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속 변화된 생활 패턴에서 찾는 혈당 관리법
코로나19로 많은 이의 생활 패턴이 변화했다. 그에 따라 활동량 감소 및 운동 부족으로 체중이 증가하고 대사성 질환(당뇨, 대사증후군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체중 감량 혹은 비만 예방을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간헐적 단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간헐적 단식(Intermittent Fasting)이란 완벽한 격일제 단식, 일주일에 2일 단식하고 5일은 일반 식사, 하루 일정 시간(12~16시간) 단식 후 식사, 종교적 단식 등 여러 방법이 알려졌다. 통일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내과 의사가 보는 '간헐적 단식'
방송 혹은 여러 논문 등에서 간헐적 단식은 다이어트뿐 아니라 당뇨병, 치매, 암을 예방하는 등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노화 속도를 늦추거나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최근까지 영양 불균형 없는 칼로리 섭취 감소가 다양한 생물종에 걸쳐 평균 및 기대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결과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이런 체중 감량의 이득이 분명한데도 많은 이가 지속적인 칼로리 섭취 제한 프로그램에 실패하고, 따라서 간헐적 단식이 지속적인 칼로리 섭취 제한보다 순응도가 좀 더 좋아 그 대안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과학적 증거
설치류뿐 아니라 영장류를 포함한 동물실험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여러 연구를 통해 장기간의 칼로리 섭취 제한이 건강 및 수명을 증진시킬 가능성이 있으며 생활의 질도 높일 수 있음이 증명됐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많지 않지만, 정상적인 집단군을 대상으로 간헐적 단식과 지속적인 칼로리 제한 비교에서 체중 감소 및 인슐린 저항성 개선 등의 효과가 비슷하다고 발표되기도 했다. 비만과 체중 증가는 당뇨병, 심혈관 질환, 치매, 암, 사망률 증가와 연관이 있다고 알려졌으며 체중의 5% 이상 감량이 위 질환 발생과 진행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적으로 이슬람 문화에서 라마단 단식(라마단 기간 동안 여명이 비칠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금식하는 종교 문화)을 진행한 정상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인슐린 저항성 개선, 죽상경화증 위험 감소, 산화 스트레스 및 염증 지표 감소 등의 이점이 보고되기도 했다. 또 미국 유타주 모르몬교 신자들의 단식으로 체중 감소, 공복혈당 및 당뇨 유병률 감소 효과가 있다고 발표되기도 했다.
공복 상태의 효과
우리 몸은 공복 상태를 12시간가량 유지하면 인슐린 분비가 저하되고 당이 아닌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간헐적 단식을 장기간 지속하는 것은 우리 몸의 기본적 생체 시계를 변화시켜 지방을 태우는 체질로 만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단식은 혈당 관리를 통해 체중 감소, 인슐린 저항성 개선 등의 효과를 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정회원사질환 예방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이 모든 건강상 이점은 ‘단식이 폭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에서만 얻을 수 있다. 일부 이슬람교도는 라마단 기간이면 낮 동안은 일절 식사를 하지 않고 견디다가 밤 동안 못 먹은 양만큼 먹는다. 이처럼 공복에 탄수화물을 마구 먹는 행동은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켜 오히려 비만과 당뇨를 유발한다. 간헐적 단식을 하더라도 혈당치의 변동 폭을 최대한 적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기저질환자는 주의 필요
따라서 간헐적 단식으로 비만이 있는 당뇨, 내당능 장애, 대사증후군 집단군에서도 효율적인 체중 감량 혹은 인슐린 저항성 개선 등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전문가적 관점으로 간헐적 단식은 대부분 정상인의 경우 혹은 섭식장애가 없는 집단군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이득이 있는 다이어트 방법이다. 그러나 노인이나 섭식장애(거식증, 폭식증)가 있는 비만 환자는 간헐적 단식으로 오히려 필수 영양소, 단백질, 채소 등의 섭취가 부족해 면역력 감소, 근육량 감소, 호르몬 결핍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또 심한 공복감 이후 나타나는 폭식으로 요요 현상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한계도 동시에 존재한다. 아울러 당뇨 환자에게는 당뇨 약물 복용 후 단식으로 인한 저혈당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간헐적 단식을 시행하는 데 본인의 건강 상태 및 정신과적 요소, 약물 복용 등을 신중히 검토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나 혈당강하제를 복용 중이거나 인슐린 치료 중이면서 비만인 당뇨 환자는 간헐적 단식보다는 균형 잡힌 식단으로 다이어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Profile 서종필
- 365늘속편한내과 대표원장
- 동국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외래교수
- 소화기내시경 세부 전문의
-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정회원
- 대한내분비학회 정회원사질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