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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증권이 금융권에 일으킬 새 바람

최근 증권업계와 핀테크·블록체인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토큰증권(Securities Token)이다. 증권사와 유관 기관은 새해가 밝자마자 MOU를 체결하고 TF를 발족하는 등 시장 선점에 나섰다. 토큰증권이 대체 무엇이기에 금융권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평가받는 것일까. 토큰증권 생태계와 현황, 기대 효과 및 과제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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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증권 생태계란

토큰증권이란 다양한 기초자산을 분산원장 기반의 블록체인 기술로 디지털화한 증권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 토큰증권은 그동안 제도권에 편입되지 못한 채 '증권형 토큰'이라고 불리다가 작년 초 금융당국이 새로운 형태의 증권으로 수용하기로 하면서 '토큰증권'이라고 명명됐다. 이에 따라 국내 발행이 금지됐던 토큰증권발행(Security Token Offering, STO) 시장에 숨통이 트이고, 향후 토큰증권을 통해 증권의 디지털화, 증권과 가상 자산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의 융합이 가속화할 거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작년 1월 19일 제6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토큰증권의 발행·유통 규율 체계'를 의결하고 이를 위한 증권성 판단 원칙과 토큰증권의 장외 발행 및 유통 플랫폼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그 후 금융당국 발표와 각종 토론을 통해 구체화해 온 토큰증권 인프라·생태계의 주요 내용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증권형 토큰은 경제적 성격이 증권인 만큼 「자본시장법」 체계에 따르되 법 개정을 통해 현행법상 규정돼 있지 않은 증권형 토큰을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든지 미술품·음원 같은 정형화하기 어려운 증권(예: 투자계약증권)을 법적으로 인정하겠다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둘째,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을 위한 법적 인프라 구축이다. 지난 정부에서는 ICO와 함께 토큰증권발행(STO)은 해외에서만 가능했다. 따라서 한국판 증권형 토큰이라고 할 수 있는 토큰증권의 발행·유통에 걸맞은 법적 규정과 절차는 현재 마련돼 있지 않다. 따라서 앞으로 이들 토큰의 소유권 및 담보권 인정이나 발행 절차 마련뿐 아니라 이들을 거래할 수 있는 새로운 유통 인프라(디지털 증권시장)가 필요하다. 현재 민관 합동 공청회와 국회 토론을 거쳐 국회 정무위원회에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발의한 「전자증권법」 개정안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전자증권법」에서는 블록체인 기술(분산원장)의 권리 추정 능력 인정, 「자본시장법」에서는 이제까지 활성화되어 있지 않던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신탁 수익증권의 유통력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법 개정의 핵심이다.

셋째, 토큰증권을 발행할 때 그 대상이 되는 기초자산의 '증권성'도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다. 증권성을 얼마나 엄격하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토큰증권의 범위가 확대 또는 축소되고, 이에 따라 관련 업계의 희비가 갈릴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증권사는 토큰증권의 범위 확대를, 가상자산거래소라면 범위 축소를 환영할 것이다. 현재 증권성은 작년 4월 뮤직카우(주)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발표한 '조각투자 가이드라인'에 대략적인 기준(여섯 가지 증권 형태)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당국이 발행할 때의 상황에 따라 구체적 기준을 정하겠다고 하고 있고, 미국 등 글로벌시장에서도 증권성의 범위에 대해 논쟁이 계속되고 있어 아직 증권성의 범위는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 판단이다.

이처럼 토큰증권시장 형성과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증권·핀테크·블록체인업계는 물론 은행업권도 가세해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서고 있다. 너무 소리만 요란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 섞인 우려도 있지만, 토큰증권 발행 및 유통과 관계한 업계의 합종연횡과 컨소시엄 구성으로 토큰증권이라는 신시장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 시장 의견은 우호적이다. 그중에서도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증권업계는 기초자산의 발행과 관련해 핀테크·블록체인업체와 토큰증권 플랫폼 컨소시엄 구성 등 생태계를 구축했고 KB증권,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은 증권업계의 컨소시엄도 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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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증권과 어떻게 다를까

이처럼 증권업계가 토큰증권에 관심이 큰 이유는 뭘까. 토큰증권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디지털화·토큰화(Tokenized)된 증권인 만큼 누가 뭐래도 증권업계의 신상품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증권사가 토큰증권을 발행할 때는 인수기관, 유통 거래할 때는 중개기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사실이 주된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토큰증권은 기존 증권과 어떻게 다를까. 토큰증권은 실물증권(종이)이 아닌 전자화된 방식으로 기재한다는 점에서 전자증권과 유사하지만, 금융회사가 중앙집권적으로 등록·관리하지 않고 탈중앙화된 분산원장 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주식, 채권과 같은 기존 증권과 구별된다. 또 기초자산의 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정해진다는 점에서 회사의 경영 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정해지는 주식이나 사전에 금리와 만기를 정하는 채권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대상이 되는 기초자산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실물자산(Real World Asset, RWA)이라고 해서 금, 부동산, 미술품, 와인 등 형태가 있는 자산뿐 아니라 음원, 탄소배출권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을 포괄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허용하고 있지 않지만, 글로벌시장에선 기존 전통적인 주식, 채권 등 증권과 금융상품도 토큰증권의 대상 기초자산에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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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증권 현황과 전망을 살펴보면, 미국의 토큰증권거래소 12개에 이어 싱가포르가 6개를 운영하면서 글로벌 토큰증권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글로벌 토큰증권시장의 규모는 2023년 초 기준 6000억 달러(780조원) 규모. 월드 이코노믹 포럼에 따르면 2030년에는 16.1조 달러(2경930조원)로 가히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고 한다. 현재 미국의 KKR(세계 3대 사모펀드), 블록체인업체인 아발란체 등을 중심으로 펀드의 토큰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유럽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스테이블코인, 싱가포르는 통화청(MAS)이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을 주도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금융허브로 우리나라의 관심이 높은 싱가포르의 경우 통화청이 2017년부터 증권형토큰발행(STO)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후,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증권형 토큰을 발행하고 있다.  대표 사례는 2020년 최초의 증권형 토큰 플랫폼으로 지정된 iSTOX로 싱가포르거래소와 국부펀드인 ‘테마섹’, 상가포르는 물론 해외 금융기관이 줄지어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토큰증권시장은 형성되지 않았고, 대신 규제샌드박스 내 혁신금융 서비스를 통해 조각투자 형태로 발행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음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뮤직카우, 부동산 조각투자 ‘소유’ 서비스를 출시한 루센트블록, 최초로 미술품을 기초자산으로 조각투자 서비스를 선보인 열매컴퍼니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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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증권 도입에 따른 기대 효과

그렇다면 토큰증권 발행으로 기대되는 효과는 무엇일까. 첫째, 주식과 채권 이외 토큰증권이라는 신상품이 추가되는 만큼 증권시장 확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발행업체가 코인보다 규제적인 토큰증권을 회피한다든지 당국의 증권성에 대한 엄격한 판단 등으로 토큰증권 범위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초기엔 몰라도 발행·유통 증가로 시장 경험이 축적될수록 증권성의 인정 범위와 토큰증권 발행이 확대될 수 있다. 왜냐하면 대상 자산이 워낙 다양한 데다 투자자 재산권은 기존 증권과 마찬가지로 보호하면서 상장 요건은 기업공개(IPO)보다 덜 엄격한 점 등이 발행업체와 투자자에 어필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둘째, 토큰증권 관련주라는 새로운 섹터(Sector)가 유망 투자 영역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가상자산시장은 루나·테라 사태와 FTX 부도 등에서 드러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와 관리 시스템 부재로 신뢰도가 추락할 대로 추락한 상태다. 따라서 토큰증권이라는 제도권 신상품 등장은 기존 가상자산시장에서 토큰증권시장으로의 투자자 이동을 예상하게 한다. 최근 STO와 토큰증권 발행·유통 플랫폼 관련주의 주가 상승과 동학 개미의 관심도 제고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셋째, 토큰증권은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뿐 아니라 자산운용 또는 투자자에게도 다양한 신상품을 공급해 주는 효과가 있다. 이름은 똑같이 토큰증권이라 해도 기초자산이 워낙 많은 데다 비정형이어서 신상품 종류도 그만큼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 선택 폭이 이전보다 훨씬 넓어진다는 얘기다. 또 토큰증권의 직접투자뿐 아니라 토큰증권을 활용한 펀드 등의 간접투자 상품, 일임이 허용될 경우 일임형 랩 상품으로도 확대 가능하다.

넷째,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리스크 관리와 효율성 제고 효과다. 포트폴리오 이론에 따르면 전통 자산에 위험-수익(Risk-Return) 프로파일이 다른 자산을 편입할 경우 동일한 포트폴리오의 위험 아래 기대수익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국민연금 등 많은 기관투자자가 주식, 채권 포트폴리오에 원자재, 환율 등 성격이 상이한 대체 자산을 늘리는 이유다. 그럼 토큰증권의 기초자산은 주식, 채권 등 전통 자산과 성격이 다를까. 답은 '대단히 그렇다'다. 상이한 정도를 나타내는 상관관계분석에 따르면 음원, 미술품, 농축산물 같은 토큰증권의 기초자산은 주식, 채권과의 상관관계가 원자재, 환율보다 훨씬 낮다고 한다. 언뜻 생각해도 주식, 채권, 원자재, 환율은 모두 경기(Business Cycle)에 영향을 받지만 음악이나 미술품 수요는 경기를 크게 타지 않는다는 점에서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다섯째, 수탁기관 지정을 통해 기관투자자 참여 확대 효과가 기대된다. 기관투자자는 직접투자뿐 아니라 자금 위탁을 통한 펀드 등 간접투자도 활발하다. 하지만 간접투자의 경우 수탁기관이 없으면 펀드 편입 종목의 가격산정(Valuation) 등이 어려워 펀드의 설정과 자금 집행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당국이 토큰증권 투자 수요 확대를 위해 수탁기관지정제도를 활용한다고 하면, 그만큼 폭넓은 기관투자자 투자 확대를 기대해 볼 만하다. 이 외에 증권업계뿐 아니라 디지털 자산업계의 반사적 활성화 효과도 기대된다. 예컨대 조각투자 사례에서 봤듯 증권사가 아니어도 토큰증권 발행이 가능한 발행 플랫폼과의 제휴 또는 신규 설립, 자본력 있는 가상자산거래소를 중심으로 증권사 제휴 또는 인수 검토 등이 감지되는 모습이다. 이 밖에 토큰증권을 활용한 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다양화라든지 글로벌 연결성이 높은 디지털 자산시장의 성격을 고려할 때 증권시장의 글로벌 가속화 효과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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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증권을 통한 금융혁신

토큰증권으로 인한 혁신을 꼽으라면,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토큰증권의 속성이 기본적으로 디지털인 만큼 '디지털 증권시장'의 출현을 먼저 말하고 싶다. 토큰증권 상장이 늘면, 거래 방식뿐 아니라 대상 자산에까지 증권시장 디지털화가 양적·질적으로 심화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 디지털은 시간·공간 제약이 없어 비상장과 상장의 별다른 질적 차이가 없다. 따라서 디지털을 매개로 한 비상장과 상장 시장의 연결성 강화 효과도 예상된다.

그다음은 신산업 생산·고용 창출 효과다. 특히 지금과 같은 벤처 혹한기에 토큰증권 발행을 통한 디지털 자산 기업, 특히 벤처기업의 자금조달과 이를 통한 생산 및 고용 확대에 도움이 되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은 창업(創業)뿐 아니라 창직(創職) 문화의 활성화 효과다. 이는 토큰증권 기초자산에 문화예술품·지식재산권 등이 포함되어 가치 창출 주체가 기업 외에 저작권자·소유권자 등 개인에게까지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토큰증권이 해결해야 할 과제

물론 토큰증권은 신산업인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어떤 것이 있고 또 어떤 대응 방안이 있을까.

첫째, 투자계약증권으로서의 토큰증권은 '비정형 프로젝트' 성격을 띠고 있어 그만큼 리스크와 가격산정 이슈가 상존한다. 따라서 회계법인, 평가사는 물론 증권사의 리서치 기능(예: 토큰증권 전문 애널리스트)을 적극 활용, 유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원활한 토큰증권 발행을 담보하려면 발행시장뿐 아니라 유통시장 활성화도 필수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다양한 투자자층 확보가 중요하며, 그런 관점에서 기관 외에 개인 참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현재 논의되는 소액 공모 및 1인당 투자 한도(연간 1000만원) 외에 소액 투자로 투자 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조각투자와 유사한 크라우드펀딩을 활용한다거나 대체불가능토큰(NFT) 발행 허용으로 대상 자산 사용권을 부여함으로써 소비자의 관심과 투자 수요를 촉진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할 만하다. 다만, 일반 투자자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불완전판매 방지와 공시제도 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셋째, 블록체인과 디지털 기술력 제고가 필요하다. 토큰증권은 대상 자산을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화한 후 그 가운데 증권성이 있는 디지털 자산을 증권화한 것이다. 따라서 블록체인과 디지털 기술 경쟁력이 약하면, 대상 자산의 사용자 및 토큰증권 투자자의 접속 빈도(Traffic)와 충성도(Loyalty)가 약해져 시장이 활성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특히 초기 단계에는 가격산정이 어렵기 때문에 증권사의 총액인수 외에 잔액인수, 잔액 물량에 대한 발행사 리턴 등 인수 방안을 다양화한다든지, 기관투자자에 대해선 일정 기간 시가평가 대신 공정가격 평가 등의 활용도 검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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