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코리안 위스키, 기원위스키증류소 [인터뷰]

2025-09-25     정지환 에디터

기어코 위스키에 ‘코리안’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들. 역사는 이들의 이름에서부터 시작한다. 코리안 위스키 개척자 인터뷰 시리즈의 첫 번째를 장식할 사람은 기원위스키증류소 도정한 대표다.

 

최초는 언제나 존중받아 마땅하다. 누구도 지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길을 갈고닦아 나가야 하는 것은 물론, 불가능이라 비판하는 따가운 시선까지 모두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풍파를 거쳐 최초의 코리안 싱글 몰트위스키를 만든, 도정한 대표가 존중받아 마땅한 이유다.

도정한 대표는 위스키 시장에 앞서, 수제 맥주 브랜드 ‘핸드앤몰트’로 시장을 선도했다. 한국 특유의 재료를 활용해 독창적인 제품을 출시하던 그가 불현듯 새로운 도전을 준비했다. 미래를 내다보듯, 트렌드를 감지하는 도정한 대표의 선구안이 그가 위스키 시장을 개척하고자 마음먹은 이유다. “수제 맥주 회사를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어려울 거란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주류문화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술을 ‘즐길’ 테니, 그러면 반드시 프리미엄 술을 찾을 거라고 내다봤다. 위스키 중에서도 프리미엄으로 꼽히는 싱글 몰트위스키를 선택한 이유다.” 도정한 대표는 한국을 대표하는 위스키를 만들고자 2017년부터 전문가를 물색했고, 스코틀랜드 출신 마스터 디스틸러 앤드루 샌드를 한국으로 초빙했다. 그렇게 2020년 ‘기원위스키증류소’가 남양주에 자리 잡았다.

 

 

왜 남양주일까? 도정한 대표는 그 이유로 ‘한국의 계절’을 꼽았다. “한국적인 위스키를 만들고자 한국의 뚜렷한 계절성을 위스키에 반영하고 싶었다”라며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운 곳을 찾다가 남양주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뚜렷한 기온차 덕에 숙성기간도 짧다. 한국에서 6개월 숙성은 스코틀랜드의 3년에 비견할 만큼 다채로운 변화를 만든다.

그 덕에 비교적 빠른 2021년, 도정한 대표는 당화부터 숙성까지 모든 생산 과정을 국내에서 거친 한국 최초 싱글 몰트위스키 ‘기원 호랑이 에디션’을 출시했다. ‘최초’라는 타이틀답게 출시하자마자 완판을 기록했다. 이어 유니콘 에디션, 독수리 에디션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으며, 2024년 샌프란시스코 국제주류품평회(SFWSC)에서 한국 위스키 최초로 더블 골드 2개를 포함해 출품한 8개 제품이 모두 수상하는 성과를 이뤘다.

 

기원 위스키 시그너처 시리즈.
(왼쪽부터) 호랑이·독수리·유니콘 에디션 ⓒ 기원위스키증류소

 

‘기원’의 의미는?

중의적 표현이다. 하나는 ‘시작’이라는 의미의 ‘기원(起源)’이다. 한국 위스키 역사의 포문을 열었으니 이 이름을 써도 부끄럽지 않다. 다른 하나는 소망한다는 의미의 ‘기원(祈願)’이다. 기원이 월드 클래스 위스키가 되길 바라는 간절함을 담았다.

 

기원 위스키의 특징을 꼽자면?

마실 때 혀를 자극하면서도, 목 넘김 뒤 피니시가 부드럽다. 대중적인 해외 위스키에 비해 볼드(Bold)하고, 플레이버(Flavor)가 풍부하다. 맛과 향이 다채롭다는 의미다. 극과 극으로 뚜렷한 한국의 계절이 발효와 숙성에 영향을 준 덕분이다.

 

코리안 위스키를 정의하자면?

기원 위스키가 추구하는 방향이 한국 위스키의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한다. 개척의 어려움을 극복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다. 우리가 최초니까 앞장서서 ‘한국 위스키 맛은 이렇다’라고 전 세계에 알려주고 싶다.

 

기원 위스키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해외시장 공략에 힘쓰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위스키가 나온다는 걸 국내에서는 안다. 이제는 해외시장에 코리안 위스키의 존재를 알릴 때다. 수출 국가도 더 늘리고, 인지도 높은 주류 대회에서도 수상 이력을 쌓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