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앞세운 자신감, 김창수위스키증류소 [인터뷰]
기어코 위스키에 ‘코리안’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들. 역사는 이들의 이름에서부터 시작한다. 코리안 위스키의 파란을 일으킨 김창수위스키증류소의 이야기.
이름을 건다는 건 영혼을 건다는 의미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아이덴티티 그 자체가 된다는 각오다. 김창수 대표가 그런 인물이고, 김창수 위스키가 그런 브랜드다.
김창수위스키증류소는 기원위스키증류소와 함께 코리안 위스키의 시작을 알린 곳으로, 위스키 애호가 사이에선 그 명성이 자자하다. 한정판 제품은 내놓는 족족 ‘오픈런’은 기본, 지난해 10월 출시한 첫 공식 제품 ‘김창수 위스키 김포 더 퍼스트 에디션 2024’는 출시하자마자 2500여 병이 1분 만에 품절됐다.
김창수 대표의 서사는 소년 만화 주인공을 연상시킨다. 그는 우연히 자신과 이름이 같은 ‘김창수 명인’의 주류를 알게 되면서 자신 또한 이름을 내걸고 술을 만들어야겠다 다짐했다. 열일곱 살 때 일이다. 그렇게 시작된 술에 대한 관심은 위스키 증류소를 차리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로 성장한다.
2014년, 텐트와 중고 자전거만 들고 무작정 스코틀랜드로 떠나 4개월간 102개의 양조장을 모두 방문했다. 그러고는 2015년 일본 치치부 증류소에서 연수한 그는 10년 동안 모은 돈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규모의 증류소를 세웠다. “한국에서 위스키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는 회의적인 시선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성격상 안 된다고 하면 더 하고 싶어 하는 ‘청개구리 심보’가 원동력이 됐다고.
김창수 위스키의 아이덴티티는?
물 타지 않은 원액 상태인 ‘캐스크 스트렝스’로 출시한다는 점이다. 한국 기후에서 숙성된 캐스크 위스키 본연의 맛을 전하기 위함이다. 그러면서도 전반적으로 산미를 추구한다.
아직 위스키를 만든 지 5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마케팅 측면에서 우리 위스키를 여러 수식어로 포장할 수 있겠지만, 제품을 만드는 입장에서 거창하게 포장하고 싶진 않다. 다만 한국 기후에서 얻어지는 특색과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가 갖는 특색의 밸런스를 맞추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우리나라 전통 증류 소주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곡물로 만드는 증류주와 위스키 사이의 접점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안동 지역에 김창수 위스키 제2증류소도 짓고 있으며, 이곳에선 위스키뿐 아니라 프리미엄 소주도 생산할 계획이다.
코리안 위스키를 정의하자면?
솔직히 말하면, 위스키가 본래 외국 것인데 한국적인 스피릿을 뭐라 정의할 수 있겠나.(웃음) 사실 말이 안 되는 건데 그걸 만들어나가는 거다.
우리나라를 대표할 술이 없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일본과 대만을 대표하는 술이 위스키가 됐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까지 가서 그들의 위스키를 소비한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사명감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 세상의 불합리에 대항할 수 있는 건 내가 바꿔보자는 생각이다. 그런 데서 삶의 의미를 찾는 편이다.
김창수 위스키의 목표는?
우주에서 가장 맛있는 위스키 한잔을 만드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