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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당연한 모습이 로컬에서 ‘힙’이 되다" 힙컬 장재영 대표 인터뷰

대부분 사람들이 개성을 표출하고자 서울 홍대 입구로 모이는 반면, 홍대 입구에서 태어나 로컬로 떠난 사람이 있다. 순창과 조치원에 ‘힙함’을 더한 장재영 대표의 아이디어는 ‘재미’에서 태어난다.

 

장재영
주식회사 힙컬 대표

 

독특한 헤어스타일이 눈길을 끈다. 벌써부터 ‘힙함’이 느껴진다

지금 머리 스타일은 얌전한 편이다.(웃음) 예전엔 레게 머리를 했었다. 아무래도 결혼하고 가정이 생기다 보니 레게 머리를 고수할 수 없었다. 레게 머리를 풀고 긴 머리를 지금처럼 묶었는데, 너무 편했다.

 

‘힙컬’에 대해 소개해달라

말 그대로 ‘힙한 로컬’을 만들기 위해 세운 법인이다. 로컬 지역에서 재미난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지금은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읍의 일제시대 정수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을 운영 중이다.

 

로컬 지역에서 생활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오랫동안 여행업을 하며 여러 나라를 다니고 거주했다. 외국에 주로 머물다 보니 정작 우리나라 로컬 지역은 잘 몰랐다. 그런 만큼 우리나라 지방에서 살거나 창업할 계획은 전혀 없었다. 2011년 우연한 계기로 국내 여행 가이드를 하게 됐다. 일을 위해 우리나라의 여러 로컬 지역을 다니면서 우리나라도 좋은 장소가 많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후 시간이 나면 국내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어느 날에는 전북 순창으로 여행을 갔다. 그때 머물던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방 한편을 카페로 개조할 예정인데, 운영을 맡아줄 수 있겠느냐고 제안했다. 그 말을 듣고 외국보다는 국내에서 사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 짐을 싸 순창으로 내려갔다.

 

거주지를 옮기는 결정이 보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한편으론 충동적 결정 같은데

상황만 놓고 보면 충동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체코나 호주, 말레이시아 등 여러 국가에 거주하려 했던 과거에 비하면 꽤 안정적이고 계획적인 결정이다. 해외로 떠날 때마다 ‘이곳에서 평생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품었다. 국내에서는 언제든 본가로 돌아올 수 있고, 말도 통하고, 음식도 맞으니 해외에 비하면 부담스러운 결정은 아니었다.

 

순창의 ‘방랑싸롱’은 전형적인 카페로 보이진 않는다. 말 그대로 ‘싸롱(살롱, Salon)’과 어울리는 모습인데, 카페 브랜딩 과정이 궁금하다

순창으로 내려갈 때 목적이 카페 운영은 아니었다. 카페를 매개로 다른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여행업을 기반으로 한 카페로 만들고 싶었다. 계속 해온 일이 여행업인 만큼 다른 업종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국내 여행을 하면서 ‘사람들이 왜 이 좋은 곳을 찾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일주일 정도 순창에 머물다 보니 관광객의 흥미를 끌 만한 자극적인 콘텐츠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순창만의 고즈넉한 매력을 지키면서도 관광객을 매료시키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카페 이름을 지을 때 고민을 많이 했다. ‘여행자 카페’로 짓고 싶진 않았다. 동네 사람도 많이 들를 텐데, 굳이 여행자를 위한 곳으로 한정 짓고 싶지 않았다. 여러 사람이 자유롭게 어울리는 커뮤니티로 만들기 위해 이름을 ‘방랑싸롱’으로 지었다. 4평의 작은 공간인 만큼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실제로 살롱 문화가 형성됐다.

 

ⓒ Den

 

사람들이 내게 “힙하다”는 말을 자주 건넸다.

오히려 나는 ‘힙하려고 의도하지 않는데, 왜 힙하다고 말하지?’ 하는

의문을 가졌다. 사람들이 내게 힙하다고 말하니, 그럼 당신들이 힙하다고 말하는 내 모습을 원 없이 보여주겠다고 마음먹었다.

 

한편으로는 계속 여행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 사실 여행업을 오래 하다 보니 이 일에 싫증이 났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직접적으로 접하다 보니 사람한테 받는 스트레스가 컸다. 그래서 여행업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오래 해온 일이라 그런지 결국 다시 여행업으로 돌아온 셈이다.

 

고향이 ‘힙함’의 성지로 불리는 서울 연남동이다. 어떻게 보면 ‘힙함’이 몸에 밴 걸 수도 있겠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웃음) 홍대는 과거에도 전국의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학창 시절부터 다양한 문화에 노출된 채 자라서인지 개성의 표출이 ‘힙’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순창 방랑싸롱에서 다양한 행사를 기획했는데, 이유가 있나?

방랑싸롱을 오픈하며 여행객이나 방문객을 늘리는 방법을 고민했다. 여행업의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페스티벌만큼 집객력이 높은 행사가 없다고 생각했다. 대중에게 친근하게 접근하고자 진입장벽이 낮은 재즈 뮤직 페스티벌을 기획했다. 일본 오사카의 ‘다카쓰키 재즈 스트리트’를 벤치마킹했다. 이 재즈 페스티벌은 동네 전체를 리브랜딩해 동네 체류 시간을 높이고 소비를 촉진한 행사로, 순창에서 시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순창에서 지내다 보니 저녁 시간대를 넘어가면 식당이나 가게가 모두 문을 닫아 청년들이 놀 만한 게 없었다. 놀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사일런트 디스코’를 기획하기도 했다. 사일런트 디스코는 각자 무선 헤드폰을 쓰고 디제잉 박스에서 전송하는 음악을 듣고 즐기는 행사다. 겉으론 조용하지만, 헤드폰을 쓴 본인은 클럽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홍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행사가 지방 시골에서 펼쳐진 셈이다.

 

청년들이 즐길 행사로 기획했는데, 의외로 동네 할머니들이 너무 좋아하셨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젊은 사람들이 흥얼거리며 춤추고 있으니, 이상한 광경이라며 구경을 오시더라.(웃음) 그래서 청년뿐 아니라 어르신들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행사를 고민했다. 그렇게 기획한 것이 면(面) 대항 할머니 랩 배틀 경연 대회 ‘쇼 미더 순창’이다.

 

로컬에서 펼쳐지기엔 다소 파격적 행사로 보인다. 로컬 지역 청년들의 놀거리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해 동네 어르신까지 모두 즐기는 행사가 된 셈이다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고 말하기엔 다소 거창하다.(웃음) 일단 당시에도 내가 이미 청년의 나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내 인생 재밌게 살자’로 시작한 일들이다.

 

ⓒ방랑싸롱<br>
ⓒ방랑싸롱

 

사람들 대부분 로컬 지역에는 놀거리도, 문화도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사실 문화는 우리가 만들 수 있다. ‘놀거리가 없으면 만들자’는

생각에, 재미를 추구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더라도, 지금은 주식회사 ‘힙컬’을 이끌면서 지역 상생 프로젝트 컨설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마음가짐이 다를 것 같다

순창에서 결혼하고 가정이 생기다 보니 혼자 살 때처럼 재미만을 추구하며 즉흥적으로 결정하긴 어렵더라.(웃음) 마침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우리 같은 사람들을 ‘로컬 크리에이터’라 묶으며 다양한 사업을 전개했다. 소상공인을 넘어 기업가로 키우거나 유니콘 투자를 받는 지원사업이었다. 감사하게도 시기가 잘 맞아 로컬 크리에이터로 선정되어 지금처럼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개인사업자로서 방랑싸롱을 운영할 때도 콘텐츠 관련 강연 초청을 받았지만, ‘힙컬’이라는 이름으로 법인을 만든 후에는 본격적으로 콘텐츠 디벨로프 영역에서 컨설팅하고 있다.

 

순창에서 조치원으로 지역을 옮겼다. 이유가 있나?

순창에서 5년 정도 활동하며 해볼 수 있는 웬만한 아이템은 모두 시도한 상태였다. 그리고 당시 팬데믹이 겹치며 비즈니스 측면에선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여러모로 새로운 도전을 갈망하던 시기에 감사하게도 세종시에서 프로젝트 컨설팅을 먼저 제안했다. 당시 세종시가 도시재생사업을 적극 추진했는데, 시기가 잘 맞물린 셈이다. 이를 계기로 2020년 순창에서 조치원으로 이동했다.

 

도시 규모도, 사업 규모도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성장한 셈이다.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아무래도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 서울을 떠나면서 ‘토박이’라는 말을 처음 접했다. 로컬 지역은 토박이와 토박이가 아닌 사람을 구분하고 경계하는 문화가 남아 있다. 지역민의 네트워킹이 강하고 커뮤니티가 견고하다 보니 외지인 입장에서 지역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순창에서 어느 정도 시행착오를 겪고 나니 조치원으로 이동할 때는 같은 문제를 겪어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 지역민과 어울리기 위해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여러 커뮤니티에 들어가며 조금씩 인간관계를 쌓고 지역에 녹아들었다.

 

ⓒDen<br>
ⓒDen

 

로컬 지역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각각 개성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서울은 지역만의 개성이 없다. 서울은 어떤 골목, 지역이 활성화되면 프랜차이즈 매장 또는 투자받은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한다. 그러면 개성을 지닌 작은 매장이 살아남기 어렵다. 반면, 로컬 지역은 일단 사투리를 쓰며 언어부터 다르지 않나. 언어, 지리, 문화 모든 부분에서 지역마다 아이덴티티가 강하다. 지역의 특색을 살린 사업 모델이 개성 있고 매력적인 이유다.

 

최근 로컬 지역이 주목받는다고 생각하나?

그런 편이다. 아무래도 서울에 비해 여러 방면에서 기회가 많다. 일단 나부터 로컬 지역으로 이동해 보니 기회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 서울보다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은 같은 사업을 해도 이미 경쟁이 과열된 상태다. 개성 있는 아이디어를 갖고 기회를 찾는 사람들에게 로컬 지역은 주목할 만하다. 여러 지역의 로컬 크리에이터끼리 네트워킹도 잘되어 있다. 몸은 멀지만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응원하고 있다. 한편으론 서울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일종의 연합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웃음)

 

로컬 지역의 인기가 청년에게 한정된 트렌드라고 보이기도 하는데, 중년 입장에서도 매력적일까?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개인의 자본도 커지다 보니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수월한 건 사실이다. 로컬 크리에이터 지원사업은 나이 제한이 없다는 것이 장점 중 하나다. 나이와 상관없이 마음만 먹으면 시도할 수 있는 방향은 많다.

 

개인적으로 중년층에게는 창업보다는 투자를 추천한다. 로컬 지역 청년들의 가능성을 보고 그들의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로컬 크리에이터의 사업 아이템에 직접 투자하거나 창업 지역에 부동산투자를 하는 등 방법도 다양하다. 이런 식으로 매년 투자 수익을 얻는 사람도 많다. 중년층에게는 오히려 이런 방향이 현실적이지 않나 싶다.

 

로컬 지역에서 기회를 잡기 위한 자본금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얼마라고 한정해 말하기는 어렵다. 각자 예산에 맞는 사업 모델을 찾으라고 권하고 싶다. 예로, 처음 순창에서 카페를 오픈할 때 나는 500만 원으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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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

 

‘힙치원’이라는 조치원정수장의 카피가 재밌다. 서울의 을지로가 ‘힙지로’가 된 것처럼, 조치원도 ‘힙치원’이 될 수 있을까? 힙컬의 비전이 궁금하다

을지로의 규모와 비교하는 건 물리적으로 어렵지 않나.(웃음) 다만, 조치원에서 재밌는 문화를 만들고,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늘어 여러 지역에서 방문한다면 관념적으로나마 을지로에 버금가는 핫 플레이스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치원정수장처럼 장소에 기반을 둔 F&B 비즈니스를 넘어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계획 중이다. 힙컬에서 출시한 ‘조치원맥주’도 그중 하나다. 또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한국에서 로컬 지역을 활성화한 것처럼 베트남 현지에서 워케이션 센터를 만들어 현지에 로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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