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너머 사람 [인터뷰]

2025-09-23     정지환 에디터

마다가스카르에서의 1년, 사진작가 신미식이 찾은 것은 풍경이 아닌 사람이다.

 

ⓒ 신미식

 

신미식 작가는
한국 대표 여행 사진작가로, 세계 120여 개국을 여행하며 현지 사람과 문화,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2005년부터 47차례 이상 아프리카를 방문하며 ‘마다가스카르 이야기’, ‘에티오피아’ 등의 작품으로 아프리카와 깊은 인연을 맺었다.
현지인 가족사진을 액자에 담아 선물하는 ‘마다가스카르 1만 가족사진 프로젝트’, ‘꿈꾸는 도서관’ 등으로 사진을 통해 행복을 전한다.

 

처음 아프리카에 머물게 된 사연이 궁금하다

1만 가족의 가족사진을 찍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처음 아프리카에 발을 들였다. 2005년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했을 때, ‘나중에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살아야 한다면 이곳이겠구나’라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명확한 이유는 없으나, 이상할 만큼 확신이 들었다. 그 뒤로 에티오피아와 마다가스카르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8천 가족 넘게 사진을 찍었다.

 

마다가스카르에서 1년간 여행자가 아닌 현지인으로 살았다. 아프리카를 보는 눈이 달라졌나?

여행자의 시선은 스쳐 지나간다. 한 사람을 오래 봐야 고작 이틀이 전부고, 이동이 잦은 탓에 현지인과 깊은 관계를 맺기 어렵다. 처음엔 동양인이 왔다며 경계하던 이들도 이제는 손을 흔들고, 친구라 부르고, 먹을 걸 나눠 준다. 여행자가 아닌 이웃이 된 거다.

사진도 달라졌다. 풍경 사진은 나를 위한 것이다. 광활한 자연과 안개 서린 풍경은 이 땅이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가족사진은 오롯이 그들을 위한 거다. 찍은 사진을 프린트한 뒤 액자에 넣어 건넬 때, 그들의 환한 웃음은 오히려 내게 더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 돌아보면 그들의 이웃으로 지낸 매 순간이 나에겐 선물이었다.

 

마다가스카르에서 여러 선의를 베풀었다. 봉사를 하러 간 것인가?

아이들을 위해 빵을 나눠 주고, 마다가스카르와 에티오피아에는 ‘꿈꾸는 도서관’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을 봉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선물, 단순히 내가 가진 걸 나누는 거다. 사람과 사람 사이니까. 선물은 오롯이 내가 주고 싶은 것을 주는 거다. 봉사라는 말은 위계의 뉘앙스를 품고 있는 듯해 선호하지 않는다.

 

ⓒ 신미식
ⓒ 신미식

 

이별이 다가오는데, 아쉬운 마음이 크겠다

친해진 꼬마들이 있다. 처음 만났을 땐 쑥스러워하더니 지금은 내 차 지나가는 소리만 들려도 뛰어나와서 펄쩍펄쩍 뛰며 반긴다. 어차피 1년에 세 번 정도는 갈 테니 영영 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쉽다. 그냥 인사 없이 떠날 수도 있다. 한 달씩 자리를 비우는 것이 일상이라 아이들은 ‘어디 또 갔나 보다’ 생각할지 모른다.(웃음)

 

한국에서 마다가스카르로,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홈그라운드가 이동하는 셈인데

내 베이스캠프는 언제나 한국이다. 마다가스카르 생활을 마무리하고 돌아간다기보다는, 그곳에 내 기반을 단단히 하고 돌아간다는 느낌이다. 다시 마다가스카르에 오더라도 여행자가 아닌, 내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할 것 같다. 매일 운전하던 거리, 늘 지나던 풍경이 있는 곳이니까.

 

노마드의 삶을 살아온 셈이다. 앞으로 어떤 삶을 꿈꾸나

‘앞으로의 꿈이 무엇인가?’ 사람들과 만나다 보면 늘 듣는 질문이다. 내 대답도 한결같다. 지금처럼 사는 것, ‘신미식’답게 사는 것.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지금껏 살아온 대로 살아가고 싶다.

 

 

ⓒ 신미식
ⓒ 신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