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드리면 죽는다! 세계 최강의 전투 민족

이성과 지성이 통제하는 21세기지만, 강철 부대에 대한 동경은 남자의 본능이다. 역사적으로 ‘최강의 전투 민족’으로 불린 집단을 소개한다.

2021-11-03     김구용 에디터

세계 최강의 용병

★구르카족★

구르카 용병단을 만난 영국 국방장관 존 놋(John Nott), 1982.

백병전의 달인

구르카족은 네팔의 산악 민족으로 지역 특성상 심폐 기능과 신체 능력이 유난히 뛰어나다. 관광, 마약과 함께 네팔의 3대 수입원 중 하나인 ‘구르카 용병’은 예로부터 무시무시한 전투력을 자랑했다. 19세기 영국-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영국군의 용병으로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카불을 점령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으며,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영국군 소속으로 여러 전선에 파견되어 게릴라전을 펼쳤다. 구르카족은 부족의 상징인 단도 ‘쿠크리’를 휘둘러 순식간에 적군의 목을 베는 ‘귀신’으로 악명높았다.

 

영화 <아저씨> 현실판

2010년 9월 2일, 인도 육군을 전역하고 귀향 중이던 구르카족 출신 비슈누 시레스타가 탄 열차에 강도들이 들이닥쳤다. 비슈누가 무일푼인 걸 확인한 강도들은 그를 지나쳐 18세 소녀를 부모가 보는 앞에서 강간하려 했는데, 이를 본 비슈누는 쿠크리를 꺼내 들고 10여 명이 넘는 강도를 물리쳐 구르카족의 용맹을 세계에 알렸다.

 

INFO. 지금도 활약하는 용병단

지난 100여 년간 전투력을 검증받은 만큼 세계 곳곳에서 구르카족을 용병으로 고용하고 있다. 영국 육군은 2개 대대를 구르카족 용병으로 편성했으며, 인도 육군은 10만 명 규모의 구르카 부대를, 싱가포르 경찰과 브루나이 군대도 구르카 용병을 모집하고 있다.

 

 


대영제국이 믿고 쓴 용병

★시크교도★

특정 민족이 아니라 인도 펀자브 지방을 중심으로 퍼진 ‘시크교’를 믿는 집단이다. 19세기 중반 시크교 창기병대는 세계 최강의 군대로 불렸다. 1897년 9월 대영제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을 벌이던 중 시크교도만으로 구성된 제36부대 21명이 1만 명의 아프가니스칸 군과 맞서 싸운 ‘사라가리 전투’가 벌어졌다. 전투 결과 전원이 전사했지만 무려 1만 명의 군대를 6시간 30분 동안 묶어놓았고, 180여 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렸다. 제36부대의 전과로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번 영국군은 아프가니스탄 군을 격퇴했고, 이후 시크교도들은 ‘세계 최강의 전투 집단’으로 불리게 된다.

INFO. ‘터번’은 시크교도의 것

인도나 중동 지역의 이슬람 남자들이 머리에 둘둘 감고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는 ‘터번’은 사실 시크교도의 전통 복장이다.

 

 


냉전을 끝낸 게릴라

★파슈툰족★

아프가니스탄의 주류인 파슈툰족은 말, 전차, 탱크 등 기동력을 앞세운 무기가 모조리 무력화되는 험난한 산악 지형을 배경으로 해발 3000~4000m에 달하는 고산지대를 누빈 강철 체력이 더해져 오래전부터 전투 민족으로 유명했다. 19세기 초 제국주의 대영제국은 중앙아시아로 전선을 확대하며 아프가니스탄 아미르국을 침공했으나 무려 100년에 걸친 게릴라전에 지쳐 결국 물러서고 말았다. 1979년에는 소련이 공산주의 동지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는데, 아프가니스탄 전선에 쏟아부은 예산 때문에 국가 재정이 파탄하면서 연방이 해체됐고, 냉전이 종식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에 파슈툰족이 이끄는 아프가니스탄은 ‘제국의 무덤’으로 불리게 되었다.

INFO.

아프가니스탄의 주류인 파슈툰족(전체 인구의 약 45%)은 ‘파슈툰왈리’라고 하는 민족 전통의 가르침을 따른다. 기본적으로는 정의를 수호하고 약자를 보호하라는 내용이지만, 탈레반은 이를 제멋대로 곡해해 여성 인권을 무시하고 테러리즘을 명예로 치장한다.

 

 


사자를 잡아야 어른

★마사이족★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전사 집단으로 유명하다. 이들의 성인식은 놀랍게도 ‘사자의 꼬리를 잡는 것’.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사자를 사냥하는 용맹을 과시한다. 실제로 2005년 케냐 정부가 사자 보호를 명목으로 마사이족을 강제 이주시키려 하자 분노한 마사이족이 창과 활만으로 사자 8마리를 잡아 죽이고 30마리가 넘는 사자에게 상처를 입힌 일이 있었다. 이를 취재한 당시 외신에 따르면 초원에서 마사이족 전사를 본 사자는 모두 줄행랑을 쳤다고.

EPISODE. 무기(arm)를 요청했더니 팔(arm)을?

1950년대 케냐에서 키쿠유족의 반란이 일어났을 때, 마사이족은 영국 식민 정부 편을 들었다. 당시 영국 작가 에벌린 워(Evelyn Waugh)의 기록에 따르면, 한 영국군 장교가 “키쿠유족이 가진 무기(arm)를 모두 수거해 오라”고 마사이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자 병사들은 커다란 바구니에 피가 흥건한 키쿠유족의 팔(arm)을 가득 담아 왔다고 한다.

 

 


활과 칼로 영국 포병대를 꺾은

★줄루족★

남아프리카 토착 원주민인 줄루족은 호전적인 성향으로 유명하다. 19세기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이 아프리카를 침탈할 때 마지막까지 처절하게 저항한 부족 중 하나. 이들의 용맹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로 ‘이산들와나 전투’(1879)가 있다. 당시 줄루족은 칼과 활로 무장한 4만여 명의 병력을 모아 기관총과 대포로 무장한 영국군 진지로 돌격했는데, 4000여 명의 사상자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영국군을 완벽하게 패퇴시켰다. 미개인이라고 폄하하던 줄루족에게 호되게 당한 영국은 이후 ‘줄루’라는 이름을 ‘전사’와 동일시했을 정도. 이산들와나 전투는 1979년 <줄루의 여명(Zulu Dawn)>이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러시아에 지옥을 보여준 반군

★체첸인★

체첸공화국은 18세기부터 러시아와 피로 피를 씻는 관계를 맺어왔다. 흔히 ‘체첸 사태’라 부르는 ‘체첸 전쟁’(1994~2009)을 통해 이들은 전 세계에 전투 민족으로 각인되었다. 특히 1994년 12월 31일 벌어진 ‘1차 그로즈니 전투’에서 체첸 반군은 60시간 사이에 시가지에 진입한 러시아 육군 1469명을 섬멸했고, 러시아군은 고작 160명만이 간신히 살아남았다. 그러나 이후 화력과 병력의 열세로 체첸군은 테러리즘을 자행하게 됐고, 러시아군 포로를 고문하고 살해하는 영상이 퍼지면서 세계적인 비난을 받게 된다.

 

복수가 미덕인 사회

체첸인의 씨족 율법인 ‘녹찰라’는 명예와 상무 정신을 위해 목숨을 걸라고 설파하는데, 이 때문에 씨족 구성원이 살해 또는 모욕을 당하면 같은 씨족 구성원이 대신 복수를 행하는 일이 빈번했다. 과거에는 이런 관계가 얽히고 설켜 씨족 전체가 몰살당하는 일도 있었다.

EPISODE. 총기 교육도 조기 교육으로!

다큐멘터리 ‘Blood and Honour’를 통해 체첸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오랜 내전과 전쟁 탓에 언제든 총을 들어야 했던 슬픈 역사 때문일까? 초등학생도 안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에게 총기 다루는 법을 가르치는 아버지의 모습이 충격적이다.

 

 


인디언 전사의 원형

★아파치족★

아메리칸인디언의 대명사 격인 ‘아파치’는 미국 남서부 지역에 거주하던 7개 부족 연합체였다. 이들 부족은 대개 농경·수렵 생활을 하며 살았으나 일부 부족은 약탈을 일삼았는데, 이에 더해 스페인, 미국 등이 아메리카로 이주하면서 갈등을 빚는 사이 ‘약탈자’ 이미지가 강해졌다. 특히 18세기 후반 활동한 아파치 저항운동 지도자 ‘제로니모’의 활약이 큰 영향을 미쳤다.

제로니모가 집을 비운 사이 멕시코군이 들이닥쳐 그의 아내, 어머니, 세 아이를 살해하는 비극이 일어났는데, 이에 격분한 제로니모는 게릴라를 조직해 미군, 멕시코군 가리지 않고 무차별 학살을 했다. 당시 백인들은 ‘제로니모가 온다’는 말만 들어도 벌벌 떨었다고 한다. 신출귀몰하고 잔인한 이들의 활약은 훗날 ‘야만적인 인디언 전사’의 원형이 됐다. 또 미군 공수부대 대원들이 스카이다이빙을 할 때 ‘제로니모’라고 외치는데, 그의 용맹에 감명받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지구 최강의 피지컬

★마오리족★

자타가 공인하는 지구 최강의 전투 민족. 마오리족은 1800년대까지 식인 풍습을 유지했다. 타 부족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면 패자의 살을 먹음으로써 그 능력을 흡수한다고 믿었던 것. 17세기 네덜란드 탐험대가 뉴질랜드에 상륙했다가 마오리족의 식인 풍습을 보고 혼비백산해 줄행랑을 쳤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1853년에는 인근 모리오리족을 습격해 닥치는 대로 잡아먹은 탓에 모리오리족이 멸족했다고 한다.

폴리네시안계 인종인 마오리족 가운데는 유난히 신체 능력이 ‘괴수’급으로 뛰어난 이가 많다. 대표적인 인물이 2001년 K-1 챔피언 출신인 킥복서 마크 헌트. 미르코 크로캅의 하이킥을 정면으로 맞고도 멀쩡하게 카운터펀치를 날려 전 세계 격투기 팬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EPISODE. 캠프파이어 대표곡이 마오리족 노래?

“비바람이 치던 바다~”로 유명한 ‘연가’는 원래 마오리족의 민요 ‘Pokarekare Ana’라는 곡이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마오리족을 통해 전해진 노래를 번안한 것.

 

 


유럽의 악몽

★훈족★

4세기 후반 나타난 아시아계 기마 유목민족으로 정확한 기원은 불명. 이들이 중앙아시아에서 동유럽으로 이주하면서 ‘게르만족의 대이동’이 일어났고, 서로마제국이 멸망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들의 악명은 5세기경 훈족의 군주였던 ‘아틸라(Attila)’에서 시작되었다. 아틸라는 훈족 기병대를 이끌고 로마 인근까지 쳐들어갔는데, 도시를 철저하게 파괴하고 포로를 학살하는 등 잔혹한 행동으로 로마인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그 전까지 수많은 야만족을 정벌하고 제국을 세운 로마는 아틸라의 군대에 철저히 유린당했는데, 당시 기억이 얼마나 처절했던지 아직도 유럽 각지에는 아틸라를 악마, 귀신으로 묘사한 전설이 전해질 정도.

EPISODE. 포악성의 대명사

유럽 전역에서 ‘훈족의 아틸라(Attila the Hun)’는 ‘성격이 급하고 포악한 사람’을 일컫는 말로 사용한다. 이를 응용해 ‘~의 아틸라’라는 표현도 자주 쓴다.

 

 


자타 공인 글로벌 깡패

★몽골족★

몽골족의 전투력 하면 이내 칭기즈칸의 몽골제국이 떠오른다. 칭기즈칸이 사마르칸트(우즈베키스탄의 옛 수도)를 정벌할 때 “두 발로 걷는 것은 모두 죽여라”라고 명령했는데, 이런 점령 방식은 유럽은 물론 아시아 각국도 ‘몽골’이라는 이름에 벌벌 떨게 만들었다.

현대의 몽골인 또한 초원의 거친 자연환경에서 살아가는 체력과 완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순박한 성품이지만 돌려 말하는 법을 모르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문화 때문에 외국인들에게는 거칠다는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다. 몽골인들끼리는 이 때문에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완력으로 시비를 가리는 경우가 잦은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몽골 근로자 사이에서 폭력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그들 내부에서 일어나는 문제가 대부분이라 일반인이 알기 어려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