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여, 사자의 용맹함과 뜨거운 가슴을 지녀라
지금은 보호구역 또는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사자. 하지만 인류 문화사에서 사자는 권력과 숭배의 상징이자 원초적 힘을 지닌 존재였다. 감히 은 부르짖는다. 사자를 닮으라고!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위축된 남성성을 불러일으키라고!
한로축괴(韓盧逐塊) 사자교인(獅子咬人)
돌을 던지면 개는 돌덩이를 뒤쫓아가고,
사자는 돌을 던진 사람을 찾아 문다.
사자는 사건의 현상이 아닌 본질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있다.
- 불교 법문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
평균 몸무게 300kg, 몸길이 2m가 넘는 수사자는 상대가 누구든 앞발 한 번 휘두르면 치명타를 입힐 만큼 강력한 힘을 지녔다. 여기에 육중한 몸에 비해 시속 80km가 넘는 빠른 몸놀림과 350kg이 넘는 치악력으로 아프리카 평원을 평정한 명실상부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다.
무리를 책임지는 고독한 리더
흔히 사자는 암사자 10여 마리와 수사자 한두 마리가 모여 무리 짓는 프라이드(Pride) 생활을 한다고 알려졌지만 이런 생활을 하는 수사자는 전체의 5%에 불과하다. 그 외 수사자는 모두 홀로 떠돌거나 동료 한두 마리와 함께 사냥을 하며 살아간다.
또 무리 지어 사는 수사자의 경우 게으르고 하는 일이 없이 빈둥댄다고 알고 있지만 이 또한 잘못 알려진 사실. 암사자가 주로 사냥을 나서지만 수사자는 자기보다 체중이 4배가 넘는 물소나 기린, 하마 등을 사냥하며 다른 수사자가 자신의 프라이드를 침범하지 못하게 방어한다. 암사자가 임신했을 경우에는 무조건 수사자가 사냥을 한다.
예술 작품 속 사자
<나니아 연대기> 속 사자
1950년에 출판된 C.S. 루이스의 소설 <나니아 연대기>를 영화화한 첫 시리즈.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서 사자 아슬란은 사람들의 우상이자 구원자로 나온다. 이처럼 유럽 소설 속 사자는 신적인 존재로 등장하는데, 이는 숭배와 관련이 있다. 고대 유럽인들은 숲에서 가장 힘센 동물을 곰이라 여겨 가문의 시조나 왕가의 문장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로마제국 당시 기독교가 세력 확장을 위해 우상숭배의 상징인 곰을 도살하기 시작했고, 대신 사자를 동물의 왕으로 내세웠다.
니체와 사자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F. W. Nietzsche, 1844~1900)는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 정신이 ‘낙타→사자→어린 아이’의 단계로 발전한다고 했다. 낙타는 주인에게 복종하는 순종적 대상으로, 사자는 자유를 갈망하는 쟁취자로, 어린아이는 모든 것을 초월해 매순간을 즐기는 자로 표현했다. 니체는 사자처럼 권리와 자유를 침해당할 때 거침없이 발톱을 드러낼 줄 알고 옳지 않은 것에 저항하는 독립적 주체이자 리더가 되어야 발전할 수 있다고 보았다.
<동물의 사육제> 1 악장 서주와 사자왕의 행진
생상스는 총 14악장으로 이루어진 관현악곡을 통해 동물을 그렸다. 그중 1악장 서주와 사자왕의 행진을 보면 현악기 연주로 시작해 트럼펫 소리로 왕의 등장을 알린다. 피아노와 현악기로 사자의 늠름한 모습을 표현했으며, 낮고 반음계적 진행으로 사자가 내뿜는 웅장한 기개와 강인한 상징성을 느낄 수 있다.
‘사자 굴에 던져진 다니엘’
1615년 피테르 파울 루벤스가 그린 ‘사자 굴 속의 다니엘(Daniel in the Lion’s Den)’에는 매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사자 여러 마리가 등장한다. 이 그림은 구약성경 속 다니엘 이야기를 그린 그림으로 사자는 하나님의 뜻을 받아 타락한 자를 심판하는 동물로 등장한다. 하나님의 결정을 이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으며, 동물 중에서 가장 강력한 짐승으로 소개된 것. 이처럼 명화 속 사자는 절대자의 총애를 받는 절대 권력의 심판자로 자주 등장한다.
<라이온 킹> BGM
영화음악 작곡가 한스 지머는 광활한 대지와 수많은 동물, 그리고 이를 배경으로 거니는 동물의 왕 사자를 음악으로 표현하기 위해 서정적 멜로디와 장엄한 오케스트라를 이용했다. 생동감 넘치는 자연의 에너지 위해 아프리칸 리듬과 코러스를 추가하고 사자의 힘을 표현하기 위해 생동감 넘치는 아프리카 전통 타악기를 활용했다.
역사 속 사자
그리스도교의 ‘예수’
사자는 유럽에서 중세 시대 이전까지 존재했지만 농경지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잦은 포획 등으로 멸종했다. 이 후 유럽인들은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만으로 사자를 접했고, 포식동물 중 가장 강한 짐승이라 믿었다.
종교에 바탕을 둔 우화집 속 사자를 예수의 구원 능력과 권세에 비유하기도 했다. 죽은 채 태어난 새끼 사자가 사흘 뒤 아비 사자로부터 생명을 얻는 이야기는 예수의 부활을 떠올리게 한다. 또 숲속을 거닐며 꼬리로 발자국을 지우는 사자의 모습은 신성의 흔적을 지우는 예수와 같고, 눈을 뜬 채 잠을 자는 모습은 무덤 속에서도 신성이 살아 있던 예수를 투영한 것이다.
힘, 권위, 용맹의 상징
치열한 생존 경쟁을 치러야 하는 사자는 강인한 생명력의 표본이자 상징으로 그 역사가 깊다. 사자를 묘사한 첫 기록은 3만2000년 전 구석기 시대에 그려진 프랑스 남부 쇼베(Chauvet) 동굴의 벽화로 사냥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이후 나라와 도시를 지키는 수호신으로도 자주 등장하는데, 이집트의 스핑크스, 포르투갈 리스본의 바이샤 시청 광장을 지키는 사자 등 조각품은 물론 영국, 스페인, 벨기에, 케냐 등의 국장에서도 사자 문양을 볼 수 있다.
악을 응징하는 ‘영웅’
기독교 문화와 이슬람 문화가 대치한 중세 시대 서구 기독교인은 이슬람을 창시한 무함마드를 세상 가장 악한 존재로 여겼다. 그의 뜻을 따르는 이들 역시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십자군을 이끌고 이슬람을 응징하러 떠난 리처드 1세에게 ‘사자왕’이라는 칭호가 붙었다.
국가 문장 속 사자
영국
리처드 1세 이후 영국 왕실의 상징이 된 사자는 용감한 기사를 뜻한다. 문장 속 사자는 ‘신과 나의 권리(Dieu et mon droit)’라는 문구 위에서 방패와 왕관을 붙잡고 있다.
벨기에
붉은 발톱과 혀를 가진 황금 사자가 레오폴드 훈장으로 장식된 검은 방패 속에서 용맹함을 뽐내고 있다. 붉은 리본에는 ‘단결이 힘이다(L union fait la force)’라는 벨기에 국가 문장이 쓰여 있다.
스페인
네 등분된 방패 문양 속 좌측 상단의 성채는 카스틸리야 왕국을, 우측 상단의 사자는 레온 왕국을, 좌측 하단의 적색 세로줄은 아라곤 왕국을, 우측 하단의 사슬 문양은 나바라 왕국을 나타낸다.
핀란드
뒷발로 칼을 밟고 앞발로는 칼을 들고 있는 왕관을 쓴 사자는 적으로부터 나라를 보호하겠다는 결의를 상징한다.
캐나다
중앙의 왕관을 쓴 사자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사자들을 추모하며 빨간 단풍잎을 들고 있다. 양옆의 수호자는 캐나다를 식민지로 삼았던 네 나라의 국화를 밟고 서 있다.
필리핀
독수리와 금색 사자는 각각 미국과 스페인의 식민 역사를 상징한다. 이는 혁명에 대한 경고의 의미다.
세네갈
방패 좌측에는 힘의 상징인 사자가, 우측에는 국가 나무이자 장수를 뜻하는 바오바브나무가 그려져 있다.
모로코
두 마리의 사자가 수호자로서 왕관을 떠받들고 있으며, 하단 황금 띠에 ‘신은 신을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코란 글귀가 적혀 있다.
케냐
사자는 수호자로서 방패와 창을 들고 케냐산 위에 올라서 있다. 마사이족 용사의 전통 방패와 두 개의 붉은 창은 자유를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