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경험하는
유일한 취미 [인터뷰]
패러글라이딩의 매력부터 배우는 과정, 자연을 대하는 태도까지. 30년 넘게 하늘을 날아온 전 국가대표 천대준 대표에게 패러글라이딩에 대한 현실적 조언과 이야기를 들었다.
· 前 패러글라이딩 국가대표
· 現 양평패러글라이딩 미래항공스포츠 대표
패러글라이딩 명소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단양과 양평이다. 그중에서도 양평은 수도권과 가까운 덕분에 당일치기로 즐기기 좋아 많은 이가 찾는다. 그리고 이들 중 대부분은 미래항공스포츠 천대준 대표와 비행 일정을 잡는다.
패러글라이딩 전 국가대표 출신 천대준 대표는 인프라가 갖춰지기 전부터 로망 하나로 패러글라이딩에 뛰어들었다. 현재는 지도자로서 30년 넘는 동안 수많은 이에게 양평의 하늘을 소개하고 있다. 전문가 인터뷰로 그를 만나 패러글라이딩 전반에 대해 물었다. 다소 무뚝뚝하던 첫인상과 달리 패러글라이딩 이야기를 시작하니 천진한 표정으로 자신의 하늘 경험을 이야기했다.
패러글라이딩을 하게 된 계기는?
원래 하늘을 나는 것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체육을 전공하면서 자연스럽게 레저스포츠에도 관심을 가졌고, 그중 하나가 패러글라이딩이었다. 처음에는 지금처럼 전문 강사가 함께하는 체험 비행이 없었다. 당시에는 하루 정도 지상에서 연습하고, 초보자 연습장에서 살짝 떴다 내리는 방식의 체험 교육만 가능했다.
지금 같은 체험 상품이 본격적으로 생긴 건 약 15년 전이다. 초창기에는 교육 목적의 2인승 비행을 했고, 이후 상품화되면서 방송을 타고 인기가 급격히 올라갔다. 한때 정점을 찍고 최근 경기침체 영향으로 주춤하지만 꾸준히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패러글라이딩의 재미를 뭐라고 생각하나?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지만, 굵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낭만’이다. 경비행기나 헬기 등 기계적 장치 없이 하늘에서 자연을 온전히 느끼고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패러글라이딩밖에 없다. 하늘 위에서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매일 다른 풍경을 바라보는 경험은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으로 이어진다. 가을엔 단풍, 겨울엔 눈 덮인 산, 봄엔 새싹이 돋는 모습 등 매 순간 달라지는 자연을 하늘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을 주로 어필한다. 이런 감성을 강조하면, 사람들도 새로운 시선으로 패러글라이딩을 바라본다.
예전엔 하늘을 날고 싶으면 직접 배우고 연습해야 했고,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최근엔 체험 비행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일반인도 손쉽게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게 됐다. 별다른 준비 없이 현장에 가기만 하면 바로 하늘을 날 수 있는 셈이다.
하늘을 나는 레저인 만큼 패러글라이딩에 두려움을 갖기도 한다
누구나 공중에 뜨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하지만 막상 비행을 하면 생각보다 무섭지 않다. 패러글라이딩 장비 중 의자처럼 신체를 받치는 장비를 ‘하네스’라고 부른다. 이것이 마치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느낌을 주는데, 하늘을 날고 있지만 의자에 앉은 것처럼 안정된 자세이기 때문에 두려움을 훨씬 덜 느끼게 된다.
막상 하늘에 떠보면 의외로 너무 안정적이고 편안해 예상보다 스릴이 덜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조종 방식에 따라 다르게 즐길 수 있고, 떠 있는 동안에는 세상과 단절된 듯한 조용한 정적을 느낄 수 있다.
과격하거나 다이내믹한 스포츠가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매력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바람 소리는 있지만, 공중에 떠 있는 동안엔 주변에 아무도 없고, 마치 세상에 나 혼자 있는 느낌이 든다. 세상을 내려다보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점도 패러글라이딩의 매력 중 하나다.
체험 형태로 패러글라이딩을 취미로 즐기기도 하나?
그렇다.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히 방문하는 고객도 많다. 배우기에 부담되거나 위험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전문 강사와 함께하는 체험 비행이라면 편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10회 쿠폰 등 멤버십 형태로 결제해 계절마다 비행하기도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하늘에서 풍경을 바라보고 싶다며 사계절 조망 비행을 즐기는 식이다. 이렇게 체험 비행만으로도 충분히 취미로 즐긴다.
체험으로만 즐기다 패러글라이딩을 본격적으로 배우길 희망하는 경우가 있을 것 같은데?
요즘은 교육생 유입 경로 대부분이 체험 비행을 통해 이뤄진다. 특히 체험 비행 코스 중 ‘조종 체험’이 있다. 공중에서 강사가 조종 핸들을 넘겨주면 탑승자가 직접 조종해 보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이런 경험으로 자신에게 맞는 취미라는 확신이 들면 본격적으로 배우겠다고 결심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70세가 넘은 어르신이 체험하러 왔다가 배움을 시작해 지금은 중급자 단계까지 올라가 혼자 비행할 정도로 발전한 사례도 있다.
취미에 깊이 빠지면 동호회 활동을 하기 마련이다. 패러글라이딩 커뮤니티는 어떻게 운영되나?
패러글라이딩 동호회는 기본적으로 초보자는 들어갈 수 없다. 동호회는 교육 단체가 아닌 만큼 어느 정도 스스로 비행 가능한 실력이 되어야 동호회 활동을 할 수 있다.
교육이 아닌 단독으로 개인 비행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자격증이 필요하다. 동호회나 클럽 비행에 참여하려면 최소한 중급 과정 이상을 이수해야 하며, 상급 조종사 과정까지 수료해야 혼자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다. 그 아래 단계에서는 반드시 교육자나 지도자와 함께 움직여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다른 지역에서 비행이 허용되지 않는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상급 자격증이 있어야만 단독으로 기체를 운반하고 이륙할 수 있다.
해외로 나가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기도 하나?
그렇다. 겨울엔 국내 활동을 쉬고, 회원들과 함께 해외로 나가 즐기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우리 클럽도 올해 1월에 대만에 다녀왔다. 대만은 겨울에도 따뜻하고, 우리나라와 기온 차이도 적어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그 외에 태국도 최근에 개발된 비행지가 있어 종종 간다. 태국 역시 겨울에 비행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조금 더 멀리 나가면 인도네시아나 오만 같은 곳도 괜찮다. 다만 남미나 유럽처럼 기후와 경관이 좋은 지역은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커 쉽게 가기 어렵다. 동남아는 전반적으로 기후 조건이 패러글라이딩에 그리 적합하지 않은 편이다.
패러글라이딩을 취미로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가장 강조하고 싶은 건 인내심이다. 패러글라이딩은 과욕을 부릴 수 없는 취미다. 특히 기류나 날씨도 영향이 크다. 초보자가 탈 수 있는 시간대와 조건이 따로 있다. 비행은 하고 싶은데 날씨가 허락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기다려야 할 수도 있고, 어떤 때는 며칠씩 비행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한 달 동안 바람이 안 맞아 비행을 못 하기도 한다.
그 기다림이 견디기 힘들어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실제로 10명이 시작하면 절반은 기다림에 지쳐 그만두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나 그런 시기를 지나야 비로소 하늘을 편하게 누릴 수 있다. 초반의 인내심, 그것만 잘 버티면 진짜 재미는 그 이후부터 찾아온다.
여러모로 자연이 허락해야 할 수 있는 스포츠다
그렇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다 보면 자연의 경이로움만 느끼는 게 아니라 자연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도 절실히 알게 된다. 전문가도 가끔 방심하다 기류를 잘못 읽고 너무 높이 오르는 등 큰코다칠 때가 있다. 그런 경험을 한 번만 겪어봐도 자연 앞에서 결코 함부로 행동하지 않게 된다.
앞으로 패러글라이딩 문화가 어떻게 변화하길 바라나?
패러글라이딩은 본질적으로 일정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스포츠다. 물론 최대한 안전하게 운영하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예기치 못한 변수는 늘 존재한다. 그 때문에 이 취미가 절대 ‘위험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나는 패러글라이딩이 지금처럼 쉽게 대중화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 스포츠를 즐기려면 그만큼의 책임감과 판단력이 따라야 한다. 단순히 재미만을 기대하고 오기보다는 언제든 다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인지한 상태에 접근해야 한다.
앞으로의 문화도 그렇게 변해 갔으면 한다. 더 많은 사람이 하늘을 경험하되, 이 스포츠의 본질적 리스크를 정확히 인식하고 책임 있게 즐기는 방향으로. 패러글라이딩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아무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스포츠는 아니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