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비만학회 언론-홍보위원회 간사 김보연 교수 “비만은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질병이다”

‘확찐자’라는 신조어가 말하듯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히 불어난 체중으로 각종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통계를 알 수 없던 차에 최근 대한비만학회에서 조사를 진행해 그 실태가 드러났다. 대한비만학회 언론-홍보위원회 간사 김보연 교수를 만나 이번 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바와 비만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들었다.

2021-06-01     김구용 에디터

코로나19 시대 국민 체중 관리 현황 및 비만 인식 조사

전국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2020년 1월 기준)과 코로나19가 한창인 현재(2021년 3월 기준) 운동량, 식사량, 영상 시청 시간 등을 비교하고, 체중 감량 방법, 평소 비만 질환에 대한 인지도 등을 물었다. 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4명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체중이 3kg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민 체중 관리 현황에 대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인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확찐자’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다수의 국민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체중 증가를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국민의 체중 관리 현황 및 비만에 대한 인식 수준을 객관적으로 조사한 사례가 없었다.

대한비만학회에서 시행한 이번 조사는 코로나19 장기화 속 국민의 체중 관리 현황 및 비만에 대한 인식 수준을 파악함으로써 향후 비만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진행됐다. 그 결과는 향후 국민의 비만 관리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활용될 것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결과가 있었나?

조사를 시행하기 전에는 배달 음식 섭취 증가가 체중 증가의 원인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결과는 ‘집콕’으로 인한 운동량 부족, 과도한 영상 시청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민의 체중 증가 원인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이것이 감염 확산을 막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한편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일상에서 운동량과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젊은 층의 체중 증가 현황이 눈에 띈다. 이유가 뭘까?

‘몸무게가 늘었다(3kg 이상)’고 답한 비율은 남성(42%)보다 여성(51%)이 높았다. 연령별로는 30대(53%)가 가장 높고 40대(50%), 20대(48%), 50대(36%)가 뒤를 이었다. 체중이 증가했다고 답한 사람이 생각하는 주요한 체중 증가 요인으로는 일상생활 중 활동량 감소(56%)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다음으로 운동량 감소(31%), 식이 변화(9%) 등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장기화 속 사회적 거리 두기 및 외부 활동 자제로 인한 국민의 활동량 감소가 주요한 체중 증가 요인일 것으로 판단된다.

 

이른바 ‘집콕’의 영향일까?

국민의 운동량은 감소하고, 영상 시청 시간은 전반적으로 증가하면서 실제로도 일상생활 중 활동량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운동량을 묻는 질문에서 ‘주 3~4회 운동’(28%→15%), ‘주 5회 이상 운동’(15%→9%)은 감소한 반면, ‘운동을 거의 하지 않음’(18%→32%)을 택한 응답자는 14%가량 큰 폭으로 증가해 코로나19 이전 대비 국민의 운동 빈도와 운동량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일일 영상 시청 시간은 전반적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 1~2시간 영상을 시청한다는 응답자(42%)가 가장 많았으나,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는 영상을 3~6시간 시청하는 비율(45%)이 가장 많았다. 또 영상을 7~9시간 시청한다고 답한 응답자도 4%에서 12%로 크게 증가했다.

 

‘홈트’가 유행인데 체중이 증가한 사람이 많은 것이 의외다. 이유가 뭘까?

홈트족은 증가했으나 운동량이나 에너지 소모량은 충분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운동을 한다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 코로나19 발생 이후 ‘유튜브 영상 또는 모바일 운동 앱 등을 이용한 ‘비대면 코칭 운동’을 한다고 답한 비율이 3배 이상 늘어나(6%→20%), 일명 ‘홈트족(집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현재 홈트족 2명 중 1명(54%)은 오히려 체중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나, 홈트를 함에도 불구하고 체중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이가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 수칙은 철저히 지키되 기분 좋게 땀이 날 정도의 유산소운동과 근육 운동을 하루 30분에서 1시간, 주 5회 이상 하는 것이 체중 관리나 비만 예방에 도움이 된다.

Profile 김보연

•순천향의대 부천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의학적으로 정의하는 비만의 기준은?

체중(kg)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는 비만을 진단하는 데 흔히 사용되는 기준이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인종이나 성별과 관계없이 체질량지수 25kg/m2 이상을 과체중, 30kg/m2 이상을 비만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의 경우 체질량지수 25kg/m2 이하에서도 당뇨병 및 심혈관계질환 위험이 증가하며, 동일한 체질량지수에서 서양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복부지방이 많고 체지방률이 높아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비만 관련 건강 위험을 과소평가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 아시아-태평양 지역 및 대한비만학회에서는 체질량지수에 따른 비만 동반 질환의 유의미한 증가에 근거를 두고 과체중 또는 비만 전 단계의 기준을 체질량지수 23kg/m2 이상, 비만 기준은 체질량지수 25kg/m2 이상으로 정의했다.

 

대부분 사람은 비만을 ‘질병’이라고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비만은 단순히 비만 자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암, 고혈압, 제2형 당뇨병, 뇌졸중, 관상동맥질환 등을 동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병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 절반 이상(54%)은 비만 기준(25kg/m2 이상)조차 알지 못했으며, 비만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4%에 불과했다. 특히 비만을 특별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도 9%에 달했다. 반면, 응답자 대다수(76%)가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면 비만을 해결할 수 있다’고 답해 전문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비만 관리가 가능하다고 인식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년 남성이 비만 관리에 취약한 이유는?

국내 중년 남성의 비만은 일명 ‘사회적 비만’으로 본다. 과도한 업무로 늦은 퇴근, 운동 시간 부족, 늦은 저녁 식사, 야식 등이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음주도 문제다. 우리나라 특유의 회식 문화는 과도한 음주를 부추긴다. 즉 남녀 성별에 따른 신체적 차이를 인식하기보다는 회식 등의 직장 문화가 중년 남성 비만을 유발하는 주된 원인이라고 본다.

여기에 중년 남성의 비만, 특히 복부비만에 대해 사회가 관대한 것도 한몫한다. ‘남자라면 적당히 살집이 있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 이러한 사회 분위기가 중년 남성 스스로 체중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병원을 통한 비만 치료의 실태는?

조사 결과 의사 처방을 통해 비만약을 복용한다고 답한 대부분 응답자(96%)는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했다. 10명 중 4명(38%)은 체중의 ‘5% 이상 10% 미만’을 감량했으며, ‘10% 이상 20% 미만’ 감량한 응답자도 23%나 됐다. 하지만 높은 효과에도 불구하고 11%만 꾸준히 복용하고, 10명 중 9명은 복용을 중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단 이유로는 ‘비용 부담’(29%)이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부작용이 생겨서(27%), 효과가 없어서(23%), 병원 방문이 귀찮아서(15%) 등의 순이었다. 특히 비용 부담으로 치료를 중단한 사람 중 67%는 5% 이상 체중감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중단했으며, 치료 기간도 3개월 미만(67%)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비만은 다양한 질병을 동반하는 만큼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6개월 이상 체계적 치료 및 관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비만 치료는 수술만 급여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비만 치료는 지속적 영양 공급 및 운동 상담, 약물 치료 등의 종합적 관리가 필요하다. 비만 관련 치료의 급여화가 하루속히 진행돼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치료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비만을 관리하는 데 음식에 따른 혈당 변화에주목하는 이유는?

체중 조절을 하는 데는 무엇보다 섭취하는 총칼로리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에 못지않게 음식의 ‘질’ 역시 중요하다. 예를 들어 당분이 많이 들어간 음료나 밀가루 음식 등은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며, 이로 인해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된다. 인슐린 과분비는 우리 몸속 지방 축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총섭취 칼로리의 적절한 제한과 함께 복합탄수화물(혼합 잡곡) 섭취, 충분한 섬유소 섭취, 질 좋은 단백질(생선, 두부, 살코기 등)을 섭취하는 것이 체중과 혈당 관리에 매우 중요하다.

 

비만과 만성질환의 연관성을 고려한 올바른 관리법은?

앞서 언급했듯이 비만은 각종 암,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 통풍, 이상지질혈증 같은 다양한 질환을 동반한다. 따라서 의료진과 상담해 다양한 동반 질환을 같이 관리하는 것이 비만 치료에 매우 중요하다. 필요시 적절한 항비만 약제를 사용하고, 영양 교육을 받으며, 꾸준히 체중을 모니터링한다면 적절한 방법으로 보다 쉽게 비만을 관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