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퍼즐

2025-09-04     곽수근(조선일보 기자)
ⓒDen

➀ ‘소림사 CEO’로 주목받은 ○○○ 주지가 자금 유용과 사생아 문제로 쫓겨났다. 후임으로 온 스인러 주지는 소림사 ‘군기 잡기’에 나섰다.

➁ 미국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공범이자 연인이었던 길레인 ○○○이 ‘클럽 페드’로 불릴 정도로 편한 교도소로 이감돼 특혜 논란이 일었다.

➂ 덴마크 동물원이 페이스북 공지로 동물원 ○○들의 먹이가 필요하다며 반려동물을 기부해 달라고 요청해 구설에 올랐다.

➃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여름휴가 때 카누를 편하게 타려고 미 육군에 ○○○ 방류를 요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➄ 중국 구이저우성의 ○○○○발전관리국 국장이 비트코인 채굴로 520억원을 챙겨 조사를 받고 있다는 국내외 보도에 구이저우성 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➅ 심해 3800m 관광용 잠수정 ○○○의 폭발 원인이 회사 측의 안전불감증 때문이었다고 사고조사위원회가 보고서를 냈다.


➀ 소림사의 ‘극과 극’ 주지들

새벽 4시 30분 기상 타종, 휴대폰 압수, 외출 제한···. 군대 내무반 생활이 떠오르게 하는 이 규칙들은 중국 소림사가 최근 강화한 수행 규율입니다. 이제 이곳 스님들은 새벽 예불 후 밭일과 무술 수련을 해야 하고, 주말 외출도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소림사의 ‘군기 잡기’는 새 주지 스님 스인러(釋印樂)가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전임자 스융신(釋永信)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한 조치입니다. 1999년 34세로 역대 최연소 소림사 주지에 오른 뒤 올해로 26년째 자리를 지켜온 스융신은 얼마 전 각종 범죄 혐의로 쫓겨났습니다. 소림사는 스융신이 여러 명의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사생아가 많고, 사찰의 자금을 유용한 범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후임자 스인러 주지는 수행을 강조하는 청빈주의자입니다. 손수 트랙터를 몰며 농사를 짓고, 폭우 땐 직접 삽을 들고 복구 작업에 나서는 그에게 ‘농부 주지’, ‘촌부 스님’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이렇게 전임자와 후임자가 극과 극인 소림사는 지금 혼란스럽습니다. 벌써부터 소림사 안팎에서는 새 주지 스인러를 흔들려는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2007년 세계 미인 대회 참가 여성들이 스인러와 인사하는 사진을 온라인으로 퍼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여성들의 인사에 미소로 화답하는 스인러를 불순한 사람으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입니다. 앞으로 스인러 주지가 소림사 승려들을 어떻게 바꿀지 궁금합니다.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 있는 소림사 스님들에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우리 속담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미성년자 성착취범 길레인 맥스웰과 제프리 엡스타인. ⓒalamy

➁ 성착취범, ‘클럽 페드’ 이감의 진실은?

미국 정계와 재계를 흔들었던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의 공범이자 연인인 길레인 맥스웰의 이주(?)가 논란입니다. 맥스웰은 어린 소녀들을 꾀어 엡스타인에게 데려간, 일종의 채홍사(採紅使) 역할을 한 혐의 등으로 20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플로리다주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최근에 텍사스주 브라이언 연방교도소 캠프(FPC Bryan)로 거처를 옮기면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이중 담장과 철조망으로 삼엄한 분위기이던 남녀 수용 교도소에서 여성 전용의 ‘휴양지 같은 감옥’으로 옮겼기 때문입니다. 브라이언 교도소는 재소자 사이에 휴양 리조트인 ‘클럽 메드(Club Med)’의 이름을 따 ‘클럽 페드(Club Fed)’로 불립니다. 담장 없는 구간이 대부분인데다 기숙사 같은 숙소와 넓은 잔디밭이 있습니다. 게다가 요가, 필라테스, 미술 등 각종 수업을 받을 수 있어 다른 교도소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매점에서는 고급 화장품과 안티에이징 크림을 살 수 있다니 교도소가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맥스웰은 이곳으로 이감되기 약 일주일 전에 법무부 차관과 이틀 동안 9시간 면담을 했는데요, 피해자 가족들은 “분명히 모종의 거래가 오갔고, 그 대가로 교도소를 옮긴 특혜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을 의심하는 것인데요, 일각에서는 그 손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추악한 성범죄자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었다는 정황이 잇따라 나오면서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핵심 증인 맥스웰을 회유해 자신과의 관련성을 감추려 한다는 주장입니다. 트럼프는 맥스웰의 ‘클럽 페드’ 이감 논란에 대해 “교도소 옮기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자신과 무관하다는 입장입니다.

 

➂ 반려동물을 기부하세요

덴마크 올보그 동물원의 ‘반려동물을 기부해 달라’는 공지가 국제적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공지에는 “닭, 토끼, 기니피그는 우리 맹수들의 식단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자연에서 사냥하는 것과 비슷한 ‘완전한 먹잇감’을 필요로 하죠. 동물원에서는 동물들의 자연스러운 먹이사슬을 재현할 책임이 있습니다. 기르던 동물을 더 이상 키울 수 없게 되셨다면, 우리 동물원에 기부해 주세요. 안락사 처리한 뒤 먹이로 사용합니다. 이렇게 하면 아무것도 낭비되지 않고, 맹수들에게 자연스러운 행동·영양·행복을 보장할 수 있답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전 세계 네티즌의 반응은 대체적으로싸늘합니다. “가족처럼 키워온 반려동물을 어떻게 먹잇감으로 기부할 수 있겠느냐”,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라고 비난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올보그 동물원은 맹수의 ‘동물 복지’를 내세우고 있는데요, 반려동물의 ‘행복’은 무시해도 되나요?

 

올해 초 백악관 언론 브리핑에 나선 J. D. 밴스 미국 부통령. ⓒshutterstock

➃ ‘흙수저’ 밴스의 귀족 휴가

흙수저 출신임을 내세우며 자수성가 신화를 쓴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의 이번 여름휴가는 그야말로 흙탕물 같습니다. 41세 생일이었던 8월 2일에 그는 오하이오주 리틀마이애미강에서 카누를 타며 가족과 휴가를 즐겼는데요, 밴스의 뱃놀이를 위해 저수지를 임의로 방류했다는 특혜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영국 언론 가디언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의 비밀경호팀이 미 육군 공병대에 오하이오주 시저크릭 호수의 저수지를 방류해 리틀마이애미강 수위를 높이도록 요구했다고 합니다. 미국 민주당은 “겉으로는 흙수저를 내세우는 밴스의 특권 의식이 도를 넘었다”며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8월 8일부터 영국으로 이어진 밴스의 여름휴가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침실 15개에 정원이 거의 16만 5300㎡(5만 평)에 달하는 영국 외무부 장관 별장 ‘치브닝 하우스’에서 머물러 주목받았는데요, 영국 전통 시골 마을로 유명한 잉글랜드 코츠월드 지역을 방문했을 땐 ‘밴스는 미국으로 돌아가라’는 팻말을 든 시위대를 맞닥뜨렸습니다. 시위대는 밴스 얼굴을 민머리로 합성한 사진을 트럭에 붙이고 돌아다니면서 “고 홈(Go Home)!”을 외쳐 조용한 시골 마을이 시끄러워졌죠. 올해 2월 백악관을 찾아온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무시했던 밴스가 유럽에서 밉상으로 찍힌 건 아닌가 싶습니다.

 

➄ 공무원의 비트코인 스캔들

작년, 정부 산하 연구원에서 간부 직원이 몰래 가상화폐 채굴장을 만들고 채굴 작업을 벌이다 적발된 일이 있었습니다. 이 간부는 연구원 소유의 GPU(그래픽처리장치) 12개를 몰래 빼돌려 연구원 건물에 암호화폐 채굴용 서버를 만들고, 연구원 예산으로 채굴장에 에어컨과 출입 감지 센서까지 설치했습니다. 6개월간 채굴하다 꼬리를 밟혀 결국 해임 처분을 받았는데요, 연구원에 입힌 손해를 추산한 액수가 고작 786만원이었습니다.

이를 ‘새발의 피’처럼 보이게 만든 사건이 최근 중국에서 벌어졌습니다. 지난달 중국 구이저우성 빅데이터발전관리국 국장이 정부 인프라를 제멋대로 사용해 비트코인 327개를 채굴했다는 뉴스가 국내외에 퍼졌는데요, 비트코인으로 무려 520억원을 챙겼다가 적발돼 당적과 공직을 박탈당했다는 내용입니다. 빅데이터 산업을 총괄하는 고위 관료가 직접 비트코인 채굴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구이저우성 당국은 그의 비트코인 채굴 혐의는 공식 부인했습니다. 해당 간부가 공직을 박탈당한 것은 맞지만, 비트코인이 원인이 아니라 뇌물과 권력남용 등 다른 부패 행위 때문이라는 겁니다. 진짜 비트코인으로 한몫 챙긴건지 아닌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만, 한국과 중국의 이번 사례는 말 그대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입니다.

 

2023년 타이타닉호 관광용으로 만들어진 잠수정 ‘타이탄’. ⓒalamy

➅ 바닷속에서 터진 인간의 오만

미국 해안경비대가 지난달 335쪽 분량의 ‘사고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2년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됐던 오션게이트의 잠수정 ‘타이탄’ 폭발 사고에 관한 것입니다. 2023년 당시 ‘타이타닉호 관광’이라는 이름의 모험은 결국 5명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으로 끝났습니다. 3800m 심해 수압을 견디지 못한 잠수정이 산산조각 난 이 사고에 대해 미 해안경비대는 “분명한 인재(人災)”라고 결론지었습니다. 타이탄은 처음부터 설계가 잘못됐고, 인증과 정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난 겁니다.

2022년 시험 잠수 때 이미 선체에 이상이 있다는 데이터가 나왔는데도 이 회사 CEO 스톡턴 러시는 이를 무시했습니다. 안전문제를 제기하는 직원을 해고하고 위협하기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심지어 그는 “안전은 그저 낭비일 뿐 안전을 원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침대에서 일어나지 말고 차도 타지 마세요”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우주를 개척하는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를 부러워한 그는 심해 관광으로 새 길을 열려고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도한 자기 확신으로 안전을 무시한 그는 이번 잠수정 조종 도중 폭발 사고로 자신의 목숨도 잃었습니다. 이번 사고 조사 보고서가 나온 뒤 “인간의 오만이 바닷속에서 터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는데요, 우리도 안전불감증을 경계하는 계기로 삼아야겠습니다.

 

ⓒ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