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학으로 추리해본 유명인의 죽음
원인 모를 지병으로 숨진 줄만 알았던 역사 속 인물. 그들의 평상시 기록을 토대로 사망 원인을 파헤쳐봤다. 과연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병은 무엇일까?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건 매독이 아니었다?
작곡가, 오스트리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1756.1.27~1791.12.5
6세에 이미 유럽 순회공연을 다닐 만큼 뛰어난 천재 성을 지닌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모차르트. 그런 그도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 앞에서 무너졌다. 모차 르트는 치명적 성병인 매독으로 사망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가설일 뿐 확실한 증거는 없다.
모차르트는 죽기 전 감기와 고열로 고생하고 전 신에 부종이 발생한다. 그 후 허리 통증이 극심했 고, 증상 발현 15일 만에 사망한다. 이를 종합해보 면 모차르트는 세균에 의해 신장이 망가진 사구체 신염으로 사망했을 확률이 높다. 사구체신염은 고 열이 나고 이를 막기 위한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일 어나 신장이 망가진다. 망가진 신장은 허리 통증을 동반하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증상이 발 현된 지 2주 후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그 가 사망한 1791년 겨울엔 유독 부종을 보인 사망자 수가 많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모차르트는 연쇄 구균 감염 후 사구체신염으로 진행해 사망한 것으 로 추측할 수 있다.
Episode
문란한 삶을 혐오했던 모차르트
모차르트가 죽기 직전 그의 행실을 보면 매독 사망설은 신빙 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매독은 중추신경계를 침범해 정 신착란을 일으키지만 모차르트는 죽기 직전까지 온전한 정신을 유지했다. 또 평소 문란한 삶을 사는 사람을 혐오했던 그가 매독에 걸렸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니체가 고통에 집착한 이유
철학자, 독일
프리드리히 니체
1844. 10. 15~1900. 8. 25
니체의 명언을 살펴보면 유독 고뇌, 고통과 관련한 말이 많다.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인 뇌신경 마비와 연관이 깊기 때문. 니체는 말년에 극심한 두통과 정신착란, 시력장애를 겪었는데 이를 근거로 매독을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1889년 팔다리가 마비되고 근육이 빠진 것을 보면 매독이 아닌 뇌종양 혹은 뇌졸중일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각에선 니체가 카다실에 걸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카다실은 유전성 대뇌동맥병증으로, 36세에 요절한 그의 아버지 역시 두통으로 고통받다 돌연 사망했다. 그러나 카다실은 극히 희귀한 질환인 만큼 니체와 그의 아버지가 카다실에 걸렸을 확률은 매우 적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범인은 따로 있다
건축가, 스페인
안토니 가우디
1852. 6. 25~1926. 6 .10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가우디는 74세의 나이에 전차에 치여 사망했다. 그가 죽음을 맞이한 직접적인 원인은 달려오는 전차였지만, 이전부터 그를 괴롭힌 극심한 관절염이 숨은 범인이다.
가우디는 어린 시절부터 관절염으로 고통받았다. 형의 등에 업혀 생활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고, 관절통을 줄이기 위해 양말을 두 겹씩 신었다고 한다. 무릎이나 엉덩이처럼 큰 관절이 아닌 발 관절이 손상돼 걸을 때마다 통증이 심했다. 이런 그가 달려오는 전차를 재빠르게 피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을 터.
모든 것이 술 때문이야
화가, 네덜란드
빈센트 반고흐
1853. 3. 30~1890. 7. 29
자신의 가슴에 총을 쏴 자살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화가 고흐는 평소 정신병 증세가 심했다. 그의 정신병 원인으로 찢어질 듯 가난한 삶과 그림으로 성공하지 못했다는 패배감을 꼽지만, 진짜 원인은 술에 있었다.
고흐는 극심한 알코올의존증을 앓았다. 그도 사람인지라 술을 끊어보려 했고, 이때 알코올의존증 환자가 금주 시 보이는 섬망이 나타났다. 섬망은 뇌 기능 장애로 환각, 불안, 호흡 곤란 등 다양한 증세가 나타난다. 고흐가 쓴 수백 통의 편지와 의료 기록을 토대로 볼 때 그는 과음과 영양실조로 엄청난 뇌 손상을 입었으며, 이로 인한 심신미약으로 자신의 귀를 자르고 결국 자살까지 한 것으로 보인다.
왜 그는 치료를 거부했을까?
싱어송라이터, 자메이카
밥 말리
1945. 2. 6~1981. 5. 11
‘레게 음악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밥 말리는 1981년 37세의 나이에 피부암으로 사망한다. 안타까운 점은 그가 충분히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 말리는 흑인 메시아가 세상을 구원한다는 라스타파리교를 믿고 있었는데, 이 종교는 신체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교리가 있었다. 암으로 인해 발가락이 썩어갔지만 말리는 교리를 따르느라 발가락을 절단하지 않고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않아 암세포가 뇌까지 전이되었다.
그가 걸린 피부암은 정확히 말단흑색점흑색종으로, 대개 60대에 발병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말리는 30대에 이 병에 걸렸고, 종교적 신념 때문에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만 것이다.
"음악이 좋은 한 가지 이유는 아픔을 잊게 한다는 겁니다." -밥 말리
한글 창제와 맞바꾼 건강
세종대왕
1397. 5. 15~1450. 3. 30
세종은 ‘한 가지 병이 나으면 다른 병이 든다’고 할 정도로 건강이 나쁜,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었다. <조선왕조실록>에 적힌 기록만 보아도 임질, 종기, 안질, 관절염, 척추염 등 십수 가지 병을 앓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중에 세종대왕을 죽게 한 결정적 원인은 바로 중풍. 그가 세상을 뜨기 1년 전쯤의 기록에는 “근자에는 왼쪽 다리마저 아파져 일어날 때면 반드시 사람이 곁을 부축해야 하고, 마음에 생각하는 것이 있어도 반드시 놀라고 두려워서 마음이 몹시 두근거린다”라고 적혀 있다. 이는 심혈관계 질환인 중풍의 전조 증상과 상통한다.
Episode
세종은 문란한 사생활을 즐겼다?
세종이 임질을 앓았음을 두고 성생활이 문란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선 시대에는 오늘날 성병이 아닌 방광염을 임질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세종은 평소 소변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것으로 미뤄 몸이 쇠약해지며 나타난 질환으로 보는 것이 맞다.
예견된 죽음
도요토미 히데요시
1537. 3. 17~1598. 9. 18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독살설부터 폐렴, 매독 등 다양한 사망 원인이 제기되는 인물이다. 그중 가장 유력한 것은 각기병이다. 각기병은 비타민 B1이 부족해 생기는 병으로 다리가 저리거나 붓고 설사, 실금, 정신착란, 심부전 등 다양한 이상 증세가 나타난다. 당시 일본에 거주하던 한 선교사가 예수회에 보낸 기록물을 살펴보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기 두 달 전부터 설사병과 함께 정신 이상을 보였고, 지속적인 실금 증상도 있었다고 적혀 있다. 이로 짐작하건대 그는 폐렴이나 매독이 아닌 각기병으로 사망했을 확률이 높다. 실제로 당시 각기병은 흰쌀밥만 먹는 부유층에서 주로 나타나던 희귀 질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