 좋은 음식으로 통용되어왔지만, 누군가는 우유를 먹으면 설사로 고생을 한다.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도 경우에 따라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모두가 좋다고 말하는 ‘평균’에 맞춘 식단은 ‘내 발에 맞지 않는 신발’,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문제는 평균을 따르다가 질병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유가 맞지 않는 사람이 우유를 계속 마시면 설사를 하는 것처럼 ‘몸의 이상 징후를 감내하면서까지 굳이 먹어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개인 맞춤 식단은 삶의 질과 일부 질병과도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맞춤 식단이 꼭 필요한 사람은?

당뇨병 환자, 당뇨병 전 단계 환자들이다. 이들 만성질환자는 어떤 음식이 혈당을 높이고 낮추는지 아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만약 혈당 변화를 잘 모를 때는 식후 몸에 나타나는 증상을 음식과 함께 기록해두면 이후 몸에 특별한 증상이 나타날 때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은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면 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가족력이라든지, 건강검진 결과에 따라 자신에게 필요한 맞춤 식단을 설계하는 걸 권한다.

 

맞춤 식단을 구성하려면 데이터가 쌓여야 하지 않나?

그렇다. 사실 우리는 대개 살아온 경험으로 내게 맞는 음식인지 아닌지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A음식을 먹으면 졸려”, “B음식을 먹고 나면 소화가 잘 안 돼” 같은 반응 말이다. 이 모든 것이 개인의 데이터라고 보면 된다. 이런 정보가 증상을 기반으로 한다면, 혈당 수치는 측정을 해야 알 수 있는 데이터다. 즉 경험으로 알고 있는 증상 데이터에 혈당 측정 결과를 더하면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인이 혈당 수치를 체크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에는 피부 부착식 연속혈당측정기가 보급되어 보다 수월하게 혈당 수치를 측정할 수 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피부 표면에 부착하여 채혈 없이 혈당을 측정하는 기기로, 채혈을 반복하지 않고도 24시간 동안 혈당 수치를 파악할 수 있어 혈당 급상승을 일으키는 음식과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음식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는 ‘맞춤형 식단’을 구성할 수 있는 기초가 되며 식단 구성 후 점검 역시 가능하다.

 

맞춤 식단을 실행하면 비만, 당뇨병 등을 관리할 수 있을까?

상당 부분 관리할 수 있다. 비만, 당뇨병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맞춤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심한 고도 비만은 수술적 치료를 병행해야 할 수도 있고, 인슐린 분비 기능이 매우 많이 떨어진 당뇨병의 경우 약이 필요할 수 있다.

 

혈당 관리 측면에서 피해야 할 대표적인 음식을 꼽는다면?

포도당, 액상과당, 설탕 같은 ‘단순당’이 첨가된 음식도 주의해야 한다. 단순당은 체내에 바로 흡수되므로 혈당을 급격히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음식은 칼로리가 낮더라도 섭취를 피해야 한다.

 

잘못된 영양 상식의 예가 또 있을까?

사과의 혈당지수는 평균 65로 알려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느 정도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혈당지수를 측정해보니 45~90이다. 사과를 먹다가 혈당 수치가 90으로 급상승할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설탕의 혈당지수는 100이다. 사과를 먹고 혈당지수가 90이 나온다면 위험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또 같은 사과라도 재배지, 재배 방식, 품종 등에 따라 영양 성분이 다르다는 걸 많은 이가 간과하고 있다. 쌀은 도정을 얼마나 했느냐에 따라, 된장국은 감자를 넣었느냐 안 넣었느냐에 따라 영양 성분이 달라진다. 즉 모든 음식에 천편일률적인 영양 성분이란 건 없다. 변수가 많은 만큼 식품마다 영양 성분을 표준화하기도 어렵다. 결국 시중에 나온 음식의 영양 정보를 맹신하기보다는 섭취했을 때 내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느냐로 음식의 좋고 나쁨을 판단해야 한다.

 

적어도 당뇨, 비만과 관련해서는 혈당이 기준이 된다.

음식을 섭취한 후 혈당이 급상승하면

내 몸에 나쁜 음식이고,

그렇지 않으면 내게 맞는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비만과 당뇨병'의 연관성은 어느 정도로 중요한가?

당뇨병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당뇨병 발병 원인에서 비만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실제로 현재 당뇨병인 사람의 75~80%는 과체중 혹은 비만이다. 당뇨병 환자 중 비만한 사람이 상당수라는 말이다. 특히 복부비만은 대부분 내장비만으로, 피하지방이 아닌 장기를 싸고 있는 조직에 지방이 낀 것이다. 문제는 내장에 지방이 쌓이면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등 각종 질병 위험이 높아지고, 사망률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 체중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올바른 다이어트법을 찾는 팁이 있다면?

시중에는 간헐적 단식,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 다이어트를 비롯해 황제 다이어트(탄수화물 대신 단백질만 먹는 식단), 포도 다이어트 등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다이어트 방법이 있다. 이 방법 모두 살을 빼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지속할 수 있느냐’를 고려해야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 즉 자신의 생활 패턴과 맞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다이어트 이후 '요요'를 막는 관리도 중요할 것 같다

생물학적으로 사람은 저마다 정해진 체중이 있기 때문에 살을 빼면 다시 돌아가게 되어 있다. 즉 요요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자책할 것이 아니라 다시 본궤도로 돌리려는 노력을 하면 된다. 그러려면 자신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영양, 칼로리 등을 체크하고 다이어트를 할 때와 달라진 생활 패턴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요요는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라 테크닉이 부족해서 발생한다고 보는 게 맞다.

 

겨울철 당뇨병 관리가 어렵다고 하는데, 이유는?

겨울철 혈당이 올라가는 사례가 유독 많이 발견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많은 주장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겨울철에 활동이 많이 줄어드는 데다 칼로리 높은 음식 위주로 섭취하는 환경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설 명절이 있다는 것도 영향이 있을 거고. 결국 평소 식습관과 운동습관이 겨울에 무너지기 때문이라고 본다.

 

겨울철 적절한 식사 요령을 알려준다면?

평소의 마음가짐을 유지하면 된다. 혈당을 높이는 음식을 피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설 명절에 고칼로리 음식은 경계해야 한다. 식단은 세 가지를 유의해서 설계한다.

첫째, 한눈에 원재료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걸 먹는다. 일부 가공식품처럼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모르는 음식은 웬만하면 피하는 게 좋다.

둘째, 총천연색으로 먹는다. 대개 한 가지 색으로 이뤄진 식재료는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비빔밥처럼 노랑, 빨강, 초록 재료를 섞어 먹으면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게 된다.

셋째, ‘3백(白)’을 줄인다. 백미, 소금, 설탕은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건강에 도움 된다.

 

사람은 저마다 유전적인 배경, 장내세균 수,

소화 능력, 음식 선호도, 문화적 배경 등 차이가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영양 지식은

다수가 선호하는 '평균값'에 기준을 두고 있어

누군가에게는 문제가 되기도 한다.

나에게 맞는 식이요법을 찾는다면

건강한 삶에 한 단계 다가갈 것이다.

 

운동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달리기, 빨리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의 유산소 운동은 지방을 태울 수 있어서 매우 좋다. 웨이트트레이닝 등 근육운동은 근육량을 높이므로 당뇨병 관리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운동할 시간이 전혀 없다면 일상생활 중 신체 활동량을 증가시키는 니트(NEAT, Non-Exercise Activity Thermogenesis, 비운동성 활동 열 생성)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등이 니트 운동에 해당한다. 주말에 레저 활동을 하는 것도 운동 효과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중요한 건 꾸준히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홈트, 홈짐 등 요즘 유행하는 활동도 좋고, 집 근처 헬스장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혼자 하기보다 운동 파트너를 만든다면 꾸준히 할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

 

적절한 운동 강도는?

본인의 기초체력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한 사람은 고강도 운동을 소화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운동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운동 강도나 지속 시간은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단계적으로 조금씩 올리는 걸 권한다.

예를 들어 유산소운동을 30분 동안 한다고 치면, 첫 주 25분 걷고 5분 뛰기, 그다음 주는 20분 걷고 10분 뛰기, 또 그다음 주는 15분 걷고 15분 뛰기 등으로 점차 뛰는 시간을 늘린다면 6주 차에는 30분을 온전히 뛸 수 있게 된다.

근육운동의 경우 처음이라면 전문가에게 올바른 운동법을 배우는 게 좋다. 평소 운동을 안 하던 사람이라면 부상을 당하기 쉽고, 자세가 좋지 않으면 운동 효과가 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당뇨병 합병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운동 전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특히 심장관상동맥질환이 있거나 망막병증 등 눈에 합병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소위 ‘용을 쓰는’ 운동은 좋지 않다.

 

나이 들수록 만성질환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건강을 위해 미리미리 실천해야 할 것은?

상식적인 수준의 건강관리만 해도 충분하다. 맞춤 식단 관리와 운동으로 근력과 심폐 능력만 잘 키워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미리 찾아놓는다면 훨씬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