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고 신기한 이색 국경 사진

이게 국경이라고? 삼면이 바다인 데다 비무장지대를 사이에 둔 우리나라의 휴전선은 황량하기까지 하지만 내륙에 자리해 서로 인접한 국가는 국토를 둘러싼 사면이 국경선이기도 하고, 때로는 지리·역사·문화적인 이유로 독특한 경관을 만들기도 한다. 

2021-10-03     김구용 에디터

 

미국 vs 멕시코

21세기 만리장성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선 길이는 3000km가 넘는데, 해마다 수많은 멕시코인이 이 담을 넘다가 체포되거나 총에 맞아 죽는다. 골머리를 앓던 미국 정부는 이를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 국경선을 장벽으로 두르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 전 대통령 트럼프가 언급했던 국경 장벽은 새로운 정책이 아니라 이미 있던 국경 경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었던 것.

어느 쪽이 미국일까? 

사진은 미국 애리조나 샌루이스시와 멕시코 산루이스리우 콜로라도 사이의 국경선. 국경선을 중심으로 확연히 대비되는 풍광이 이색적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쪽이 미국일까? 당연히 잘 개발된 곳이 미국일 거라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멕시코로 가려는 미국인보다 미국으로 가려는 멕시코인이 많기 때문.


 

프랑스 vs 스페인

매년 소유가 바뀌는 국경, ‘꿩섬’

프랑스의 앙다이, 스페인의 혼다리비아 마을을 가르는 비다소아(Bidasoa)강 가운데에는 ‘꿩섬(Peasant Island)’이라는 무인도가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이 약 360년 전부터 공동 소유하고 있는 이 섬은 매년 2~7월은 스페인령이 되고, 8~1월은 프랑스령이 된다. 매년 국경선이 바뀌는 셈.

1659년 프랑스와 스페인은 30년 전쟁의 종전을 위해 양국 국경에 위치한 꿩섬에서 협상을 벌였다. 두 나라는 꿩섬을 양국 평화와 협력을 상징하는 중립적 영토로 선언하고 6개월마다 소유권을 주고받기로 했다. 이후 꿩섬은 프랑스와 스페인 왕실 간 결혼이 성사될 때 신부와 신랑을 넘겨주는 전통적인 만남의 장소가 됐다.


 

영국 vs 스페인

섬나라 영국이 대륙에 국경선이 있다고?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나가는 관문인 지브롤터해협. 당연히 스페인 땅이라고 생각하는 이곳이 영국령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본래 스페인 영토였던 이곳은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1701~1714, 프랑스-스페인 연합국과 오스트리아-영국 연합국의 대결) 때 영국이 스페인으로부터 빼앗았다. 이후 스페인은 지속적으로 지브롤터의 반환을 요구했지만, 압도적인 국력 차이와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아직까지 영국령으로 남아 있다.

 

Episode 민족보다 경제가 우선

지브롤터 주민들이 스페인에 영토 반환을 원치 않는 이유는 경제적 수준 차이 때문이다. 지브롤터 주민들의 1인당 GDP는 약 9만~10만 달러로 영국 전역에서도 가장 부유한 지역인 반면, 스페인 경제는 실업자가 넘쳐나는 암울한 상황인 것.


 

스페인 vs 포르투갈

집라인 타고 넘는 국경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나누는 구아디아나(Guadiana)강에는 두 나라를 오가는 집라인이 있다. 집라인은 계곡이나 강의 양안을 케이블로 연결한 뒤 도르래 등을 이용해 고속으로 이동하는 수단이다.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산루카데구아디아나(Sanlucar de Guadiana)에서 출발해 포르투갈 알가르베의 알쿠팀(Alcoutim)에 도착하는데, 시속 72km로 1분 만에 국경을 넘을 수 있다. 이쯤 되면 스페인은 전 세계에서 국경선이 가장 희한한 나라라고 봐도 무방하다. 

Info.

집라인은 관광 상품으로 홈페이지(www.limitezero.com)를 통해 예약 후 이용 가능하다.


 

네덜란드 vs 벨기에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국경

바를러(Baarle)는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국경 도시이자 월경지다. 벨기에 쪽은 바를러헤르토흐(Baarle-Hertog), 네덜란드 쪽은 바를러나사우(Baarle-Nassau)라고 부른다. 네덜란드 영토 안에 벨기에 도시가 있는 셈인데, 심지어 도시 안에서도 어떤 블록은 벨기에, 어떤 블록은 네덜란드인 상황. 이렇게 국경이 복잡하다 보니 두 국가에 걸친 집이나 식당도 있는데, 이때는 대문 위치로 국적을 결정한다고. 문이 국경선에 걸쳐 있는 경우 국적을 선택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국경이지만, 양국이 솅겐이행협약 가입국인 만큼 국경을 넘나드는 데 불편함이 전혀 없으며, 또 언어도 같이 네덜란드어를 쓰기 때문에 주민들의 불편함은 크지 않다고.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는 양국의 방역 지침이 달라 같은 건물 안에서 누구는 마스크를 쓰고, 누구는 쓰지 않는 등 혼란이 심했다고 한다.


 

인도 vs 파키스탄

아이들 장난 같은 기 싸움 

와가(Wagah)는 인도 서북부의 암리차르(Amritsar)와 파키스탄 북동부의 라호르(Lahore) 사이에 있는 작은 국경 도시다. 특별한 자연경관도, 문화유적도 없는 이 도시가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소개되고, 매일 관광 버스를 운행하는 명소가 된 이유는 바로 ‘국기 하강식’ 때문. 한일 관계만큼이나 앙숙인 두 나라가 매일 서로 더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치며 기싸움을 하는데, 퍼포먼스 자체는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지만 이를 행하는 군인들의 모습은 사뭇 진지하다. 

이 역설적 상황이 보는 사람에게 웃음을 주는 것. 심지어 관객석까지 따로 마련해놓아 편하게 관람할 수 있으며, 양국 국민이 벌이는 응원전도 볼만하다. 이를 관광 상품화한 인도는 매일 암리차르 시내에서 와가를 왕복하는 셔틀버스를 운영 중이다. QR코드를 통해 확인해보자.

 


 

아르헨티나 vs 파라과이 vs 브라질

하루 만에 3개국 국경을 넘을 수 있는 곳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인 브라질 이구아수 폭포 근처에는 또 다른 명소가 있다. 브라질의 포스두이구아수(Foz do Iguacu), 아르헨티나의 푸에르토이구아수(Puerto Iguazu), 파라과이의 시우다드델에스테(Ciudad del Este) 세 도시가 국경을 맞댄 파라나(Parana)강이 바로 그것.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이구아수 폭포를 경계로 국경이 나뉘는데, 파라과이 국경은 한 끗(약 20km) 차이로 폭포에서 떨어져 있다. 파라과이는 세 강이 만나는 델에스테 지역을 관세자유지역으로 지정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이구아수 폭포를 보러 간 김에 면세품도 사고, 세 나라 국경이 맞닿은 파라나강의 독특한 풍경도 구경할 수 있다.


 

남한-북한

인공위성으로 본 경제 격차

인공위성이 찍은 남한과 북한의 밤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불야성을 이룬 화려한 남쪽에 반해 북한은 어둠의 도시 그 자체다. 1994~1999년 ‘고난의 행군’이라 부르는 대기근을 겪은 북한은 이후 6년 사이 무려 100만 명 이상이 굶어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상황이 조금씩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북한의 GDP는 여전히 1989년 수준에 머물러 식량난과 전력난이 심각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