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지금, 거대한 아트 축제!

2025-09-01     심지언(월간미술 편집장)

9월, 서울 전역을 예술의 숨결로 물들이는 아트 타임이 시작된다.

Gosce, ‘danse danse danse’, 2023, Acrylic on Canvas, 116.8х91cm, Gallery Hue

 

예술 저변의 콴툼 점프, 아트페어의 힘

8월 초, 한국 미술계는 1년 중 가장 분주한 시즌이 시작된다. 9월 첫 주에 이름하여 ‘서울 아트 위크’로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 두 아트페어가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되는 화려한 주간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기 때문이다. 과거 홍콩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흐름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서울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플랫폼으로 급부상 중이다. 서울의 위상 강화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의 성공으로, 서울을 단숨에 국제 미술의 지형에 올려놓았다.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은 수백 개의 갤러리가 모여 소속 작가의 작품 프로모션과 전시, 거래를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아트 마켓이다. 그렇기에 작품 구매자 입장에서 아트페어는 여러 갤러리를 찾아 다니는 번거로움 없이 한곳에 모인 갤러리들의 작품을 한눈에 살피며 효율적인 컬렉션을 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아트페어를 단순히 작품만 거래하는 이벤트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컬렉터뿐 아니라 작가, 큐레이터 등 글로벌 미술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류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며 미술 저변을 확대하는 축제이자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아트페어가 선택한 도시, 서울

2024년, 한국에서는 1년 동안 100여 개의 아트페어가 개최되었다. 전국 어딘가에서 매주 1.9개의 아트페어가 열리는 셈이다. 이렇듯 아트페어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친숙한 이벤트가 되었다. 한국 아트페어 붐의 절정은 코로나19 이후 미술시장 규모가 1조원을 달성한 2022년, 즉 키아프와 프리즈가 서울에서 공동 개최된 첫해다. 팬데믹으로 실물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미술품이 안전한 투자처로 부상하고, 가상화폐나 온라인 기반 비즈니스로 부를 축적한 MZ세대가 새로운 컬렉터로 등장했다. 여기에 프리즈가 서울을 선택하며 아트 마켓으로서 최적의 조건이 형성되었다. 프리즈는 ‘아트 바젤’과 더불어 글로벌 하이엔드 아트페어로 런던을 중심으로 한 유럽 아트 마켓, 뉴욕과 LA를 중심으로 한 미주 아트 마켓에 이어 아시아 아트 마켓의 플랫폼으로 서울을 낙점했다.

왜 서울일까? 프리즈를 비롯해 한국에 진출한 해외 갤러리들은 한국을 선택한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국공립 미술관과 미술대학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현대미술 작가층, 기업이 운영하는 수준 높은 사립 미술관과 기업들의 적극적인 미술 지원, 다양한 비영리기관과 열정적인 컬렉터 등 창작-매개-유통의 인프라를 모두 갖춘 동시에 아시아에서 드물게 검열에서 자유로운 미술 현장이기에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또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행을 선도하는 문화적 역동성을 바탕으로 한 일종의 테스트 베드로, 한국에서 주목받는 흐름이나 스타일은 빠르게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기에 미술시장뿐 아니라 럭셔리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한국 시장이 주목을 끌고 있다. 바로 이런 요소와 문학, 영화, K-팝을 기반으로 한 한류 바람은 프리즈와 키아프가 개최되는 서울을 아시아의 예술과 인적 네트워킹이 일어나는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빠르게 성장시켰다.

오수환, ‘God of Valley 88-28’, 1988, Mixed Media on Canvas, 193x258cm, Gana Art
Mirza Cizmic, ‘What the Flowers Saw’, 2025, Oil on Canvas, 67x68cm, Artemin Gallery

동시대 예술의 한가운데

그렇다면 우리는 서울 아트 위크에서 무엇을 보고, 경험해야 할까? 첫 번째는 아트페어와 서울 전역의 미술관, 갤러리에서 개최되는 전시를 바탕으로 한 동시대 미술의 트렌드와 화두를 발견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LG, 샤넬, 브뢰게, BMW 등 예술과 타 산업과의 조우, 세 번째로는 파티를 기반으로 전개되는 네트워킹, 네 번째로는 토크 등을 통한 동시대 미술의 담론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아트 위크에 펼쳐지는 비엔날레, 퍼포먼스, 필름 등의 이벤트를 통해 다채로운 시각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

프리즈와 키아프는 단순한 미술품 거래의 장을 넘어, 서울이라는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예술 축제이자 글로벌 네트워킹의 허브로 전환시키며 미술계 전체를 집중시키고 있다. 이제 미술은 더 이상 소수만의 전유물이 아닌, 삶의 질을 높이고 자신을 표현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가을, 서울의 예술 현장을 찾아 이 생생한 에너지를 경험하고 예술과 함께하는 삶을 누려보기를 권한다.

 

동시대 예술에 대한 이해와 사고의 지평을 넓히다, 프리즈 서울

9월 3일부터 6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프리즈 서울은 전 세계 30여 개국 12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하며 라이브 아트 및 퍼포먼스, 필름, 토크 및 아티스트 프로젝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질 예정이다.

특히 이번 프리즈 서울은 참여 갤러리와 컬렉터 모두 아시아에 더욱 집중해 아시아 플랫폼 역할을 강화한다. 세계적 경기침체와 높은 참가비, 해외 운송비 부담으로 일부 해외 갤러리의 참여가 줄었지만, 한국에 거점을 둔 해외 갤러리를 중심으로 아시아 주요 갤러리가 대거 참여한다. 특히 ‘포커스 아시아’ 섹션을 통해 신진 갤러리와 작가의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시아 기반의 갤러리 열 곳이 선보이는 신진 작가 개인전 <포커스 아시아>에 참여한 인도네시아 작가 티모테우스 앙가완 쿠스노의 작품.
Timoteus Anggawan Kusno, Frieze Seoul stand 2025(simulation), Kohesi Initiatives

부대 프로그램 ‘프리즈 라이브(LIVE)’와 ‘프리즈 필름(Film)’은 올해 서울의 주요 공간으로 확장된다. 아트선재센터와 협업하는 오프사이트 전시는 젠더와 퀴어 서사를 다층적으로 조명하고, 프리즈 라이브는 코엑스를 포함해 국제갤러리, 도산공원 등 다양한 장소에서 장소 특정적 퍼포먼스를 펼친다.

2025년 프리즈 필름은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와 협력해 서울시립미술관 옥상에서 특별 상영 프로그램을 선보이는데 오컬트, 신비주의, 영적 전통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구성된다.

‘프리즈 서울 2025’ 서울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자인 임영주 작가의 작품. 임영주, ‘THETA ’, 2020, Exhibition View of Diplopia(Arko Art Center, 2020)

약수동에 자리 잡은 새로운 전시 플랫폼,

프리즈 하우스 서울

프리즈 서울 2025 개막에 맞춰 프리즈 하우스 서울이 개관한다. 프리즈 하우스 서울은 전 세계 주요 갤러리와 함께 연중 각종 전시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으로, 기존 아트페어 일정 외에도 색다른 전시와 다채로운 퍼포먼스를 경험할 수 있다. 최근 창의성과 문화가 빠르게 융성하고 있는 서울 약수동 중심에 위치해 지역에 예술적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서울이 예술로 공진한다, 키아프 서울

한국 미술과 작가를 세계에 알리는 미션에 집중한 키아프 서울은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부터 중견·신진 작가를 고르게 소개한다. 특히 올해는 ‘공진(Resonance)’을 주제로 지속 가능한 미술 생태계 구축을 위해 정부를 비롯한 문화예술 기관과 협업을 강화했다. 공항과 도심 곳곳에서 펼쳐지는 특별 전시부터 지역 갤러리의 야간 개장 프로그램, 클래식 음악회 등 서울 전역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과 예술의 접점을 확장하고자 한다.

특히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양국 큐레이터가 공동 수집과 진열이라는 미술 문법을 바탕으로 컬렉션이 지닌 힘을 탐구하는 특별전 <리버스 캐비닛(Reverse Cabinet)>을 눈여겨볼 만하다. 동시대 미술의 주요 담론에 대한 통찰력 있는 시각을 제시해 온 한국의 윤율리 큐레이터와 전시를 통해 인간 존재를 탐구하는 일본의 이와타 도모야(Iwata Tomoya) 큐레이터가 공동 기획했으며, 한국의 돈선필·정금형·염지혜·오가영과 일본의 다케무라 게이(Takemura Kei), 다카하시 센(Takahashi Sen) 총 6인의 작가가 참여했다.

Sen Takahashi, ‘Triangulation - The Earth, Myself, Someone #1’, 2022, Inkjet Print

키아프×프리즈 서울,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공동 주최하는 토크 프로그램에서는 갤러리와 재단의 변화하는 역할, 퀴어 아시아 미술과 기억의 정치성 등 동시대 미술계의 흐름을 반영한 주요 이슈를 심도 있게 논의한다. 중요한 팁! 부대 프로그램은 양질이지만 무료다.

그동안 아트 위크에서 젊은 세대의 가장 큰 호응을 받아온 나이트 프로그램은 올해 사전 프로그램으로 선보인다. 9월 1일부터 4일까지 을지로, 한남, 청담, 삼청 네 곳의 갤러리 밀집 지역에서 전시, 디제잉, 퍼포먼스와 공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서울의 밤을 잠 못 이루게 할 예정이다.

키아프 서울은 9월 3일부터 7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되며, 이 기간 전국에서 열리는 미술 정보는 ‘대한민국미술축제’ 홈페이지(www.k-artfestival.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Viani, ‘Do it Again’, 2025.Acrylic on canvas, 110x140cm, Azulejo 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