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직 사회 밥그릇 싸움의 승자는? [십자말풀이로 알아보는 국제 상식]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제 관계를 비롯해 미국 내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감원 대상 공무원을 콕 찍어내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버티기에 나선 공무원들 사이에 벌어진 ‘밥그릇 싸움’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➀ 공무원 수를 줄이려는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기관에 수습 사원은 모두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찍어내려는 포크와 버티려는 숟가락의 대결 양상입니다.
➁ 영국 런던 과학박물관이 ○○ 블록을 남성과 여성의 관계 맺기에 비유해 논란을 불렀습니다.
➂ 백악관 ○○○○에서 프랑스 방송의 워싱턴 특파원이 질문하는 영상을 보며 그의 영어 억양이 엉망이라고 조롱한 미 하원의원이 비난받고 있습니다. 자기도 남부 사투리가 심하면서 왜 외국인 기자 억양을 문제 삼느냐는 지적입니다.
➃ 태국에 입국한 중국인을 납치해 미얀마로 끌고 가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기승을 부리자 태국 정부가 미얀마 국경 도시들에 공급하던 ○○, 연료, 인터넷을 끊어버렸습니다.
➄ ○○○○○○○에 감염돼 살처분된 닭이 급증해 미국의 달걀값이 ‘금값’이 되었습니다. 에그플레이션(Eggflation)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요, 암탉을 빌려 달걀을 얻는 가정도 늘고 있습니다.
➅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가상화폐를 홍보했다가 궁지에 몰렸습니다. 야당은 대통령이 작전세력과 ○○ 팔이를 했다며 탄핵 추진을 거론했습니다.
➀ 미국 공직 사회 밥그릇 싸움의 승자는 누구?
공무원 하면 대개 ‘철밥통’을 떠올리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국 공직 사회에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2월 중순 트럼프 행정부 인사관리처는 정부 기관에 근무한 지 1년이 안 된 수습 사원은 모두 해고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해고 대상자가 20만 명에 달하는데요, 벌써 보훈부와 내무부 등 여러 부처에서 약 1만 명을 내보냈다고 합니다. 일부 직원은 해고 통지와 함께 ‘30분 안에 청사 밖으로 나가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하니, 얼마나 서늘한 구조조정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대규모 감원의 칼자루를 쥔 인물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입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신설한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올라 각 부처 구조조정의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대선 공약으로 공무원 감축을 내세우며 ‘썩은 물 빼기(Drain the Swamp)’라는 구호를 내걸었습니다. 고여 있는 더러운 물을 빼내자는 것인데요, 구태와 적폐를 청산하자는 뜻이었습니다. 머스크는 지난해 11월 대선 당일에 자신이 세면대를 들고 백악관에 들어가는 합성 사진을 올렸는데요, 이에 대해 “머스크가 고인 물을 빼내겠다는 공무원 구조조정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머스크가 올들어 본격적인 공무원 감원을 시작하면서 지난 2월엔 ‘포크’ 대 ‘숟가락’ 싸움이 화제가 됐습니다. 미 연방정부가 공무원들에게 희망퇴직을 받는다는 이메일을 보내면서 제목을 ‘포크 인 더 로드(Fork in the Road)’라고 썼는데요, 이는 도로가 두 갈래로 나뉘는 지점을 말하며 ‘운명을 결정하는 기로’를 뜻합니다.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라는 점을 내세우면서 공직에 남을지 떠날지 빨리 결정하라고 압박한 것이죠. 머스크가 2022년 트위터를 인수한 뒤 직원들에게 “힘들면 그만둬라”는 이메일을 보냈을 때도 ‘포크 인 더 로드’를 제목으로 썼다네요. 이번에 머스크의 퇴직 압박에 열이 받은 공무원들은 ‘포크’ 대신 ‘숟가락’ 이모티콘을 온갖 데 내세우며 무언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자신의 소셜미디어 프로필 사진으로 숟가락을 올린다든지, 채팅할 때 숟가락 이모티콘을 수시로 보내는 식으로 구조조정에 항의하는 의사를 표현한 것입니다. 감원 대상 공무원들을 콕 찍어내려는 머스크의 ‘포크’와 버티기에 나선 공무원들의 ‘숟가락’이 맞서는 ‘밥그릇 싸움’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➁ 레고 블록의 19금(?) 논란
대부분 어릴 때 한 번쯤 레고 블록에 폭 빠졌을 것입니다. 목재 완구를 만들던 목수가 1934년 창업한 레고(LEGO)는 덴마크어 ‘레그 고트(Leg Godt)’를 줄인 말인데요, ‘잘 논다’는 뜻입니다. 지금처럼 블록을 끼우는 방식의 레고가 생산되기 시작한 때가 1949년이니 레고 나이가 올해로 76세인 셈입니다. 이렇게 나이가 지긋한(?) 레고 블록이 때 아닌 ‘19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영국 런던 과학박물관이 홈페이지에 퀴어(성소수자)의 시각으로 전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의미로 올린 글이 지난달 부모들을 발칵 뒤집은 것입니다. 도대체 레고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했기에 뜨거운 논쟁을 촉발한 것일까요?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상상하기 어려운 해석을 내놓고는 “레고가 성소수자에 반감을 갖고 있다”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런던 과학박물관은 “레고 블록에서 볼록 튀어나온 부분은 남성, 돌출부가 들어가는 부분은 여성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레고 블록을 결합하는 것은 성관계를 의미한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레고 블록은 남성과 여성으로 성을 나눈 이분법 시각에, 이성애를 표준으로 삼은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성소수자를 비정상으로 본 것이므로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성소수자 입장에서 해석했다고 해도 어린이들도 자주 찾는 과학박물관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게재했다니 비난을 살만 합니다. 동심의 상징과 다름 없는 레고를 성인물로 소개하다니 웬 말인가요.
영국의 보수 언론들은 “정신 나간 과학박물관”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박물관장이 동성애자여서 이번 레고 파문이 벌어졌다고 지적합니다. 관장 코드에 지나치게 맞추려다 레고를 성적인 장난감으로 왜곡했다는 것입니다. 날벼락을 맞은 레고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입장을 밝혀달라는 언론의 요청에 레고 본사는 침묵했다고 합니다. 제가 레고 회장이라면 런던 과학박물관에 “LEGO”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이 말 뜻은 “잘들 논다~”, “놀고 있네~”입니다!
➂ 내 억양이 어때서!
우리나라에서 ‘호카 손자’로 불리는 일본인 기자의 질문 장면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8년 미국 중간 선거 직후 기자회견 장면인데요, 백악관에서 한 일본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질문을 했는데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일본식 발음이어서 화제가 됐습니다. ‘Focus On’을 “호카손”이라고 말하니 트럼프도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자기 발음을 알아듣지 못해도 꿋꿋이 질문을 이어가는 일본인 기자의 멘털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이를 살짝 떠오르게 하는 일이 백악관에서 벌어졌습니다. 프랑스 방송의 워싱턴 특파원이 백악관 기자 회견에서 프랑스 억양의 영어로 질문했다고 공화당 의원이 조롱한 것입니다. 이 특파원은 백악관 대변인 브리핑 때 트럼프 행정부의 공무원 인원 감축 방침이 헬기와 여객기 충돌 같은 안전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지 않냐고 질문했습니다. 이 장면에 친(親)트럼프 성향 의원의 심기가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조지아주 공화당 하원의원은 프랑스 기자의 질문이 담긴 영상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면서 “이 기자 억어때? 외국 언론은 다 치우고 미국 언론 우선으로!”라고 적은 것입니다.
이에 발끈한 해당 프랑스 기자의 소속사 기자들은 해당 의원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고, 네티즌도 “조롱한 의원 자신도 미국 남부 억양이 강하다”며 내로남불을 지적했습니다. 프랑스 억양이라고 지적당한 기자도 가만 있지 않았습니다. 그는 해당 의원의 조롱에 “상당수 미국인은 ‘멜라니아의 억양은?’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도 슬로베니아 출신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공화당 의원을 비꼰 것입니다. 초등학생도 아닌 미 하원의원이 외국인 기자의 발음을 놀리는 것은 유치한 짓이라고 에둘러 비판한 셈이죠.
➃ 미얀마 범죄 소굴 소탕 대작전
태국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납치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꽤 이름이 알려진 배우와 모델까지 변을 당해 태국과 중국의 분노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초 가까스로 구조된 중국 배우 왕싱이 화제였는데요, 영화 <엽문 3>에 출연했던 그는 영화를 찍자는 제안에 속아 태국 방콕에 갔다가 납치됐습니다. 이후 미얀마로 끌려가 감금된 그는 삭발을 당하고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사기 범죄에 동원됐다고 합니다. 태국 경찰의 도움으로 구조된 왕싱이 미얀마 범죄 소굴의 참혹함을 증언하자, 중국인들의 태국 관광 기피가 급속도로 확산됐습니다. 관광을 주 수입원으로 삼는 태국 정부가 바짝 긴장하는 계기가 된 것이죠.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가 시진핑 중국 주석을 급히 찾아가 “중국인 관광객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라고 말할 정도로 비상이 걸린 것입니다.
사기 범죄 조직이 활개를 치는 지역은 태국과 국경을 접한 미얀마의 작은 도시들인데요, 치안 공백 상태여서 범죄의 온상이 되었습니다. 인권 단체들은 범죄 조직에 납치돼 미얀마에 감금된 인원이 6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중국인 피해자가 가장 많고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피해자도 많다고 합니다.
최근 태국 정부는 미얀마 국경 도시들에 공급하던 전기, 연료, 인터넷을 끊었습니다. 이곳에 둥지를 튼 보이스피싱, 온라인 사기 범죄 조직을 고사시키기 위한 조치입니다. 다행히 효과가 나타나 범죄 조직이 떠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➄ 금값이 된 미국 달걀
한국 가정식에서 김치가 빠지지 않는 것처럼 미국 식단에서 달걀은 필수인데요, 요즘 미국에서 달걀이 ‘금값’이 됐습니다. 에그플레이션(Eggflation)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달걀값이 엄청 뛴 것입니다. 원인 중 하나가 조류인플루엔자(AI)입니다. 작년 말 닭 1000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된 것을 비롯해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가금류가 급증하면서 달걀 공급에 경고등이 들어온 것입니다. 12개들이 달걀의 평균 소매 가격이 한 달 전보다 15% 올랐고, 1년 전에 비하면 53% 급등했습니다. 달걀이 금값처럼 계속 오르자 펜실베이니아에서는 6000만원어치 달걀 10만 개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절도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다른 지역에선 레스토랑 냉장고에서 달걀 수백 개를 훔쳐간 사건도 일어나는 등 달걀 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닭을 직접 키우는 가정도 급격히 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한 반려동물 관련 협회에 따르면, 1100만 가구가 집에서 닭을 키우고 있습니다. 닭을 키우는 가구 수가 6년 만에 약 2배로 늘어난 것입니다. 개와 고양이 못지않은 인기 반려동물로 자리매김한 셈입니다.
암탉을 빌려주는 사업도 인기입니다. 개인이 암탉 두 마리를 빌리면 일주일에 달걀을 최대 14개 얻을 수 있다고 회사 측은 강조합니다. 하지만 집에 닭장을 짓고 매월 사료값을 대는 비용을 합하면 80만원쯤 된다니, 빌린 암탉이 낳는 달걀로 본전을 뽑으려면 몇 달은 걸리겠죠?
➅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코인 사랑
아르헨티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코인 팔이’로 체면을 구겼습니다. 그가 2월 중순 소셜미디어 X에 가상화폐 리브라를 추천하는 글을 올렸다가 탄핵이 거론될 정도로 논란이 됐습니다. 밀레이가 홍보한 가상화폐 리브라는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생겼는데요, ‘대통령의 추천’이라는 후광을 입고 순식간에 시세가 5달러(약 7000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몇 시간 만에 0.19달러(약 270원)까지 폭락하면서 코인 사기 논란이 불거진 것입니다. 곳곳에서 작전세력의 사기였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리브라 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투자자들의 환심을 산 뒤 고점에서 한꺼번에 팔고 잠적하는 ‘작전 사기’였다는 것입니다.
밀레이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리브라 급등과 폭락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야당은 밀레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발의를 언급했습니다. ‘트럼프 코인’처럼 밀레이가 리브라로 한몫 챙기려 했다고 의심하는 것입니다. 자기 이름의 코인을 10억 개나 발행한 트럼프는 150억 달러(약 21조원)에 달하는 시세의 상당액을 수익으로 기대하고 있다네요. 미국과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코인 사랑’이 쓴웃음을 자아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