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세상을 읽는 남자 송길영
"미래의 빅데이터는마음을 움직일 것"

그리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 것처럼, 지금까지는 특정 지위에 오른 사람의 생각이 집단적 의사결정의 중요한 요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중의 의견을 파악하고 더 많은 데이터를 통해 확률을 높일 수 있는 툴이 있다. 바로 빅데이터다. 이제 이 툴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의 숙제가 되었다. 목적은 우리 삶을 ‘베터(better)’하게 만드는 것.

송길영 박사는 20년 넘게 빅데이터를 분석해오고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들 의식의 패턴을 살피고, 숨은 뜻을 이해하며,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나가는 게 그의 임무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의 어려운 문제에 대해 누구보다 먼저 들여다보고 예민하게 해답을 고심한다.

2015년 10월 <Den>과 인터뷰한 송 박사를 6년 만에 다시 만나 그간의 사회 변화에 대해 물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등 새로운 이슈가 세상을 휩쓸고 있는 만큼 우리 삶의 중요한 키워드를 건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스스로를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라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글자 그대로 ‘마음을 캐는 광부’다. 빅데이터라는 광산에서 마음 조각을 채굴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를 고민하다가 나온 정의다. 나는 대량의 데이터를 모으고 패턴을 분석하는 일을 해왔는데, 어느 순간 ‘내가 이걸 왜 보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대한 답은 명확했다. 빅데이터라는 건 많은 사람이 남긴 글과 자료 등의 흔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흔적 안에는 저마다의 생각, 의도 같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담겨 있지 않나. 빅데이터는 결국 그런 마음 조각이 쌓여 있는 광산과 같고, 나는 그 광산에서 특정 패턴을 캐내는 일종의 광부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데이터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는 것일까?

보통은 그럴 수 있기를 희망한다.(웃음) ‘유혹의 기술’이라는 키워드가 유행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가능하다. 올바른 정보에 한해서라면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불확실한 정보라면 마음을 움직이는 건 어렵다. 대중이 충분히 자정 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팬데믹 초기, ‘빌 게이츠가 코로나19 백신에 칩을 심었다’는 괴담이 떠돌 때 사람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댓글에 생화학 분야 논문까지 인용하면서 반박했다. 요즘 대중은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고 논리적 반론을 제시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불확실한 정보로 마음을 움직이는 건 쉽지 않다.

인간관계에도 빅데이터가 도움이 될까?

물론이다. 상대방에게 받는 메시지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떤 형태의 의견을 전달해야 하는지 등을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요즘 MZ세대의 정서에 관한 이슈가 많은데, 대개 ‘우리 다음 세대’, ‘기성세대보다 발랄하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세대’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MZ세대와 관련한 스토리는 기성세대 혹은 기존 사회와 갈등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그런데 막상 빅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예상과 전혀 달랐다. ‘얼리(early) 밀레니얼과 레이트(late) 밀레니얼은 다르다’, ‘우리를 특정 그룹으로 묶지 말라’, ‘당신들이 뭔데 나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냐’ 등의 결과가 나왔다. 한마디로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 특정 세대로 규정되는 게 싫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MZ세대는 ‘그룹으로 묶어 생각하지 말고 개개인을 존중해야 하는구나’, ‘다양성에 대한 포용력을 가져야 하는구나’ 등을 깨달았다. 결과는 당연히 그들과 좋은 인간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고.

요즘 행복과 관련한 강의를 많이 하고 있던데 

행복은 최근 몇 년간 들어온 질문 가운데 꽤 큰 비중을 차지한 주제였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확인해보니 그럴 만했다. 사람들이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론 자체가 달라졌고, 행복이라고 여기던 것들의 부족함이 사회에서 곤란함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았다. 행복의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라 판단했고, 정리된 내용을 대중과 공유해서 더 많은 사람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새롭게 정의된 행복’은 무엇인가?

정의는 여러 개다. 우선 학문적으로 접근하자면 ‘주관적인 안녕감(subjective well-being)’을 말한다. 여기서 키워드는 ‘주관적’이라는 거다. 행복은 주관적이라 사람마다 다르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만약 행복감을 완성하는 인자 중 하나가 좋아하는 걸 하는 거라면, 어떤 사람은 장수풍뎅이를 기르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고 누군가는 고양이와 있을 때 행복을 느낀다. 이처럼 좋아하는 게 다르면 행복은 하나의 정의로 통합할 수 없다. 그런데 불행은 명백하다. 학자들에 따르면 아프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경제적으로 힘들면 불행해진다. 결국 행복하기 위한 충분조건은 갖추기 어려울 수 있지만, 명확하게 드러난 불행감을 줄여 행복감을 만들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생활의 어려움, 사회적 유대, 건강 등에 관한 도움은 불행감을 줄여 행복감을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행복의 정의는 어떤 것이 있을까?

‘기대한 것보다 나으면 행복한 것(better than expected)’이라는 정의도 있다. 투자를 했는데 10% 이익이 생겼다고 치자. 이때 만족하면 행복한 거고 아쉬운 마음이 들면 불행한 거다. 결국 기대감을 낮추는 것도 행복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 ‘행복감은 강도보다 빈도가 중요하다’는 이론도 있다. ‘내가 하루아침에 대박이 났다’보다는 ‘아침에 일어났더니 상쾌하고 뛰었더니 기분이 좋아졌다’, ‘커피숍에 줄을 섰는데 이벤트에 당첨되어 머그잔을 받았다’ 등 작은 것의 횟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나중에 잘되기 위해 지금 고생하자는 게 아니라 현재를 잘 사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일인데, 왜 실천하기가 힘들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의 차이다. 어려움이 생겼을 때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주변에 물어본다. 어떤 사람은 전문가를 찾아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빅 데이터의 해석에도 전문가들이 이미 해놓은 연구들이 기반이 되면 그 분석의 날은 더욱 날카로워진다. 개인적으로는 문제가 생겼을 때 전문가를 찾는 게 제일 좋다고 본다. 전문가는 체계적으로 더 많은 형태의 공부를 해왔기 때문에 현명하다고 볼 수 있다. 혼자 끙끙 앓게 되면 자기 생각에 휩싸이기 십상이고, 비전문가에게 조언을 들으면 원하는 걸 얻지 못할 수 있다. 반면 전문가가 연구한 데이터를 넘겨 보고 묻고 토론하다 보면 현명해진다.

코로나19 시대를 살면서 우리 삶이 더 힘들어졌다

기존 가치관을 흔드는 지금과 같은 상태를 ‘가치관의 액상화’라고 부른다. 지진 이후에 지반이 액체와 같은 상태로 변화하는 현상을 액상화라 하듯이, 단단한 반석 같던 우리 가치관이 환경 변화와 팬데믹 같은 위기를 통해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예를 들면 기존에는 ‘사람은 만나서 얘길 해야지’, ‘대화할 때는 꼭 눈을 보고 말해야 해’라고 했다. 하지만 요즘 온라인 수업 하는 걸 보면 대부분이 카메라를 안 보고 있다.(웃음) 또 ‘출근은 반드시 해야 해’라고 여겨왔는데 원격으로 일을 하면서 기존 개념이 맞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가치관의 액상화’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최근 한 기사를 보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원격 근무를 실시해온 샌프란시스코 IT 기업들이 비상시국이 끝나면 다시 내근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는데, 유능한 직원들이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회사가 내놓은 대안은 원격 근무 허용이다. 대신 샌프란시스코에서 멀어질수록 급여를 깎겠다고 했다. 부동산 임대료가 비싼 샌프란시스코의 물가 수준을 고려해 지금의 급여를 지급했으니, 다른 도시에서 일하면 그곳 수준에 맞게 생활비를 다시 책정해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결과는? 직원들은 이 제안을 수락했다. 직원은 삶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회사는 인건비를 절감하니 나쁠 게 없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 속에서 기존 가치관은 어떻게 될까?

요즘 유능한 IT 개발자들은 인도네시아 발리의 우붓에서 일한다. 자연 환경이 좋으니까 코딩을 하다 수영을 하거나 해변을 바라보며 쉬기도 한다. 원격 근무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직장은 뭐고, 직업은 뭐고, 동료는 누구고 등등 개념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한국으로 치면 동기, 회식, 체육대회 같은 것인데 이런 기존 가치관이 사실은 엄청난 스트레스라는 걸 깨닫게 됐다. 코로나19 시국에 이런 스트레스 요소 없이 일해보니 생각보다 잘된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동안은 이런 변화를 시도할 이유도, 용기도 없었다면 이제는 아니다.

메타버스가 지금 와서 뜬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일하는 걸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일을 거기서 할 수 있어?’ 등과 연관되면서 주목받았다. 교류의 총량이 늘어나 서로의 생각이 교환되고 자원의 이동이 활발해지는 건 이미 확인됐다. 물리적 거리를 넘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는 메타버스의 시대가 오면 우리가 지금까지 한 경험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변화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포스트코로나의 새로운 키워드는 무엇일까?

집 근처에 로봇 카페가 생겼다. 로봇 팔이 커피를 타고 주문은 앱이나 키오스크로 한다. 그 안에 있어보니 나이 드신 분들은 못 들어오더라. 손주라도 있으면 같이 올 수 있겠지만, 유대나 도움이 부족한 노년층은 정보화, 자동화, 지능화에서 소외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이 문제는 굉장히 풀기 어렵다. 비대면 시대를 맞이해 속속 출시된 신기술은 서비스를 수용할 만한 지능이 있는 우리 국민 덕에 그 보급 속도가 가속화됐다. 동시에 배제되는 사람도 빠르게 늘어났다. 중요한 건 3D프린터, 글로벌 아웃소싱, 인공지능(AI) 등 자동화를 위한 기술 덕에 무인 점포는 앞으로 계속 늘어나고, 경쟁도 심해질 것이다. 그때부터 우리 사회의 분배 시스템은 약해지고 과도한 경쟁으로 소득이 줄어 경기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모든 걸 도입할 준비는 되었지만 그걸 사용하는 데 대가가 따르니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빅데이터를 통해 얻은 요즘 핵심 키워드가 있다면?

인생이 길어진 데 따른 키워드가 세대를 불문하고 나오고 있다. 사회에 새로 진입한 젊은이들에게 특히 많이 나오는 키워드는 공정성, 성과 보상 등이다. 예전에는 “원래 처음에는 다 고생하는 거다”, “시간이 지나면 올라가는 구조이니 힘들어도 참아라” 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지금은 “나중에 여기 안 다닐 건데?”라고 말한다.(웃음) 언제 퇴사할지 모르니 충분히 보상받을 찬스가 있다면 당장 달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기대수명이 70대 초반 정도였으니 60세에 은퇴하더라도 기껏해야 10년 정도 먹고살면 된다고 생각했다. 반면 지금은 ‘100살 넘게 살 것 같은데? 그럼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인생의 3분의 1도 안되는데 그걸 통해서 내가 뭘 얻을 수 있지?’ 같은 생각을 한다. 그러니 예전보다 공정성, 성과에 따른 보상 등에 대한 요구가 첨예하게 올라가는 것이다.

젊은 세대의 공정성, 성과 보상 요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중년들은 이런 현상을 그냥 바라볼 것이 아니라 “아, 그렇구나” 하면서 공감하고 그에 맞게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간과하거나 묻어두면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바뀌면서 발생한 것이니 단순히 젊은 층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연배가 있는 분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다. 인생이 길어지는 건 이제 명제다.

중년과 젊은 사람들이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건 세대 간 격차가 줄어든다는 의미일까?

사실 중년이라는 계층은 정의하기 어려워졌다. 요즘 세대를 막론하고 외식 브랜드 선호도 1위는 스타벅스다. 그런데 60대 이상 시니어들의 선호도 1위도 스타벅스다. 예전과 달리 아버지 생신에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쏴드려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지금 시니어들은 젊고 트렌디하며, 소비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젊은 층과 시니어층이 선호하는 외식 브랜드의 공통분모도 60%가 넘는다.

2015년 <Den>과의 인터뷰 때도 그랬지만, 여전히 시니어들은 70대까지를 중년이라고 하나?

시니어 커뮤니티에 가면 70대 혹은 그 이상도 중년이라고 많이 얘기한다. 당연한 거다. 육체적으로도 젊고, 정신적으로도 계속 깨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시니어들은 스마트폰을 잘 다루고, 그러다 보니 더 젊어진다. 

2015년 “모든 사람이 아빠한테 관심이 없다”라는 빅데이터 결과를 보여줬다. 지금도 그런가?

6년 사이 많은 것이 바뀌었다. 얼마 전 KBS 앵커 출신 남자 아나운서가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퇴사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예전 같으면 ‘참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봤을 텐데, 지금은 ‘그럴 수 있지’라고 반응한다.

이는 밀레니얼들이 성장하면서 삶의 퀄리티와 인생의 지향점에 대해 제대로 생각할 수 있게 되면서 나온 결과물이다. 과거 ‘나를 희생해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미덕이었다면 이제는 ‘균형’이라는 것을 고민한다. 그렇다 보니 아빠, 즉 중년 남성의 위상도 바뀌었다. 이제는 취미도 있고 식구도 챙기는 등 제대로 된 아빠로 살기 시작한 것이다.

6년 전 고독했던 아빠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세상이 바뀌었으니 당연히 6년 전의 아빠들도 바뀌어야 한다. 언제까지 억울해하며 외롭게 지낼 것인가. 사실 그들이 고독해진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올인’해 사회를 위해, 가정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느라 식구를 돌보지 못한 건데, 가족이 그걸 몰라주고 아빠를 등한시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억울함’이 6년 전 중년 남성 대부분이 가졌던 마음이다. 2015년 <Den>과 인터뷰한 내용도.(웃음) 지금은 그들을 보며 성장한 다음 세대가 ‘난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면서 변화하고 있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사회에서 혼란에 빠지지 않으려면 우리 중년은 어떻게 해야 할까?

옆과 위를 보지 말고 삶과 더 많이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을 바라봐야 한다. 과거에는 성공한 이들을 벤치마킹하는 게 최고였다. 하지만 이제는 ‘지금’을 봐야 하는 시대다. 실시간으로 거의 모든 정보가 데이터화되기 때문에 과거에 목을 맬 필요가 없어졌다. 과거 성공 사례에서 얻는 것을 배제하라는 게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려면 본인보다 더 젊은 감각을 갖고 있는 이과 교류하고, 사회적 백그라운드가 나와 다른 이들을 만나야 한다. 관점이 다양해야 적응 확률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선 관심사나 취향에 따라 관련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중년이 남은 삶에서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면?

어느 정도 연배가 있다면 자기 확신이 강하다. “내 생각에는 말이야”, “나 때는 말이야”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새로운 커뮤니티에 가면 이걸 주의해야 한다. 본인이 배우러 왔으면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 하며, 상대의 말에 호응하고 새로운 가르침에 감사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말은 쉽지만 이게 굉장히 어렵다. 방법론을 새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의식적으로라도 바꿔야 한다.

‘리버스 멘토링’은 어떤 의미인가?

모든 일을 꼭 선생님이나 선배에게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신입들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10여 년간 함께 공부하고 있다. 처음엔 내가 경험한 것을 전해주려는 생각이 많았는데,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그들에게 배우고 있었다. 무엇보다 바뀐 세상의 길잡이가 되어줄 때가 많다. 어차피 사회는 변하므로 새로운 규칙과 합의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데, 중년 대부분이 업데이트를 안 하고 예전 가치관으로 살고 있다. 이는 굉장히 위험하다. 리버스 멘토링이라는 방식의 수혜를 먼저 겪은 사람으로서 해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빅데이터 분석 일을 하고 나서 미래보다 현재를 잘 살려고 노력하게 됐다고 했는데, 우리에게도 적용될까?

빅데이터 분석은 예측이 아니라 이해다. 예측이 점치는 것처럼 확신하는 것이라면, 이해는 ‘이 사람이 이렇게 살아왔네’, ‘저렇게 합의해왔구나’, ‘그렇다면 이렇게 하겠지’라고 보는 것이다. 즉 예측이 분석 대상의 주관을 배제한 것이라면 이해는 그 사람의 경향, 가치 판단 기준 등 주관을 인정하는 것이다. 결국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살펴보는 미래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지금의 내가 만들고 있는 거다. 그렇기에 나는 미래를 궁금해하기보다 지금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현재를 잘 사는 것이 더 좋은 미래를 만드는 것일 테니까.

“1등 하는 게 행복이라면 한 반 20명 중에서 1명만 행복하고 나머지 19명은 불행해진다. 이런 행복은 다시 정의해야 한다. 행복의 기준이 다양하다는 걸 인정하면 서로 경쟁하지 않을 것이다. 저마다 다른 부분을 수용하고 각자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회로 나아간다면 모두가 행복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