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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도시, 로컬의 변화

강릉에서 커피를 마시고, 성심당의 새로운 빵을 기대하며, 제주 한 달 살기를 연간 루틴으로 여긴다. 라이프스타일이 변하면서 새로운 시대가 태동한다. 지역의 경계는 무너졌다. 중심 도시를 넘어 로컬로 시야를 넓힐 때다.

 

 

매년 한 해의 트렌드를 10가지 키워드로 전망하는 <트렌드 코리아>에서 리퀴드폴리탄(Liquidpolitan)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도시가 하나의 액체처럼 유동적으로 이동한다는 의미를 담기 위해 액체(Liquid)와 도시(Politan)를 엮었다. 생소한 단어지만, 어딘가 낯설지 않은 이야기다. 지인은 물론이고, SNS의 이름 모르는 이 모두 틈만 나면 거주지를 벗어난다.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도 이러한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예견했다. 그는 저서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를 통해 라이프스타일의 기준이 생존 및 생활에서 ‘애호’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개인의 애호에 따라 노동환경이 자유로운 디지털 노매드(Digital Nomad)로 생활하거나, 한 개 이상 지역에 거주 공간을 마련할 수도 있는 사회다. 지역 인구 관점에서 보면 정주 인구에 해당하는 현지인의 범위와 개념이 흐려진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지역 이동으로 보이지만, 이는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맞이하는 새로운 시대의 모습이다.

 


 

ⓒGettyImagesbank
ⓒGettyImagesbank

 

로컬 트렌드는 시대 흐름이다

골목 경제를 연구하는 모종린 교수는 지금의 로컬 트렌드를 예견해 왔다. 그는 저서를 토대로 로컬이 주목받는 이유와 로컬 트렌드에 관한 용어를 정리했다.

references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 알키

 

로컬에서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실현하다

로컬이 주목받는 이유는 탈산업화 사회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탈산업화 사회는 개성으로 경쟁하는 사회다. 미래세대와 국제경제 환경이 요구하는 다양성을 산업으로 구현해야 한다. 이를 실현하려면 ‘다름’이라는 자원이 필요하다. 로컬이 현재 한국에서 다양성을 제공할 수 있는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선진국에는 지역산업을 소재한 기업의 성공 사례가 즐비하다. 커피의 도시 시애틀에서는 스타벅스를, 아웃도어 도시 포틀랜드에서는 나이키를, 실용주의 도시 엘름훌트에서는 이케아를 배출한 것이 그 예다.

 

한국은 지금까지 국가의 성장 창출 능력을 수도권에 의지해 왔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 기존 산업을 혁신하는 일,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일조차 중앙(센트럴, Central)의 일이라 생각했다. 반면 밀레니얼 세대는 개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중앙 의존, 즉 수도권 중심의 생각을 지닌 기성세대와 달리 밀레니얼 세대는 로컬을 시골 또는 변두리로 취급하지 않는다. 이들은 로컬을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실현할 수 있는 장소로 여긴다.

 

머물고 싶은 동네

전 세계적으로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미국이 선례를 남겼다. 온라인 인재 솔루션 업워크(Upwork)가 2020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5730만 명이던 미국의 프리랜서는 2027년 8640만 명에 달하며, 전체 노동인구의 50.8%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프리랜서, 디지털 노매드 등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직업과 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변화의 배경에는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자리한다. 환경, 공동체, 정체성 등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욕구가 로컬 지향 현상으로 표출된다.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은 ‘머물고 싶은 동네’로 향한다. 이러한 변화에 의해 로컬이 창조의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로컬 크리에이터(Local Creator)

지역에서 혁신적 사업으로 새로운 가치와 지역문화를 창출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도시 콘텐츠 매니지먼트 기업 ‘어반플레이’가 처음 사용한 말이다. 지역으로 간 로컬 크리에이터에게 이주 동기를 물으면 대부분 ‘하고 싶은 일’이나 ‘살고 싶은 삶’에 대한 니즈가 이유다. 나다움의 추구가 로컬과 로컬 비즈니스를 택한 이유다. 이들은 개인의 삶과 자유를 유지하면서도 지역과 상생하길 원한다. 일정 수준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느슨한 연대’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로컬 크리에이터의 존재는 개인과 지역 모두 ‘윈윈’인 셈이다. 각자 정체성을 반영하는 만큼 로컬 크리에이터가 선택할 수 있는 업종은 각양각색이다. 초기 골목상권의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카페, 베이커리, 독립 서점, 수제 맥줏집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복합문화공간, 커뮤니티 호텔, 코워킹과 코리빙 플레이스 등 다양하다. 주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장소, 커뮤니티 비즈니스 성격의 업종으로 진출하고 있다. 로컬 비즈니스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미디어, 액티비티, 제조업, 이커머스 등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앵커 스토어(Anchor Store)

쇼핑센터나 상가의 중심 역할을 하는 핵심 점포를 말한다. 혁신성·지역성·문화성을 기반으로 유동인구, 시설, 구심점, 정체성 등 상권 공공제를 제공한다. 앵커 스토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과거에도 백화점, 대형 할인 마트, 스타벅스, 홀푸드 마켓 등이 쇼핑센터와 주상복합단지의 앵커 시설로 기능했다. 현대의 앵커 스토어가 과거와 다른 점은 활동 영역이다. 과거 앵커 스토어가 대형 기업 운영자가 임의로 배치한 시설이라면, 지금의 앵커 스토어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지역 상권에서 시장경쟁으로 자리 잡은 ‘거점 공간’이다. 강릉의 테라로사 커피, 대전의 성심당 등이 그 예다.

 

어반 노매드(Urban Nomad)

크루(Crew)와 함께 활동하며 공동으로 창업하거나 협업하는 집단이다. 사업장을 한 장소로 고정하지 않고 여러 장소를 가변적으로 활동한다. 어번 노매드는 유연한 조직문화로 구성원의 자기표현과 창작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지역 인프라를 개발한다. 사람이 모여 만든 문화지만, 근본적으로 노매드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만든 만큼 위계와 통제로 유지하는 것이 아닌, 느슨한 형태의 연대다. 대표적으로 부산 영도에서 도시재생사업으로 메이커 스페이스, 코워킹·코리빙 센터, 커뮤니티 리조트 등 로컬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플랫폼을 구축하는 ‘알티비피얼라이언스(RTBP Alliance)’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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