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건강, ‘혈당 조절’로 관리하자
‘한국인은 밥심’이라고 하지만, 든든하게 먹고 업무를 시작하려고 하면 이내 식곤증과 더부룩함이 찾아온다. 소식을 하는데도 살이 찌고 만성피로는 쌓여만 간다. 문제는 체내 혈당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혈액에 당질이 과잉인 상태에서 당을 소모하지 않으면 우리 몸은 남은 당을 중성지방으로 바꿔 체지방으로 축적한다. 이 과정이 바로 살이 찌는 과정이다. 또 혈당 과잉 상태가 되면 혈액이 찐득해지고 혈관에 상처가 나 각종 혈관 합병증을 유발한다. 따라서 비만을 관리하고 만성질환을 예방하려면 혈당을 관리해야 한다.
살이 찌지 않는 체질로 만들기
우리 몸은 에너지원으로 당과 지방을 같이 사용한다. 체내에 당이 들어오면 당을 우선적으로 쓰지만 당이 떨어지면 비축했던 지방을 꺼내 쓰게 되어 있다. 그러다가 다시 당이 들어 오면 또 당을 먼저 쓴다. 그런데 우리 몸이 망가지면 당이 떨어졌을 때 지방을 꺼내 쓰지 않고 몸이 기억하는 에너지원인 당을 다시 찾게 된다. 그러면 체내에는 지방이 계속 쌓이고 살이 찌게 된다.
혈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로 몸을 바꿔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혈당을 높이는 음식을 제한하거나 적게 먹는 것. 좋은 지방과 혈당 상승을 예방하는 식품을 적극적으로 섭취하고 식이섬유를 곁들이는 건강한 식생활 습관을 갖는 것이다. 여기에 근육 운동을 꾸준히 실시해 더 많은 양의 혈당을 글리코겐으로 근육에 저장할 수 있도록 ‘저장 탱크’를 키워야 한다. 근육 운동은 근육세포와 지방세포에 포도당의 흡수를 촉진시키고 근육세포가 아미노산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해 혈당 조절에 관여하게 된다. 근육이 커질수록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당이 많아지고 잉여 혈당은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건강한 몸이 되는 것이다.
식후 혈당이 건강을 결정한다
건강검진이나 병원 진료 시 측정하는 혈당은 일반적으로 공복혈당이라 대부분 수치가 낮게 나온다. 따라서 이는 평소 생활 습관에 따른 혈당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식후 혈당 수치다. 건강한 사람의 혈당 수치는 일반적으로 공복 시 80~90mg/dL, 식후 90분 정도 지나면 120mg/dL까지 상승하며, 당뇨병 환자는 200mg/dL까지도 쉽게 상승한다. 따라서 평소 식후 혈당을 80~120mg/dL로 유지하는 게 중요한 데, 현대인의 식생활은 일반인도 식후 혈당이 200mg/dL를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식사 후에는 무조건 운동
식후 혈당이 상승했을 때 운동을 하면 근육의 에너지원인 혈당을 사용하게 된다. 이를 통해 잉여 혈당을 조절해 체지방 축적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식후 짧은 시간에 스쿼트, 런지 등 큰 근육 운동을 꾸준히 하면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된다. 다만 식사 후 운동은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거나, 지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거나, 자신의 체력 수준에 맞아야 한다.
탄수화물 섭취는 줄인다
쌀밥이 주식인 한국인의 식습관을 의식하지 않고 식사를 하면 금세 당질을 과다 섭취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밥 한 공기의 탄수화물 함유량은 약 65g, 메밀국수 1인분은 52g 정도다. 따라서 하루 세끼 다 챙겨 먹고 간식으로 케이크나 과자 등을 먹으면 탄수화물 섭취량은 금세 권장 섭취량인 300g을 초과한다. 이마저도 최소한의 기준일 뿐 밖에서 사먹는 음식의 당질 함유량은 가정식에 비해 월등히 높다. 따라서 탄수화물 섭취량은 생각보다 더 많이 줄여야 한다.
지방은 더 섭취한다
우리 몸은 지방을 먹는다고 바로 피하지방이나 내장지방으로 저장하지 않는다. 지방은 물에 잘 녹지 않아 장에서 100% 흡수되기 어려운 영양소다. 좋은 지방은 위에서 소화·흡수 속도를 늦춰 식후 급격한 혈당 수치 상승을 예방한다. 특히 고기나 버터 같은 포화지방산은 흡수율이 낮아 대량으로 먹어도 체내에 흡수되지 않는다고 밝혀졌다. 오히려 지방은 37조 개에 달하는 인간의 세포를 만드는 핵심 영양소다. 세포막은 인지질이라는 지방에 의해 만들어지며 끊임없이 파괴되고 재생되기에 그만큼 지질이 많이 필요하다.
단백질은 그대로 섭취한다
고기, 생선, 콩류에 많이 함유된 단백질은 섭취 후 아미노산으로 분해된 다음 여러 형태로 합성돼 근육, 콜라겐 등 인체 조직을 만든다. 따라서 단백질을 꾸준히 섭취해야 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 몸의 근육에는 약 23g의 아미노산이, 혈액 중에는 약 2g의 아미노산이 녹아 있다. 이는 단백질 섭취로 채워지기도 하지만 부서진 근육이나 콜라겐이 다시 이용되기도 한다. 또 영양이 부족할 때 인체가 먼저 소비하는 에너지원 순서에서 단백질은 가장 마지막이기 때문에 고기를 꾸준히 먹지 않는다고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운동을 즐기는 남자들은 ‘근육 손실’을 이유로 단백질을 과다 섭취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과도한 단백질 보충제 섭취는 신장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으니 피하는 게 좋다.
건강한 식습관의 원칙은 하나다.
탄수화물 섭취는 줄이고,
단백질을 더 많이 섭취하는 것이다.
거기에 하나 더,
지방은 생각보다 많이 먹어도 된다.
미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심근경색 등의 심장병으로, 2015년 기준 연간 61 만 명이 사망했다. 당질을 너무 많이 섭취해 비만 상태가 되면 혈관에 만성적 염증이 생겨 심근경색이 발생하기 쉬운 조건이 갖춰진다. 심근경색은 물론 뇌졸중, 당뇨병, 고혈압, 암, 치매 등 각종 심각한 질환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 따라서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비만을 관리해야 하는데, 아직도 많은 사람이 ‘비만=지방’이라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 문제다.
혈당 상승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사람마다 혈당이 오르는 정도가 다르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운동량과 기초대사량도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과한 칼로리가 누군가에게는 적정 칼로리가 될 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가 될 수도 있다. 건강한 사람의 혈당 수치는 일반적으로 공복 시 70~99mg/dL, 식후 30분~1시간일 때 정점에 도달하는데 정상의 경우 140mg/dL 미만이다. 이후 2시간째에는 정상 범위로 돌아온다. 2시간이 지났는데도 140mg/dL이상이면 당뇨병 전 단계이고, 200mg/dL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그런데 혈당은 사람마다 수치가 다르다. 예를 들어 똑같은 음식을 먹었을 때 누군가는 혈당이 20mg/dL 정도 올라가는데, 누구는 100mg/dL 이상 올라가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혈당 수치에 주목하면 내가 먹어도 괜찮은 음식과 먹으면 내 몸에 무리를 주는 음식을 선별할 수 있다. 이는 나에게 맞는 건강한 식단을 만드는 기초가 된다.
연속혈당측정기를 활용하라
효과적으로 혈당 수치를 낮추고 체중을 관리하려면 본인의 혈당을 측정해야 한다. 최근에는 당뇨병 환자를 위한 부착형 연속혈당측정기가 보편화되는 추세여서 비당뇨병 환자도 손쉽게 자가 혈당 측정이 가능하다. 매일 취침 전후, 식사 전후의 혈당치를 측정해 본인의 식습관을 점검하고 피해야 할 음식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보름 정도 자신의 식습관을 추적 관찰하면서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혈당이 급격하게 상승(혈당 스파이크)하고,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혈당이 안정적인지 확인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는 음식과 맞지 않는 음식을 가려 맞춤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중년 건강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